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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터디카페

by 유니스



숲이 좋다.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도 숲이고 가장 즐거운 시간도 오솔길에서 오디오북을 들으며 산책할 때다.
윌라 오디오북이 이렇게까지 재미있을 줄 몰랐다.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이다.
글쓰기 동아리 숙제로 토지를 읽어야 하는데 책의 권수도 많고 안구건조증도 심해서 종이책으로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고민하다가 윌라를 구독했다. 토지를 3권까지 읽고 방학 특강을 준비해야 해서 세계사 책도 여러 권 읽었다.
윌라 오디오북으로 만난 토지는 엄청났다. 작가의 입장이 되어 내가 소설을 쓴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박경리는 여러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묘사해서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다. 인물과 사건 묘사가 매우 소상해서 작가가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체가 많아서 드라마나 라디오 극장 같아 소설에 빠져들었다.

MBTI로 치면 내향성보다는 외향성이 강했던 나였다
모임에 가서 놀고 외식하는 게 즐거웠는데 요즘은 숲을 산책하며 오디오북을 듣는 시간이 가장 평화롭고 행복하다.

요사이는 체력이 달려서인지 외출해서 사람을 만나고 오면 기가 빨리는 느낌이다. 기가 센 사람들이나 예의가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매우 피곤하다.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질문하고 듣고 말하기를 즐겼지만 이제는 책을 읽으며 저자와 대화하는 게 제일 좋다. 직업상 책을 많이 읽어야 해서 더 그렇다. 놀다 오면 책을 읽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때도 뿌듯했지만 맨발 걷기를 시작한 후부터는, 높이 솟은 건물들과 시끄럽게 달리는 차들을 피해 숲으로 간다.
조용히 오디오북에 귀 기울여 본다.
독서가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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