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말했다. 바야흐로 호모 라이터(Homo writer)의 시대라고. 그만큼 글을 쓰는 사람이 많고, 쓴 글을 다른 이에게 공유하는 사람도 많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글은 계속 쓰는데 발전이 없고,소재는 고갈돼 더 이상 쓸 말이 없다면?읽은 것은얼마나 되는지 살펴봐야 한다.글쓰기 서적에도많이 쓰라는 말에짝꿍처럼 붙어 다니는 말이 바로 '많이 읽으라'다.
고등학교는 과학고를 나오고,대학교에서는 컴퓨터학을 전공해현재는 IT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이렇게 뼛속부터 이과인 것 같은 나도 계속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어쩌면 많이 읽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책 한 번 읽어볼래?
초등학생 때까지 나는 그렇게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엄마가 사주신 자연/과학 전집은 동생과 집 만드는 놀이를 할 때 벽이나 기둥으로 사용했고, 그 벽과 기둥을 본래의 목적인 책으로 쓸 때는 글을 읽기보단 사진이나 그림을 보는데 더 열심이었다.
그러다 중학생이 됐을 때, 나보다 3살이 많아 고등학생이었던 언니가 내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책 한 권을 다 읽으면 500원을 준다는 것이었다.당시500원이면 지금의 5000원 정도인 적지 않은 돈이라 솔깃했다.고등학생이었던 언니에게도 꽤 큰 금액이었을 텐데, 내가 금방 포기할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언니의 예상과 달리 나는 곧 책 한 권을다 읽고 500원을 받았다. 그때 읽은 책이 뭐였더라. 표지는 파랗고 뭔가 바다와 관련된 내용에, 고전도, 유명한 현대소설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재밌었다. 난곧 독서의 재미에 푹 빠졌고, 언니의 돼지저금통은 홀쭉해져갔다.
리더에서 라이터로
책 읽기는고등학생 때 더욱 박차를 가했다. 공부에 치이다 보니 독서를 하는 시간이 휴식처럼 느껴졌고, 머리를 식힌다는 핑계로 자습시간에 몰래 책을 읽기도 했다. 대학생 때는 자유를 만끽하느라 전공서적 외의 책을 보는 시간이 확 줄었지만, 다행히 회사에 들어가니 다시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올 초엔 글쓰기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최소 한 개 이상은 쓰자고 다짐한 후, 꾸준히 글을 쓴 게 벌써 8개월. 그동안 총 70개의 글을 썼으니 대충 한 달에 9개, 일주일에 2개 이상의 글을 쓴셈이다.
내 글을 읽고 나를 독서의 길로 안내해준 언니는 이런 평을 남긴 적이 있다. "기획력이 있어. 안 써본 것 치고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다른 사람 글을 흉내 내는 능력이 탁월하달까?" 충청도가 제2의 고향인 언니만의 칭찬이다. 바로 그 동물적인 감각이 독서를 통해 체득한 무언가가 아닐까 싶다.
요즘은 여러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며,다른 이들의 글을 읽는다. 작가가 10명이면 10개의 시선을 간접 경험한다. 그러면서 글을 풀어나가는 다양한 방식을 배울 수 있고, 소재가 없을 땐 다른 작가가 쓴 소재로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읽음'으로써 절로 '쓰기' 공부가 되고, 쓸거리가 생긴다. 호모 라이터이기 전에 호모 리더(Homo reader)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의 Q. 글을 쓰려고 앉았는데 진도가 안 나가나요? 그렇다면 잠시 노트북을 덮고 책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요?
호모 리더이면서 동시에 호모 라이터가 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뭘까요? 바로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는 겁니다. 다른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내 글도 쓸 수 있으니까요. 자, 그렇다면 이 글쓰기 모임에서 핵인싸가 되는 방법은 뭘까요? 글을 자주 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이것'을 다음 주 월요일 아침 8시, 일과삶님의 <나는야 댓글 천사>에서 만나보세요. 6명의 작가들이 풀어놓는 글쓰기 이야기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지금 바로 <<매일 쓰다 보니 작가>> 매거진에서 구독을 누르는 것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