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나를 마중 나온 그의 손이 자연스레 겨드랑이로 들어왔다. 안 그래도 간지럼을 잘 타는 데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 출구에서 그러고 있으니 살짝 짜증이 나 물었다. "자꾸 왜 그래?"
찡그린 내 표정은 아랑곳 않고 그가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 그냥 자석처럼 막 거기로 가~"
뭐라고? 무슨 내 겨드랑이가 N극이고 네 손이 S극이라도 된다는 거야, 뭐야? 어이없는 답변에 그만 웃어버렸다. 이제 습관이 돼버려 우리 관계의 나이테처럼 느껴지는 행동 중 하나였다.
살짝 변태 같아 보이는 이 행동은 사실 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처음엔 안아주는 것에서 시작했다. 나를 안아서 들어 올리는 걸 좋아했던 그는 자연스레 손을 겨드랑이에 넣었다.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왠지 모르게 그는 나를 아이처럼 들고 싶어 했다.
이렇게 그것도 아파서 곧 하지 말라고 하긴 했지만(아이에게도 팔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조심해야 하는 행동이라고 한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잘 풀어줘야 한다며 간간히 겨드랑이 마사지를 시도하던 그는 겨울이 되니 겨드랑이가 참 따뜻하단 걸 발견하곤 시도 때도 없이 손을 집어넣었다. 결국 나도 적응해버려 언제 손이 훅 들어와도 당황하지 않게 됐다. 아! 손이 꼼지락거릴 때만 빼고. 덕분에(?) "넣어도 되는데, 움직이지만 마!"라는 이상한 말을 곧잘 하게 됐다.
그가 즐겨하는 독특한 행동이 더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배 방귀다. 그를 만나기 전엔 배 방귀란 말 자체를 거의 못 들어본 것 같다. 그냥 애기 배에 대고 부~ 거리는 거? 그것도 잘 안 하지 않나, 근데 이젠 너무 친숙한 단어가 돼버렸다.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간지러워 웃다 보니 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오구, 그렇게 좋아?"라며 더 한다. 내가 정색을 하며 "씁-그만!"이라고 할 때까지. 하지만 요즘은 감각이 둔해진 건지 그러려니 포기를 해선지 그럭저럭 참을만하다.
대신 가끔 반격을 한다. 그가 방심한 틈을 타 아랫배에 입을 대고 힘껏 숨을 뱉는다. 그럼 그는 "으~ 느낌이 이상해."라며 그제야 내게 공감해준다.
아이스크림 취향도 남다르다. 원래는 빵 사이에 아이스크림이 든 샌드류나, 엄청나게 단 초코 콘을 좋아했는데, 최근 즐겨가는 중국집에 갔다가 식당 건물 1층의 편의점에서 흑임자 아이스크림을 발견하곤 거기에 꽂혔다.
흑임자라니. 밥반찬으론 소시지와 돈가스를 좋아하고, 음료수를 시킬 때면 아메리카노가 아닌 딸기우유를 고르는 초딩 입맛의 그가 흑임자 아이스크림이라니! 그의 입맛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쓰다 보니 그가 좋아하는 것 중 내가 모르는 뭐가 더 있는지 궁금해졌다. 카톡으로 물으니 그가 얼마 후 답장을 보내왔다.
('애기'는 서로를 부르는 우리의 애칭이다.)
좀 특이해도 어떤가, 늘 정답만 말하는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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