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hl Jul 23. 2019

겨드랑이에 손 넣기

내 남자의 은밀한 취향

  여느 때처럼 나를 마중 나온 그의 손이 자연스레 겨드랑이로 들어왔다. 안 그래도 간지럼을 잘 타는 데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 출구에서 그러고 있으니 살짝 짜증 나 물었다. "자꾸 왜 그래?"


찡그린 내 표정은 아랑곳 않고 그가 실실 웃으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 그냥 자석처럼 막 거기로 가~"


라고? 슨 내 겨드랑이가 N극이고 네 손이 S극이라도 된다는 거야, 뭐야? 어이없는 답변에 그만 웃어버렸다. 이제 습관이 버려 우리 관계의 나이테처럼 느껴지는  중 하나였다. 


변태 같아 보이는  행동은 사실 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처음엔 안아주는 것에서 시작했다. 나를 안아서 들어 올리는 걸 좋아했던 그는 자연스레 손을 겨드랑이에 넣었다.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왠지 모르게 그는 나를 아이처럼 들고 싶어 했다.

 

이렇게

그것도 아파서 곧 하지 말라고 하긴 했지만(아이에게도 팔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조심해야 는 행동이라고 한다.) 그는 멈추 않았다. 


풀어줘야 한다며 간간히 겨드랑이 마사지를 시도하던 그는 겨울이 되니 겨드랑이가 참 따뜻하단 걸 발견하시도 때도 없이 손을 집어넣었다. 결국 나도 적응해버려 언제 손이 훅 들어와도 당황하지 않게 됐다. 아! 손이 꼼지락거릴 때만 빼고. 덕분에(?) "넣어도 되는데, 움직이지만 마!"라는 이상한 말을 곧잘 하게 됐다.  


그가 즐겨하는 독특한 행동이 더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배 방귀다. 그를 만나기 전엔 배 방귀란  자체를 거의 못 들어본 것 같다. 그냥 애기 배에 대고 부~ 거리는 거? 그것도 잘 안 하지 않나,  이젠 너무 친숙한 단어가 돼버렸다.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간지러워 웃다 보니 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오구, 그렇게 좋아?"라며 더 한다.  내가 정색을 하며 "씁-그만!"이라고 할 때까지. 하지만 요즘은 감각이 둔해진 건지 그러려니 포기를 해선지 그럭저럭 참을만하다. 


대신 가끔 반격을 한다. 그가 방심한 틈을 타 아랫배에 입을 대고 힘껏 숨을 뱉는다. 그럼 그는 "으~ 느낌이 이상해."라며 그제야 내게 공감해준다. 


아이스크림 취향도 남다르다. 원래는 빵 사이에 아이스크림이 든 샌드류나, 엄청나게 단 초코 콘을 좋아했는데, 최근 즐겨가는 중국집에 갔다가 식당 건물 1층의 편의점에서 흑임자 아이스크림을 발견하곤 거기에 꽂혔다. 


흑임자라니. 밥반찬으론 소시지와 돈가스를 좋아하고, 음료수를 시킬 때면 아메리카노가 아닌 딸기우유를 고르는 초딩 입맛의 그가 흑임자 아이스크림이라니! 의 입맛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쓰다 보니 그가 좋아하는 것 중 내가 모르는 뭐가 더 있지 궁금해졌다. 카톡으로 물으니 그가 얼마 후 답장을 보내왔다.

('애기'는 서로를 부르는 우리의 애칭이다.)


좀 특이해도 어떤가, 늘 정답만 말하는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 표지 사진 : https://unsplash.com/@nate_dumlao

*. 중간 사진 : https://unsplash.com/@zoncol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