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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Jul 09. 2019

사랑을 좇는 10대 소년과 머리에 어항을 쓴 아이언맨

영화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을 보고

*. 잠깐! 본 콘텐츠는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이 말을 하고 싶다.


그 선글라스는 정말 영 아니었다.
피터에게도, 쿠엔틴에게도!


요즘 유행인진 몰라도 너무 니 스타일이었다. 피터는 물론이고 영화에선 꽤 잘 어울리는 걸로 나왔던 쿠엔틴에게도, 실은 전혀 울리지 않았다. 원래 토니에게 속했것이기에, 피터가 쓰니 아빠 옷을 입은 아이를 보듯 어색할 뿐이었다.


처음부터 뭔가 성한 이야기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결론을 향해 치닫는다. 갑자기 다른 지구에서 짠-하고 나타난 외계인, 미스테리오가 혼자 다 해 먹는 동안, 스파이더맨은 구 둘을 구하지 못해 관람차만 붙들고 있다. 그리곤 바에 앉아 레모네이드만 훌쩍이다, 21살이 넘어 술을 마실 수 있는 어른 쿠엔틴(미스테리오)에게 토니의 유산을 넘긴다.



머리에 어항을 쓴 아이언맨


휴- 하지만 다행히 그건 서두에 불과했고, 전 이후에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블립으로 바뀐 건 찌질이에서 훈남이 된 브래드 뿐만이 아니다. 이제 퓨리의 전화도 누군가에게 씹힐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며, 토니에게 무시당했던 쿠엔틴은 그동안 고닦은 기술을 이용해 전사한 히어로들의 빈자리를 차지하려 한다.


아이언맨이 준 건 그냥 선글라스도, 비서도 아니었다. 수만 개의 드론이었다. 그리고 4D 영상 드론 군대가 합쳐지자 그럴싸한 빌런이 만들어진다. 하나도 아니고 땅, 물, 바람 그리고 불까지 종류도 다양하게. 하지만 쿠엔틴 군단의 기술은 대중들에게 어벤저스 급 히어로의 등장을 알리는 데만 용되는 건 아니다.


아이언맨은 그 자체로 토르나 캡틴 아메리카 같은 우월한 신체 능력을 고 있진 않았으나, 부와 기술로 그들 못지않은 히어로가 됐다. 쿠엔틴도 마찬가지다. 거미에 물려 벽에 잘 붙을 수 있다거나, 시시때때로 초록색 거대 괴물로 변신해 가공할 힘을 뿜을 순 없지만, 그 또한 아이언맨처럼 그만의 기술과 뒤에서 그를 돕는 팀에 의해 능력을 갖게 된다.


리고 그가 만든 영상 에서 피터는 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도 구분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도망치기 하다, 결국 기차에 받혀 정신을 잃는다. 엔틴이 진짜 같은 가짜 영상을 이용하고, 그걸로 실제 스파이더맨을 쓰러뜨렸다는 게 맘에 들었다. 요즘 핫한 4D, VR 기술을 영화에 섞은 것도 아주 시의적절했다. 잘 빠진 결과물에, 바로 앞을 예측하지 못 나 또한 영화를 보며 롤러코스터를 타는듯한 스릴을 느 수 있었다.



사랑을 좇는 10대 소년


<어벤저스:앤드 게임> 후의 첫 마블 영화여서였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토르나 팔콘 같은 다른 히어로의 등장을 기대했고, 스파이더맨 혼자 2시간을 꽉 채우는 건 좀 무리였단 생각이 들었다. 군데군데 구멍 난 듯 엉성했던 구성도 한몫을 했다.


도시가 무너지는 말든 지금은 그저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고백하고 싶다는 그의 모습은 스파이더맨이 아니었다. 그저 사랑에 빠진 10대 소년에 불과했다. (심지어 MJ는 원래 좋아했던 애도 아니잖아!) 물론 스파이더맨이기 이전에 피터 파커이고, 아직 어린 고등학생인 건 맞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그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결국 끝에는 찌리릿(tingle)을 이용해 미스테리오를 쓰러뜨리니까.


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데이트가 있다며 슈트를 입은 채 거미줄을 쳐가며 약속 장소로 가더니, 여자 친구를 안고 높은 빌딩 사이를 날아다닌다. 기가 누군지 모르게 하고 싶다더니 본인만 얼굴을 가린 채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즐기다니, 그럼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 아냐?


언행불일치에 짜증이 나는 것도 잠시, 영화는 찌리릿보다 오글거리는 장면으로 엔딩을 장식한다. 그 전까진 살인사건의 이름과 같은 꽃을 좋아하고, 여행지에서 근사한 다리를 발견하곤 기서 사람들이 처형됐단 를 주저 없이 하던 MJ는, 그저 스파이더맨 남자 친구에게 매달려 소리 꺅꺅 지르는 연약한 여주인공이 된다. 그렇게 행불일치의 남주와 연약한 여주는 스파이더맨을 히어로 무비의 틴에이저 버전으로 만든다.




하지만 다행히 그다음에 나오는 장면은 이어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영화가 미스테리오를 보는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도. (아, 스파이더맨이 그동안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안 되는 마블 히어로 중 하나였단 것도 깨닫게 해 줬. 이제 블 팬서만 남았던가?)


그리고 본 영화의 결말보다 나았던 쿠키가 이어진다. 어벤저스는 다 어디로 간 걸까, 토르는 왜 지구에 없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뭐 때문에 바쁜 걸까. 어디선가 마동석이 <이터널스>에 캐스팅됐단 소식이 들려온다.


마블은 마블이다






*. 표지 사진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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