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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Aug 04. 2019

재이, 와니가 날 사랑한다는 증거 1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는 법#3

*. 본 콘텐츠는 <하루 20분 나는 한다> 매거진에 여러 작가들과 공동으로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 이전 편



  고양이 집사라면 누구나, 모시는 고영님의 사랑을 갈구할 것이다. 대놓고 꼬리를 흔들며 반가움을 표하는 강아지들에 비해, 표현방식이 좀 더 은근하고 간접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선지 카카오톡 채널을 보면, '고양이가 OO할때 하는 행동'이라는 제목글들이 많다. 고양이가 드러내는 행동을 해, 알기 힘든 속마음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 나도 집사이기에 그런 글들을 보면 자꾸 손이 간다. 그러고선 우리 애들은 어땠지? 하며 아이들의 행동을 떠올려보고, 모두 동그라미를 친 후 흡족해한다. 하지만 가끔 세모나 엑스가 그려질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조금 마음이 가라앉는다. 특히나 그게 <고양이가 집사를 진심으로 신뢰할 때 하는 행동>(출처 : 캣랩)이라면.



집사와 가까운 곳이 취침 장소다
요즘의 아이들

-> 완전 동그라미

보통의 우리 집 주말 풍경이다. 티브이를 보거나 노트북으로 글을 쓰느라 소파에 앉아있으면, 곧 와니가 옆에 와 눕고, 조금 더 있으면 재이도 옆에 자리를 잡고 눕는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지는 아이들.ㅎㅎ 와니는 내게 몸을 딱 붙이고, 재이는 등을 바닥에 댄 채 무방비 상태로 잔다. 가끔 와니가 얼굴을 내 허벅지에 바짝 대는 바람에 송곳니가 느껴져 살짝 아프기도 하지만, 정말 행복한 시간이다. 이게 주말이지~



같이 잔다
아직 캣초딩이었을 시절의 와니

-> 세모

내가 소파나 침대에 누워있으면 그 옆으로 와 같이 눕는 경우도 많다. 사진처럼 머리를 받쳐주면 그대로 편히 누워 금세 잠들어버린다. 하지만 낮에 잠깐 드는 선잠이 아니라, 저녁에 본격적으로(?) 잠을 자려고 할 땐 좀 다르다. 잘 준비를 하고 누워있으면 옆으로 와 있다가, 얼마 안 있어 다시 침대 위 보조 테이블이나 바닥의 둥근 스크래쳐로 가 리는 것이다. 아침에 깨 곁에서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졸졸 따라다닌다
핸드폰 카메라가 신기했던 재이와 와니. 재이는 그 조그만 발을 내 커다란 발 위에 올려놓고 있다.

-> 세모에서 동그라미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잘 몰랐던 것 같다. 침대에 있을 때는 종종 내 옆으로 와 눕곤 했지만, 보통은 서로 노느라 둘이 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 바빴기 때문이다. 근데 요즘은 이들이 나를 잘 따라다닌다는 걸 느낀다.


보통은 내 옆에 있고, 바로 옆은 아니더라도 멀리 가지 않고 근처에 누워있곤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 친구가 놀러 오면 그걸 더 잘 느낄 수 있는데, 구석을 좋아하는 와니는 나와 남자 친구 사이에 앉아있다가도 내가 일어나면 나를 따라 소파에서 내려온다. 그는 살짝 서운해하지만, 내겐 아이들의 애정을 크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집사 일을 방해한다
노트북의 또 다른 용도, 베개
노트북을 포위한 냥아치들

-> 동그라미

예전에 집사의 여행가방 싸는 법이란 글을 본 적이 있다. 고양이가 자꾸 가방에 들어가는 바람에, 짐을 싸다가도 계속 고양이를 가방에서 꺼내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거였다.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거나, 종이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자꾸 노트북에 올라가려는 아이들을 다시 내려놔야 하고, 넘어가는 책장이 신기한지 손으로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치는  때문에 책을 오래 보지 못하기도 한다(는 살짝 핑계이기도 하지만, 일단은 그렇다). 전자파 걱정도 되고, 할 일도 있으니 요즘은 노트북에 올라갈 기미가 보이면 아예 못 올라가게 하긴 하지만, 테이블 밑에서 자다가도 타이핑 소리에 귀를 움찔움찔하는 걸 보면 결국 노트북을 닫게 다. 글이야 이따 쓰면 되지-



엉덩이를 가져다 댄다
애들을 데리고 본가에 내려갔을 때, 더욱 나를 의지했던 아이들

-> Yes!

아이들은 내 옆에서 잘 때, 가끔 엉덩이를 내 쪽으로 하고 눕는다. 아기처럼 새근새근  얼굴을 보고 싶은 건데, 내게 엉덩이를 들이밀 때의 당황스러움이란! 화가 나서 토라진 건가? 싶기도 했지만, 실은 그런 게 아니라고 한다. 엉덩이를 가져다 댄다는 건 뒤를 보여준다는 의미로, 나를 그만큼 신뢰한다는 뜻이기에 훈장처럼 자랑스러워해도 된다는 것!



꼬리를 바싹 들고 다가온다
우산 아래에 새초롬하게 앉아있는 재이 앞으로 꼬리를 바싹 들고 다가오고 있는 와니

-> 완전 동그라미

집에서 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의 꼬리는 항상 한껏 들어 올려져 있다. 병원을 갔다 오거나 하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한은. 게다가 그 끝은 머리 쪽을 향하고 있어, 마치 가재의 둥글게 말려 올라간 꼬리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고양이의 꼬리가 바깥쪽으로 구부려져 있으면 기분이 안 좋다는 뜻이라던데, 아이들은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티브이를 보거나 핸드폰을 할 때에도 꼬리를 바짝 들고 그 앞을 걸어 다닌다. 나와 함께 이 곳에서 지내며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아 다행이다.


부비부비를 한다
아직 눈이 푸른 빛이었던 시절의 재이

-> 조건부 동그라미ㅠ

재이와 와니 둘 다 부비부비를 잘하는데, 특히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재이가 내 다리사이를 8자 모양으로 쫓아다니며 곧잘 머리와 몸을 내 다리에 스친다. 하지만 그건 조건 있는 애정이었으니, 바로 간식을 달라는 무언의 움직임에 다름 아니다. 와니는 간식 때문은 아니지만, 놀아달라는 뜻으로 자주 그러는 것 같다. 래서 조금 아쉽다.


아! 그래도 콩- 하고 박치기는 라는 것 없 해준다. 금방 간식을 먹고 배가 부른 상태로 내 손에 이마를 갖다 대며 만져달라고 하는 모습에선, 부비부비에서 받은 아쉬운 마음을 가득 채워줄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아직 7개의 행동이 더 남아있는데, 글이 너무 길어져 이만 줄여야 할 것 같다.




*. 다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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