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hl Aug 16. 2019

얘는 내 동생 와니예요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는 법#5

*. 본 콘텐츠는 <하루 20분 나는 한다> 매거진에 여러 작가들과 공동으로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 이전 편



  임보 때부터 서로 너무 잘 지냈던 재이와 와니. 그 덕에 우리 집에 같이 오게 됐는데, 그때 만약 둘을 같이 입양하는 게 어떻겠냐는 물음에 내가 "No"를 외쳤다면 어땠을까? 아찔하다. 우리 집에 온 뒤로도 재이와 와니는 남매처럼 꼭 붙어 다니기 때문이다.


임보 : 임시보호의 줄임말. 보통 보호소에서 나와야 하거나, 길에서 살기 힘든 길고양이들을 입양 보내기 전 임시로 가정집에서 보호하는 걸 일컫는다.


그런 둘의 모습이 워낙 잘 어울려 진짜 혈육인 줄 아는 사람들도 있는데, 가끔은 나도 그런 생각을 다. 둘 다는 아니더라도, 엄마나 아빠 중 한쪽은 같은 거 아냐?  




생김새

사실 전에 글 <고양이는 종일뿐, 재이는 재이고 와니는 와니예요>에서, 재이와 와니의 다른 점들을 설파하긴 했지만 둘이 닮긴 닮았다.


뭘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와니가 내게로 오기 1초전


아메리칸 숏헤어라는 미국 고양이 종에서 따온, 한국 고양이를 칭하는 코리안 숏헤어 무늬에 따라 다른 애칭이 붙는다. 노란색에 가까운 연한 갈색 털에 좀 더 진한 갈색 줄무늬가 있는 아이들은 그 색깔이 치즈 같다고 해서 치즈 태비라고 하고, 흰털 바탕에 갈색과 진한 갈색이 드문드문 있는 아이들은 총 3가지 색깔이 섞여있어 삼색이라고 하는 식이다.


고등어 태비는 치즈 태비처럼 줄무늬가 있는 건 똑같지만, 바탕색이 어두운 갈색으로 다르다. (태비(tabby)란 말 자체가 얼룩무늬 고양이를 뜻한다.) 재이와 와니는 둘 다 고등어 태비로 같은 무늬인데, 거기에 똑같이 흰 양말(발쪽 털만 하얀 걸 뜻한다.)을 신은 것과 목 주변만 하얀 털이 자리 잡은 것도 똑같다.



그루밍
누나의 그루밍에 만족스러워하는 와니의 표정(와니 입이 거뭇했던 건 피부병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재이는 곧잘 와니를 그루밍해줬다. 겨우 한 달 차이지만 그래도 누나라고 그러나? 싶을 정도로 재이는 와니를 잘 챙다. 덕분에 곧 와니가 걸린 피부병(링웜)에 전염됐지만, 둘을 떼어놓을 순 없었다.


그루밍 :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 말끔하게 꾸민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고양이의 경우 혀를 이용해 스스로 털 손질하는 걸 일컫는다

 

서로 그루밍을 해주다 한 대씩 툭 치더니, 또 머쓱-해하는 둘


하지만 서로 다정하게 그루밍을 해주다가툭-툭- 한 대씩 주고받더니, 곧 싸움으로 번지며 바닥을 뒹구는 건 아직도 적응이 안된다.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다만 싸움이 너무 심해지려고 할 때만 내가 제일 강한 고양이 인척, 어흥-거리며 둘떼놓는다. 그럼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그루밍을 시작한다. 



잘 때도 같이
잘 때도 함께인 둘


엄마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애는 잘 때가 제일 예뻐.

실은 나도 그렇다. 물론 차려준 간식을 촵촵-거리며 맛있게 먹어줄 때도 좋고, 옆에 와 앉아선 나를 지긋이 바라볼 때도 좋지만, 새근새근 거리며 눈을 감고 있는 걸 보면 마냥 순한 아기 같아서 참 예쁘다. 


손은 왼쪽으로, 발을 오른쪽으로 비틀고 자는 재이
와니야, 누나가 그렇게 좋아?

때로는 너무 특이한 자세로 자서 '저래도 되나?' 싶지만, 그런 경우가 잦다 보니 이그러려니- 한다. 오히려 몸이 트위스트 된 상태로도 평온하게 자고 있는 걸 보면, 아이들의 천진함이 느껴져 흐뭇해지기도 한다.


그 와중에 항상 함께인 점도 음이 지어지는 포인트! 덥지도 않은지 계절을 불문하고 둘이 꼭 붙어 자는 걸 보면 참 좋다. 그 자체로 힐링 된다.



데칼코마니
좌 와니, 우 재이

간혹 뒤통수가 따가울 때가 있다.


찌릿


그때 뒤를 돌아보면 이렇게 둘이 식빵을 구우며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데, 러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침대로 다이빙을 하게 된다. 칼코마니처럼 똑같은 포즈로, 똑같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 쳐다보고 있는 게 참 사랑스럽다. 재이와 와니를 둘 다 입양해도 될까 고민하고 있을 때, 동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두 마리 다 키워!
그럼 귀여움도 두배~


널어놓은 이불을 캣타워삼아 즐겼던 둘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재이와 와니

누가 누굴 따라 하는 건지 몰라도, 둘은 정말 쌍둥이처럼 같은 행동을 할 때가 다.(뭔가 이런 행동을 일컫는 단어가 있을 것 같은데...) 같은 장소에 똑같은 자세로 앉아있거나, 로 멀리 떨어져서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 식이다. 그럴 때마다 신기하고 귀여워 얼른 카메라를 들게 된다.




둘이  지내는 모습을 신기해하는 게 동생이 한 말이 있다. "원래 엄마 아빠가 다른 애들이 더 잘 지낸데,

우리도 계속 같이 붙어있으면 싸우잖아~


나름 일리 있는 말이었다. 따로 떨어져 지냈던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 더 잘 지내는 걸지도 모르겠다.



으로도 지금처럼만 지내주길-

사랑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