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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Sep 28. 2019

샤워도 하지만, 영감도 떠올리는 중입니다

나만의 영감 트리거를 찾아서...

<로마 위드 러브>라는 옴니버스 영화가 있다. 페넬로페 크루즈, 로베르토 베니니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흥행에 실패한. 과연, 영화를 본 후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피식-하고 웃어넘겼던 미켈란젤로의 이야기가 자꾸 머리를 맴돌았다. 내가 그와 닮았단 생각이 들었다.


미켈란젤로는 집에서 샤워를 하며 오페라를 부르는 게 취미다. 실력도 좋지만, 오직 그때뿐. 옷을 차려 입고 남들 앞에 서면, 무대 공포증에 떨리는 음성으로 겨우 노래를 이어간다. 이에 그의 사돈 제리가 아이디어를 낸다. 무대에 이동식 샤워부스를 올려, 그가 샤워를 하며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자 미켈란젤로는 오페라 무대에서도 천상의 목소리를 낸다. 중간중간 샤워타월로 몸을 문지르며 말이다.



미켈란젤로와 나의 공통점


얼마 전 샤워를 하며 '아, 그건 이렇게 바꾸고, 그다음엔 이런 이야기를 넣으면 되겠구나!'라며 당시 쓰고 있던 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떤 말을 덧붙여야 하나, 문단 사이는 어떻게 연결해야 하나, 막막하던 차에 샤워를 하며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처음은 아니었다.


영화 <기생충>을 본 때였다. 글로 쓸 생각은 전혀 없이, 집에 돌아와 샤워를 했다. 그런데 자꾸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르고, 각 장면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글의 구성까지 다 떠올려버렸고,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나와 머리에 그대로 수건을 두른 채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3시간 만에 쓴 글은 대박이 났다. 금세 천, 이천을 찍더니 하루 만에 조회수 2만을 넘어, 지금도 누적 조회수가 가장 높다.



샤워는 내 영감 트리거


샤워를 할 땐 딱히 집중을 할 필요가 없다. 매일 한번 이상은 하는 일이니, 1년이면 365번, 2년이면 730번, 20년이면 적어도 7300번은 반복했을 일이니까. 그러나 막상 '오늘 아침 샤워를 할 때 목부터 씻었나요? 팔부터 씻었나요?'라고 물으면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습관처럼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절로 움직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머리는 몸에게 지시를 내려줄 필요가 없어, 온전히 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생각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고, 그 생각을 또 다른 생각으로 이어가며, 그 끝에 평소에는 나오기 힘들었을 근사한 아이디어 떠올리는 게 아닐까. (고백건대 이 글 또한 샤워를 하 떠올린 글감 중 하나다.)

 

어느 철학자는 한 손에 수저를 든 채 책상에 앉아 선잠을 잔다고 한다. 잠이 들어 손에서 힘이 풀릴 때 수저가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고, 그 소리에 잠에서 깰 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갓 잠이 들었을 때만 나타나는, 불가능이 없는 무의식의 세계를 훔쳐보려 한 건 아닐까.



이제 당신 차례다. 영감을 주는 건 나처럼 샤워를 하는 행위일 수도 있고, 특정한 장소나 음식이 될 수도 있다.


당신의 영감 트리거는 무엇인가요?






혼자 구석에 앉아 컴퓨터만 바라보고 있으려니 막막한가요? 글쓰기는 외로운 싸움이란 생각이 드나요?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요? 함께 하는 사람이 있을 때의 글쓰기, 그 신기한 세계를 더 알고 싶다면 다음 주 월요일 아침 8시, 일과삶님의 <사람을 통해 글쓰기를 배우다>를 읽어보세요. 6명의 작가들이 풀어놓는 글쓰기 이야기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지금 바로 <<매일 쓰다 보니 작가>> 매거진에서 구독을 누르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 표지 사진 : Photo by Laura Marque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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