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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Aug 08. 2019

재이, 와니가 날 사랑한다는 증거 2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는 법#4

*. 본 콘텐츠는 <하루 20분 나는 한다> 매거진에 여러 작가들과 공동으로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 이전 편



  늘이 세계 고양이의 날이라고 하네요. 이전 편 <재이, 와니가 날 사랑한다는 증거 1>에 이어, 고양이가 신뢰와 사랑을 표하는 7가지 행동을 소개합니다.




배를 보여준다
초딩재이
성묘 재이와 와니


-> 완전 동그라미

집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포즈 중 하나가 바로 배를 보이고 누워있는 것이다. 흔히 고양이 하면 식빵 자세를 떠올리지만, 재이랑 와니는 식빵 자세만큼이나 일명 '발라당 자세' 자주 있는 것 같다. 특히 웅크리고 자다가도 잠에 깊이 빠지면서 점점 몸을 저렇게 뒤집는데, 그럴 땐 다? 바로 배방구각이다. 따뜻하고 송한 배에 코를 박고 있으면, 베이비파우더향의 아기 냄새와 꼬순내가 섞여  참 좋다. 중독이다. 



눈을 깜박여준다
아련한 표정의 와니

-> 세모

내가 아이들을 바라보며 눈을 천천히 깜빡이면, 아이들도 눈을 감았다 뜬다. 일명 고양이 키스! '널 헤칠 생각 없어~'라는 뜻으로 보이는 제스처라고 한다. 근데 이게 정말 고양이 키스인지, 그냥 눈이 아파서, 혹은 졸려서 깜빡인 건지 모르겠다는 게 함정. 그래서 세모다. 집사 5년 차지만 아직도 어려운 고양이 키스. 쪽쪽-



꾹꾹이를 해준다
발톱이 살짝 따갑긴 하지만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ㅎㅎ)

-> 절반의 동그라미

니의 첫 꾹꾹이는 목을 겨냥했다. 그땐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 꾹꾹이의 기쁨을 포기하고 비몽사몽 한 와니를 떼놓아야 했다. 다행히 와니는 다른 꾹꾹이 스폿을 찾았는데, 바로 겨드랑이다. 겨드랑이는 발톱만 길지 않을 때라면, 나도 좋고 와니도 좋은 꾹꾹이 부위. 최근 소파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진 나를 따라 와니가 세 번째 꾹꾹이 스폿을 찾았다. 바로 허벅지. 허벅지에 꾹꾹이를 하다니! 덕분에 앉아서도 와니의 꾹꾹이를 받을 수 있어 좋지만, 한편으론 내 허벅지가 그렇게 튼실한가? 냥 좋지만은 않다.


반면 재이는 꾹꾹이를 거의 하지 않는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그것도 개묘 차이일 테니 어쩔 수 없지만, 조금 아쉽긴 하다. 난 가끔 내 왼쪽 겨드랑이엔 와니가, 오른쪽 겨드랑이엔 재이가 꾹꾹이를 하는 상상을 한다...



갸르랑 거린다
소리는 안 들리지만 갸르랑거리고있는 재이

-> 동글동글 동그라미

이건 재이와 와니가 둘 다 참 잘하는 것 중 하나. 를 졸졸 따라다니며 항상 주변에 있는 아이들은 손을 내밀어 얼굴과 몸을 쓰다듬어주면, 금세 그르릉- 거리며 좋아한다.


고양이들이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 안정을 찾기 위해서 내는 소리라고 한다. 그래선지 나도 아이들이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퇴근하고 집에 와 멍-하니 아이들의 그루밍 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핥아준다
이미 한 차례 핥아주기가 끝난 후 카메라를 들면 늦다(ㅠㅠ)

-> 동그라미

핥아주는 건 꾹꾹이랑 반대로 와니는 잘 안 하고, 재이가 잘하는 행동이다.  옆이나 발치에 앉아있다가,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자꾸 고개를 든다. 핥아주겠단 뜻이다. 그때 입 쪽으로 가져다주면, 내 손을 정성껏 그루밍해준다. 제 앞발을 그루밍하다 그 옆에 놓인 내 손도 같이 그루밍해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내가 아이들과 진짜 가족이 되었단 생각에 쓰윽-미소가 지어진다.


그루밍은 사냥을 하며 살던 시절부터, 먹잇감에게 자신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게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했던 행동이라는데... 내 손에서 냄새가 나그러나? 싶지만, 역시 행복하다.



만지게 해 준다
소리가 안 들리지만 갸르랑 거리고 있다2

-> 동그라미, 그리고 또 동그라미

만지게 해 주는 정도가 아니라, 자꾸 만져달라고 른다. 집에 오자마자부터 잠들 때까지, 그리고 일어나 회사 갈 준비를 할 때도 곁을 떠나지 않는 아이들. 만져주면 얼굴을 더 들이밀며 너무 좋아한다. 요즘은 금방 손을 깨물려들던 재이도 조용히 옆으로와 가만히 쓰다듬을 받는다.


아침엔 시간에 쫓겨, 더 만져달라고 발라당 바닥에 눕는 와니를 간식으로 꼬시고 얼른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너무 미안하다.(그리고 퇴사 욕구가 인다.) "얘들아, 더 못 놀아줘서 미안해. 엄마가 밖에서 돈 많이 벌어올게!"



먹이를 잡아다 놓는다
쥐와 와니

-> X

처음이자 마지막 No. 본래는 길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라 그땐 어땠을지 모르겠다. 진짜 살아있는 쥐를 잡았으려나? 아, 하지만 그땐 너무 어렸기에 아니었을 것 같다.


내가 아는 아이들은, 원래 있던 '물건'이라도 위치가 바뀌거나 놓인 모양이 달라지면, 전 처음 보는 듯 긴장을 하며 연신 앞발로 두드려본다. 갑자기 꼬리를 바짝 세우고 부르르르-떨고 있어 왜 그런가-하고 쳐다보면, 미쳐 정리하지 못해 바닥에 덩그러니 있는 돌돌이와 대치하고 있는 식이다.  분 매 초 움직이고 변하는 생명체라면 더 더 무서워하지 않을까? 렇기에 먹이를 잡아다 놓일은 지금까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뭐, 사실 기대하지도 않는다. 잡아다 놓지 마! 괜찮아!






총정리를 해보면 총 14개 문항 중 10개가 동그라미, 3개가 세모, 1개가 가위표다. 아이들과 지낸 시간에 비해 아쉬운 성적인 것 같지만, 앞으로 함께 보낼 시간들을 생각하면 꽤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1. 집사와 가까운 곳이 취침 장소다 (O)

2. 같이 잔다 (세모)

3. 졸졸 따라다닌다 (O)

4. 사 일을 방해한다 (O)

5. 엉덩이를 가져다  (O)

6. 꼬리를 바싹 들고 다가온다 (O)

7. 부비부비를 한다 (O)

8. 배를 보여준다 (O)

9. 눈을 깜박여준다 (세모)

10. 꾹꾹이를 해준다 (세모)

11. 갸르랑 거린다 (O)

12. 핥아준다 (O)

13. 만지게 해 준다 (O)

14. 먹이를 잡아다 놓는다 (X)


어제는 재이랑 같이 잤다. 일어나 보니 아침엔 바닥에서 날 쳐다보고 있었지만, 전날 저녁에 떡하니 침대 가운데에 엎드리고 자버려서 그 옆에 쪼그려 바로 잠이 들었다. 재이 와니가 옆에 있으면 왠지 안심이 돼서 잠이 잘 온다.


그렇게 아이들도, 나도 서로 적응해가는 걸까.

우리 이제 맨날 같이 자구, 맨날 키스하자. 꾹꾹이도 해주구~ 알았지?!





*. 다음 편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 20분 19일] 생각 없이 웃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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