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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Sep 12. 2019

글포자 탈출 가이드

나 혼자 하는 추석 특집

갑자기 ‘그분’이 오실 때가 있다. ‘아, 글을 써야겠어!’하는 순간. 쓰고 싶은 사건이 생겼든가, tv에 나온 어떤 작가가 멋있어 보인다든가, 일반인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10쇄까지 찍었다는 뉴스를 읽었다든가.


오래간만에 칼퇴하고 목욕재계 후 노트북 앞에 앉는다. 한글 파일을 열고 글쓰기에 착수한다. 째깍째깍, 시간이 간다. 커서는 깜빡깜빡 재촉하는데 단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뭘 쓴 담.. 그래, 주제부터 잡자!’


우선 첫 줄에 ‘4차 산업혁명’이라고 적는다. 막막하다. 자료 조사를 하려고 웹서핑을 하다 유튜브 빠진다. 관련 영상을 연속해서 보다 보니 잘 시간이 넘었다. 내일 출근하려면 자야 한다. 미련이 남으면 이 짓을 두세 번 반복하다 글쓰기는 나와 맞지 않은 것 같다고 단정한다.


이것이 글쓰기 초보자가 ‘글포자’로 직행하는 프로세스다.-고백하자면 몇 년 전의 나도 그랬다.- 그럼 이 프로세스를 조금씩 수정해서 글포자 결말에서 벗어나 보자.   


1. 목욕재계 후 노트북 앞에 착석

당신은 회사에서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등골이 휘도록 일했다. 모든 인내력이 고갈되었다. 그런데 또 노트북 앞에 앉는다고? 온몸이 일하기 싫다며 아우성을 칠 것이다. 목이 마르고, 눈이 침침하고, 스트레스로 목덜미마저 뻐근다. ‘내가 퇴근하고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는 자괴감마저 든다. 이럴 땐 폰을 들자. 요새는 PC는 물론 핸드폰으로 실시간 동기화되는 문서 작성 도구가 많아졌다. 나의 경우엔 구글 독스를 주로 쓰고, 이외에도 에버노트, 카카오톡 ‘나에게 쓰기’, 메모 기능, 아니면 블로그 비밀글 등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초고는 소파나 식탁의자에 앉아서 편하게 폰으로 쓰자. 심리적 장벽을 낮추면 한 결 쓰기가 편해진다.   


2. ‘4차 산업 혁명’

'4차 산업 혁명'이라니,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이상 너무 넓고 일상과 동떨어진 주제다. ‘좁고’, ‘가깝게’ 쓰자. 차라리 ‘오늘 점심시간에 부장이 4차 산업 혁명 운운하며 잘난척했다. 재수 없다. 저 인간은 언제 AI로 대체될까?’ 정도가 낫겠다. 글감이 정말 떠오르지 않을 땐 ‘만약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하는 식의 평상시 소망도 괜찮다. 혹은 흑역사 발굴도 추천한다. 창피하겠지만 기억이 비교적 또렷하고, 무엇보다 읽는 사람은 재밌다!


3. 웹서핑

아무 준비 없이 써 내려가는 사람은 드물다. 앞서 언급한 폰-PC 연동 문서 작성 도구로 평상시에 글감을 조금씩 모아 놓자. 하다 보면 글 가닥이 보이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미리 모아 놓으면 ‘각 잡고’ 쓸 때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가 절약된다. 자료 조사는 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딴 길로 새는 주범이다. PC든, 폰이든 가능하면 인터넷을 쓰기 불편한 환경에서 초고를 작성해놓고 맨 마지막 퇴고와 맞춤법 검사만 웹을 이용하면 한결 수월해진다.


4. 두세 번 시도 후 포기

최근 글쓰기 서적을 보면 일관되게 하는 말이 '매일 쓰기'다.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덜하고, 글쓰기가  좋아 미치겠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길게 보기를 추천한다. 1일 1글은 전문 작가가 아닌 이상 부담스럽다. 지치고, 질린다. 이 주일 매일 쓰다 포기할 바에야 일주일에 한두 번 쓰며 일 년 이상 버티는 게 이득이다. 더 많은 글을, 천천히 쓰며 발전할 수 있다. 길게 보자.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Q) 구글독스를 깔고 이번 주 주제를 잡아보세요!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어플을 배치하고 웹서핑 대신 짬짬이 써보면 어떤 글이 탄생할까요?




다음 매거진 글은 '글로 밥 벌어먹는 여자' 작가님의 <카페에서 글 쓰세요?>입니다. 글밥 작가님의 멋진 글이 탄생하는 장소는 어디일까요?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지금 《매일 쓰다 보니 작가》 글을 추천드립니다. 꾸준하게 글을 쓰며 자신만의 무기를 단단하게 다진 작가의 노하우가 궁금한 분들은 매거진 구독 부탁드릴게요.



Background (c) by Prawny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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