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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Aug 15. 2019

[하루 20분 20일] 생각 없이 웃기로 하였다.

웃음도 나이를 먹는다?

문득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웃을 일이 많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는 만큼 생각할 것도 체념하는 것도 많아진 탓이겠지.


산다는 게 이런 건가. 사춘기를 지나 사회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면서부터 잇몸이 보일 정도로 웃었던 일이 얼마나 있었을까.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게 많지 않은 걸 보니 나도 참 각박하게 살았구나 싶었다. 그냥 나이를 먹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을 때 내 얼굴의 미소도 삶의 동지가 되어 스스로 나이를 더하고 있었다.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많은 것들 중의 하나가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이다. 슬픈 웃음도 아니고 할 수 없이 웃어야 하는 억지웃음도 아닌 얼굴 가득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닌 이들을 좋아한다.


어린아이든 어른이든 웃고 있는 이들은 누구나 아름답다. 살짝 입가에 번지는 소리 없는 미소도 있고 큰 소리로 호탕하게 웃는 미소도 있지만 난 눈도 웃고 입도 웃는 얼굴을 좋아한다. 쳐다만 보고 있어도 그 미소가 나에게까지 전해져 나도 모르게 따라 웃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고에 다닐 때였다. 연극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어 오디션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과제는 두 가지였다. '웃기'와 '울기'였다. 우는 거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웃기가 걱정이었다. 역시 결과는 내가 예상한 대로였다. '울기'는 100점을 맞았지만 '웃기'는 30점이었다. 합격자를 발표하며 동아리 지도 선샘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우리는 아주 옛날부터 외세의 침입이 잦아 그들로부터 핍박을 많이 받았던 터라 슬퍼 울고 기뻐서도 울고 '우는 거'만큼은 따라올 자가 없었다. 그런 힘겨운 시절을 겪어 오늘에 이르렀기에 '웃는 거'에 어색해하는 이들 또한 많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의 피 속에는 '흥'과 '끼'가 가득 흐르고 있으니 감추기가 어려워지리라 생각한다. 여러분도 지금 떨어졌다고 울거나 실망하지 말고 다시 도전해 주기를 바라며 지금은 그냥 웃어라.>라고


선생님의 말씀이 나에게는 참 인상적이었다. 맞는 말씀이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비록 몸은 나이가 있을지 몰라도 웃음은 늘 청춘일 수 있지 않은가. 생각 없이 웃는 것도 좋지만 내 얼굴의 아름답고 건강한 미소를 만들어 보리라. 웃음에 필요한 내 얼굴의 근육을 살려 눈과 입이 웃는 아름다운 미소가 지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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