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블랙 미러> 이야기
*. 스포 방지를 위해 자세한 내용 없이 감상 위주로 적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스포를 위해 민감하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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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은 5개나 되지만, 에피소드는 총 22개밖에 안되니 (<밴더스내치> 제외) 금방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내 귀차니즘과 게으름을 과소평가했다. 마음을 먹은 지 꼬박 반년이 지나서야 먼지 쌓인 '작가의 서랍'에서 쓰다 만 글을 찾았다. 오늘은 꼭 끝내야지.
이 에피소드는 가장 자주 틀었지만, 매번 끝까지 가지 못해 다 보는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블랙 미러의 타 에피소드에 비해 소재가 엄청 신기하거나, 비주얼이 독특해 흥미를 불러일으키거나 하진 않아서였던 것 같다. 그래도 다 보고 나면 엄지를 척 들게 된다. 사람 혹은 동물을 대체하는 로봇의 위험성을 깨우치게 하는 이야기.
가장 위험하게 느껴졌던 에피소드다. 예전에 들었던 무서운 이야기 중 아직도 가끔 생각나는 게 하나 있다. 누가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는데 그게 귀신이었고, 그 후론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도 눈을 뜨지 못하고 영원히 잠들었다는. 역시 가장 무서운 건 현실과 꿈(가상)을 구분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눈을 뜰 수 있어도 뜨지 못하는 게 되는 거 아닐까.
실제 할리우드 스타인 마일리 사이러스가 유명 아이돌로 출연해 이목을 끈 에피소드다. 개인적으론 어벤저스의 팔콘으로 활약하고 있는 앤서니 마키가 출연한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보다 더 기대했다. 하지만 로봇의 작동 방식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스토리 전개가 뻔해 조금 지루하다.
낯익은 배우의 얼굴을 보고, 꽤 초반에 선택했던 에피소드 중 하나.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여기서 <레이디 인 더 워터>보다는 <50/50>에 가까운 캐릭터를 선보인다. 실리를 따지며 때로는 비굴하게 구는 것도 서슴지 않지만, 결과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SNS에 중독된 현세대에 일침을 날리는 이야기.
처음에 다 보고 나선 별 생각이 없었다. 그저 세상에 남은 육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저것도 잘 보존되어야 할 텐데... 하는 걱정뿐. 그런데 생각할수록 이 에피소드에 나온 기술이야말로, 여기저기 활용할 데가 많을 것 같다. 장애, 성(姓), 외모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언젠간 컬러로 변하지 않을까-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인 에피소드. 텅 빈 거리, 삭막한 도시에서 몇몇 어른들이 합심해 '무언가'를 찾아 떠난다. 도중에 목숨을 잃은 이도 있지만, 남은 이들은 멈추지 않는다. 과연 그들이 목숨을 바쳐 얻고자 한 건 무엇이었을까? 부드럽고 말랑한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과거가 아니었을까.
실제 전장에서 쓰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다, 곧 내 눈도 의심하게 되는 에피소드. 내가 보고 듣는 게 사실이 아니라면?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착시 드레스를 들어 한 과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보는 것과 옆 사람이 보는 색깔이 같은지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어쩌면 요즘같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만연한 때에 더욱 와 닿을 이야기.
왈도를 보면 펭수가 생각난다. 둘 다 동물의 탈을 쓴 어린이용 캐릭터로 탄생했지만, 사람의 말을 하며 어른의 공감을 끌어낸다. 현실의 펭수와 달리 왈도는 정치판에 발을 들이게 되고, 스크린 속 왈도를 연기하는 코미디언 제이미는 혼란스럽다. 과연, 왈도는 왈도일까?
갓 대학생이 됐을 무렵, 고등학생인 동생이 그렇게 어리고 여려 보였다. 험한 세상에 혼자 나가는 게 걱정돼 집 앞 마트를 갈 때도 같이 길을 나서곤 했다. 동생도 그런데, 하나뿐인 딸이라면?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으리라. 십분 이해는 하지만 너무 멀리 갔다. 과유불급의 실사판.
이 에피소드를 본 건 오래전이지만, 지금 와서 다시 그 이야기를 돌이켜보면 n번방 사건이 떠오른다. 덜미를 잡히는 순간,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발을 들이게 하는 디지털 범죄. 모든 기술은 더 나은 삶을 명분으로 개발되지만, 쥐어진 손에 따라 남을 헤치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
BBC의 <셜록 홈스>를 애정 하는 사람으로서, 셜록의 주적 모리아티로 분한 배우 앤드류 스캇을 몰라볼 수 없었다. 하지만 기대가 컸는지, 너무 생활 밀착형 스토리였는지, 조금 실망스러웠다. CEO는 대학생처럼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다니고, 인턴은 오히려 옛날 사장처럼 정장을 빼입고 다니는 세태를 반영해 소소한 재미가 있다.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