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람의 생각과 글 쓰는 스타일 익히기
일 년 전에 50일 주 1회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다. 주 1회 글을 올리고, 댓글로 소통하며, 글쓰기를 응원하는 모임이었다. 예의상 블로그 회원에게는 이웃 신청을, 브런치 회원에게는 구독 신청을 했다. 당연히 회원의 글에 라이크와 댓글을 달았다. 마음 약한 나는 모든 회원의 글에 동일한 법칙을 적용했다. 당시 회원이 30여 명이었는데 구독, 라이크, 댓글을 달다 보면 매일 최소 한 시간은 소요되었다. 일일이 읽어보고, 고민해서 댓글을 달았다.
댓글을 다는데 투자한 만큼 내 브런치 회원이 늘고, 내 글에 라이크와 댓글이 달렸을까? 절대 그렇지 않았다. 암묵적인 모임의 약속이지만 100% 지키는 사람은 드물었다. 댓글 다는 사람만 달았다. 내가 30개의 다른 사람 글에 댓글을 달면 내 글에는 서너 개만 달렸다. 그래서 나는 포기했을까? 아니다. 50일 동안 열심히 달았다. 그 이후로도 계속 참여했으니 250일 이상은 꾸준히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은 셈이다. 혹시 누락된 글이 있었다면 나의 의도가 아니니 너그러이 용서해 주길. 굳이 댓글은 안 달아도 주기적으로 내가 구독하는 브런치 작가의 글을 읽고 라이크한다.
최근 108일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다. 나의 결벽증은 또 시작되었다. 나는 왜 미친 듯이 글을 읽고 댓글을 모두 다는 걸까? 한 사람이라도 소외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누구는 댓글을 달아주고 누구는 달아주지 않는 불공정한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시작한 댓글 달기, 어떤 결과가 있을까?
내용을 파악해야 댓글을 달 수 있으니 설렁설렁 읽을 순 없다. 모든 회원이 글을 다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제법 많은 글을 읽었다. 나도 모르게 다양한 사람의 생각과 글 쓰는 스타일을 알 수 있었다. 때로는 읽은 글에서 글감을 떠올리기도 했고, 영감을 얻어 내 글을 쓸 수 있었다. 담고 싶은 표현은 마음속에 새기고, 어색한 표현은 조심하리라 다짐했다. 내 글을 쓰면서 글 실력도 늘었지만, 다른 사람 글을 읽어 사고가 확장되었다.
글쓰기 모임에서 나처럼 댓글 천사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댓글 천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글에만 집중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글에 관심을 가져보자. 다른 사람의 어휘 선택, 편집 방법, 글의 전개와 구조를 배울 좋은 기회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댓글로 표현할수록 글쓰기 실력은 쑥쑥 자란다.
글쓰기 강좌 카페에 올라온 학인들 글에 댓글을 일삼아 단다. 댓글 없는 쓸쓸함을 지나지지 못한다. 대개의 반복적인 행위가 깨우침을 주듯, 댓글 달기도 그랬다. 어떤 글을 읽고 느낌이나 생각을 짧게 표현하는 일이 그 자체로 감응 훈련이 되는 것은 아닐까. 댓글 달기가 감응 근육 형성, 순발력 향상에 일조하더라는 임상 결과를 얻었다.
글쓰기를 배우는 학인에게 당부한다. 과제하기는 기본이고 후기 쓰기와 댓글 달기가 '의외로' 중요하다고, 형식을 갖춘 과제 글이든 자유롭게 쓴 후기 글이든 짧은 댓글이든 마찬가지 원리다. 어떤 대상과 교감하고 그 감정을 활자로 표현한다는 점은 같다. 한 문장이라도 갖고 놀다 보면 글쓰기가 즐거워질 수 있다.
- 《쓰기의 말들》 중에서
지금 이글부터 댓글을 달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