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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Jul 19. 2019

내 취미는 글쓰기

책 읽기처럼 순식간에 빠져버린 글쓰기의 매력

얼마 전 <바야흐로 호모 라이터의 시대, 쓰기 전에 읽어야 한다>라는 글을 쓰면서 스스로도 놀다.

내가 이렇게 글을 자주, 많이 쓰다니!


처음엔 일주일에 1회 글쓰기로 시작했지만, 요즘은 거의 매일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7월 12, 13, 14, 15일 연달아 매일 글을 쓰고있다.


내가 이렇게 글을 자주 쓰게 한 일등공신은 바로 브런치 앱이다. 처음엔 블로그에 글을 썼으나, 사실 그건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한 과정에 불과했다. 블로그에서 쓴 글 세편으로 작가가 된 후 줄곧 브런치에만 글을 고 있다.


브런치라는 앱을 알게 된 후 내 생활의 일부가 변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남는 시간에 하는 일이 달라진 것이다. 평소엔 밥을 먹으러 가서 줄을 스거나,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할 땐 인OO그램 같은 앱을 켜고 남들이 올린 사진을 보거나, 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뭐 재밌는 거 없나-하며 알아둬도 영 쓸데없을 기사들을 보고 다녔다.


요즘은 그럴 시간에 먼저 브런치 앱을 다. 브런치 홈, 브런치 나우, 그리고 피드 메뉴를 차례로 보며 재밌는 글들을 찾아 읽고, 시간이 더 많을 땐 '작가의 서랍'을 열어 쓰다 만 글들에 틈틈이 문장을 보탠다. 그러다 보면 며칠이 걸리긴 하지만, 도저히 그 뒤에 쓸 말이 없다-고 생각했던 글들도 결국 완성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글쓰기는 내 취미이자 생활이 됐고, 요즘 그 취미생활에 아주 만족하는 중이다. 다들 글쓰기, 글쓰기 하는데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걸까?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다.


돈이 안 든다

그런 경험이 있을 거다. 직장-집-직장-집의 반복인 생활이 싫어, 직장인 미술, 악기 연주 등의 클래스에 등록하거나, 볼링, 스키 같은 동호회에 들었던 경험. 혹은 그렇게 해볼까? 하고 생각했던 경험. 하지만 미술을 배우기 위해선 붓과 물감, 그리고 종이가 필요하고 강의료도 내야 한다. 발레, 스키 등의 운동도 마찬가지다. 발레슈즈와 발레복(또는 필라테스복 등의 딱 붙는 운동복)이 갖춰져야 시작을 할 수 있다. 볼링의 경우 처음엔 그냥 가서 치면 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장비빨이 심해지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시작도 전에 포기하거나, 중간에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글쓰기에 필요한 돈은?

0원이다.

그저 핸드폰에 입맛에 맞는 글쓰기 앱을 깔고, 엄지만 리면 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브런치 앱을 열고 핸드폰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마저도 싫다면 핸드폰의 기본 메모장에 쓰거나, 브라우저에서 아무 블로그나 찾아 가입해 쓰기 시작하면 된다. 쓰면 쓸수록 실력이 느니,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필요한 장비가 생기는 건 아니다. 그저 시간이 날 때마다 한 자 한 자 써나가면 된다.


출퇴근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서두에 말했듯 요즘 시간이 나면 제일 먼저 브런치 앱을 는데, 이런 습관은 특히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빛을 발한다. 일단 지하철에 오르면 한 번 갈아타긴 하지만,  40분 정도를 그 안에서 버텨야 한다. 그땐 왠지 인터넷에 재밌는 것도 없고,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보려면 소음 때문에 청력에 무리가 갈 정도로 음량을 키워야만 한다.


그럴 때 나는 브런치 앱을 연다. 간을 잊을 만큼 재밌는 무언가를 찾아 헤맬 필요도 없고, 애써 잘 들리지도 않는 음악이 흐르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을 필요도 없다. 보통은 쓰고 싶은 것들이 많아 내 글을 먼저 다듬지만, 그러다 막히는 경우가 생기면 거기에 올려진 다른 글을 읽는다. 그러다 영감이 떠오르면 또 글을 마저 쓰다가, 안되면 다시 다른 글들을 읽는다. 그렇게 쓰다, 읽다, 쓰다, 읽다 하는 걸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회사에 도착하게 된다. 가기 싫은 회사지만 그만큼 싫은 출퇴근 시간이 정말 짧게 느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매직(Magic)!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다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본 순간. 그동안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너무 멀리 와 있단 생각을 해본 적이 있지 않은가? 어렸을 땐 언제 대학생이 되나-하면서 시간이 너무 안 갔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되니 평일 하루를 다 보내기는 힘들지만 해가 가는 속도는 빨라지기만 하는 것 같은. 렇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슷한 일상의 반복에 도파민이 분비될만한 새로운 일들이 잘 없다 보니 기억이 덩어리째 단순화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지루할 정도로 똑같아 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더듬거리는 외국어로 감흥을 주고받은 일, 생일이나 기념일에 근사한 곳에서 가족들과 저녁을 먹은 일, 또 드디어 우리 집 막내 똘이가 '앉아'를 배웠던 일. 그런 사소해 보이지만 특별한 일상들이 꽤 자주 있고, 그게 모여 우리의 삶을 반짝게 한다. 나중에 모든 게 잊혀져, 다 그저 그런 날들이었던 걸로 기억되는 건 아마 기록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을 쓰면서 우리는 그런 소중한 시간들을 문자로 붙잡아두고, 새롭게 엮어 스스로도 충분히 빛나게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은 점들이 참 많다. 내 글에 대한 반응을 통해 같거나 다른 다양한 생각들을 알 수 있고, 그건 내 견문을 넓혀준다. 같이 글을 쓰는 다른 '작가'들과 글로 소통하며 교류할 수 있다. 그리고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낼 수도 있다. (이렇게 좋은 취미가 또 있을까?ㅎㅎ)


인생은 한 권의 책이라고 하지 않은가. 글쓰기는 좋은 취미생활이자,

내가 살고 있는, 온전히 내 것인 인생을, 직접 나만의 언어로 엮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표지 사진 : https://unsplash.com/@linalitv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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