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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Jul 24. 2019

한 개의 몸, 두 개의 자아 : 나가! 여기서 나가!

<겟 아웃>과 <블랙 미러>의 평행이론

*. 잠깐! 본 콘텐츠에는 <겟 아웃>과 <블랙 미러>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사진 : 네이버 영화



  엄청난 뒷북이다. 개봉한 지 벌써 2년이 지난 영화 <겟 아웃>을, 지난 주말에야 봤다. 시 엄청 핫했던, '귀신은 안 나오지만 엄청 무서운 이야기'로 평이 자자했던 그 영화를 이제야 보게 된 것이다. 사실 그동안 볼 기회는 많았으나 스스로 피한 것도 있다. 시원하려고, 스트레스를 풀려고- 무서운 영화를 본다는 말을 1도 안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걸 왜 봐, 히려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나?


결론부터 하자면, <겟 아웃>은 무서운 영화 맞았다. 하지만 가 나타날까 무서워 한동안 불을 켜놔야 잠들 수 있는 류 것은 아니었. 저게 말이 되나? 싶은 황당한 설정,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무서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인간이라고, 귀신이 등장할 필요가 없는 영화였다.




   런데 생뚱맞게도 영화를 보고 떠 올린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블랙 미러>였다. 요즘 안 본 시리즈들을 마저 챙겨보느라 시간이 날 때마다 본 탓도 있지만, 생각해보니 은근히 <겟 아웃>과 <블랙 미러> 간에 닮은 점들이 많았다. 그래서 어 같이 리뷰해보려고 한다.


같은 배우, 다니엘 칼루야(Daniel Kaluuya)

  <겟 아웃>에서 크리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알았다. 어? 쟤 걔잖아. <블랙 미러> 시즌1의 <핫 샷>에 나는 빙(Bing)이었다. 비(Abi)위해 형이 죽으며 남긴 유산과 같은 크레딧을 넘기지만, 그녀가 원하던 가수가 아닌 포르노 배우로 전락하는 걸 보고 좌절했던 남자. 그리곤 그녀를 렇게 만든 사람들 앞에서 깨진 유리를 목에 갖다 대며 제 목소리를 지만, 변하는 것 없었고 그도 결국 그녀와 비슷한 삶을 살게 된다.

 

그런 그는 <겟 아웃>에서 백인 여자 친구의 다정한 흑인 남자 친구로 나온다. 담배를 피우긴 하지만, 친구의 경고도 무시하고 여자 친구를 위해 그녀의 부모님네를 방문한다. 그리고 <핫 샷>에서 그와 같이 실내 자전거를 타다 쇼에서 우승해 행복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던 사람들처럼, 이번에도 가 갈 길을 이미 간 사람들을 만난다.


자꾸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만지는 가정부 조지나, 깜깜한 새벽 마당을 전속력으로 달리는 관리인 월터. 그리고 나이 든 중년 부인의 연하 남자 친구인 앤드류. 그들은 모두 크리스와 같은 흑인으로, 총 3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공통점은 그들이 모두 흑인이라는 고, 주의를 기울이면 보이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것처럼 군다는 거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그들 모두 모자나 가발을 썼다는 것이다.


그리고 <겟 아웃>과 <핫 샷> 둘 다에서, 그와 같은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타의로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래선지 조지나는 가끔 웃는 얼굴로 눈물을 흘린다. 마치 눈이 저 스스로 우는 것처럼.


한 개의 몸, 두 개의 자아

  지나, 월터, 그리고 앤드류 모두 말과 행동이 어딘가 어색하고, 모자나 가발을 썼던 건 이유가 있었다. 로 뇌 이식을 '당했기' 때문이다.  크리스의 여자 친구 로즈의 친할아버지의 미친 생각에서 시작된다. 그는 백인의 결단력과 흑인의 건강함을 결합하면 완전한 인간이 될 것으로 생각해, 백인의 뇌를 흑인의 머리에 이식한다.


하지만 흑인의 뇌가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남아있는 부분이 있었고, 그로 인해 두 개의 자아가 한 몸에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래서 앤드류는 흑인인데도 'Yo man~'을 알아듣지 못하고 백인처럼 말하며, 주먹 인사를 하려는데 정중히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한다. 조지나의 눈물은 조지나의 것이었지만, 얼굴에 띈 그 미소는 로즈의 친할머니의 것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쓴 모자나 가발은 모두 뇌 이식 수술 자국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


사람은 한 명인데,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자아가 둘이라니.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 같다. 바로 <블랙 미러> 시즌 4피소드 중 하나인 <블랙 뮤지엄>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는 유리관에 늘어져있는 웃는 원숭이 인형으로부터 시작된다.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이의 엄마 캐리, 그러나 병원에선 그녀의 의식을 이식함으로써 그녀가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캐리는 남편 잭의 머릿속에 소파를 두고 앉는다. 


잭이 보는 걸 캐리도 보고, 그가 느끼는 걸 그녀도 똑같이 느낀다. 화장실에 가는 것부터 새로운 여자를 만나는 것까지 모든 것이 공유되니 불편하다. 사사건건 참견하고 24시간 내내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니 성가신 존재로 느껴진다. 그렇게 잭에게 캐리는 더 이상 사랑스러운 아내가 아닌, 잠시 꺼두고픈 존재가 된다.


<블랙 뮤지엄>에서 잭은 <겟 아웃>에서처럼 머리에 칼을 댈 필요가 없었다. 마치 주사처럼 간단한 시술로 아내의 의식을 머릿속으로 이식했다. 하지만 결과는 둘 다 똑같이 처참했다. 크리스가 플래시를 비춘 덕에 '침잠의 방'에서 빠져나온 월터는 바로 자신을 그렇게 만든 로즈를 죽이고 본인도 자살한다. 캐리는 남편 잭과 그의 새 애인에 의해 원숭이 인형으로 이식돼, '사랑해'(Yes)와 '안아줘'(No)밖에 표현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후에 의식을 인형에서 빼는 것도 법으로 금지가 되, 평생 인형에 갇힌 채 죽을 수도 없는 처지가 .


매일 똑같은 연기를 반복하는 사람들

  의문이 들 수 있다. 로즈와 그녀의 가족들은 어떻게 그 '건강'하다는 흑인들을 제압해 수술대에 오르게 했을까. 이는 치밀시나리오와 역할 분담에 의해 가능한 일이었며, 그들은 한번 만들어놓은 시나리오를 반복해가며 수많은 흑인들의 몸을 빼는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먼저 로즈가 흑인 남자(혹은 여자)를 연인으로 만들어 인사시켜준다며 집으로 데려온다. 집으로 데려오는 길에,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연인을 위하는 척하는 건 필수다. 가족들은 다 백인인데 가정부와 관리인인 하인들만 다 흑인인걸 보고 이상해하지 않도록, 아빠가 본인은 오바마를 지지한다며 절대 인종차별주의가 아님을 강조한다. 정신과 의사인 엄마는 나쁜 습관을 없애게 해 준다며, 자신이 개발한 최면술을 권유한다. 사실 여기까지만 끝이다. 일단 최면술에 걸리면 찻잔의 노예가 되고,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바로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니까.


그렇게 당한 흑인들은 꽤 있는 것 같다. 크리스가 발견한 로즈의 상자 속엔 그녀와 찍은 흑인 남녀의 사진들이 꽤 많았으니까. 그 말인 즉 로즈와 그 가족들은 매번 각자의 역할을 반복해서 수행하고 있다는 거였다. 마치 매년 같은 연극을 올리듯.


<블랙 미러>에도 그와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다. 바로 시즌2의 <화이트베어>. 본인이 누군지도 모른 채 깨어나는 여자가 있다. 근데 이상한 건 사람들이 모두 멀리서 자신을 촬영하고 있다는 것. 급기야 칼과 총을 들고 쫓아오는 사람들까지 있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일단 살고 봐야 했기에 그녀는 하루 종일 열심히 뛰어다닌다. 하지만 실은 이 모든 건 연극이었고, 그녀를 뺀 사람들은 모두 배우, 아니면 그 연극을 보러 온 관객이었다. 그녀는 몇 년 전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매일 밤 기억을 지움 당하고 아침이면 일어나 전날의 추격전을 반복해야 했던 것이다.


<겟 아웃>과 <화이트 베어>에서 각각 주인공인 크리스와 토리아는 둘 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채 연극의 일부가 된다. 하지만 <겟 아웃>에서의 악인은 로즈네 가족으로 분명한 반면, <화이트 베어>에서의 악인은 누구인지가 잘 단정되지 않는다. 그녀는 남자 친구가 어린아이를 유괴하고 잔인하게 죽이는 걸 옆에서 지켜봤다. 그건 분명히 벌을 받아야 마땅한 짓이다. 하지만 형벌이라는 굴레를 씌우면 모든 게 정당화될 수 있는 걸까.




크리스가 몸은 흑인인데 머리는 백인인 것 같은 앤드류가 아무래도 이상해 보여 몰래 사진을 찍으려는데, 실수로 플래시가 터진다. 그러자 앤드류의 진짜 자아가 침잠의 방에서 깨어나, 다시 자신의 몸을 되찾고 소리친다.

Get out!!(나가!!)


그건 크리스에게 위험하니 얼른 도망치라고 말하는 거였을까, 아님 머리에 들어앉아 그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백인에게 자신의 몸에서 나가라고 외치는 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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