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노트'를 읽고...
작은 책방을 차리고 싶어 하던 한 평범한 직장인이 있다. 그는 당장 책방을 차리지 못하는 대신, 사내 독서 동호회를 만들어 다방면의 책을 읽고 이를 주변 사람들과 나눴다. 영어 실력을 향상하고 싶을 땐 스터디를 만들어 결국 한 권의 영어 책을 모두 외웠고, 책을 읽다 알게 된 좋은 습관(예를 들어, 하루 5분 일기 쓰기)은 그냥 넘어가지 않고 바로 실천에 옮겼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도전들을 모두 글로 써 다른 이들과 공유했고, 그 글들이 모여 '시작 노트'라는 책이 되었다.
만약 그가 오래된 유행어처럼 '난 안될 거야'를 외치고 이전과 같은 생활을 반복했다면 어땠을까? 동호회를 직접 만들어 시작할 기회를 만들기는커녕 이미 있는 스터디에 참가하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그는 여전히 '내일부턴 영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야지'라는 다짐을 매일같이 하며, 언젠가 은퇴를 하게 되면 꼭 작은 책방을 차려야겠단 희망을 품고 하루하루를 버텼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작가가 아닌 엔지니어로서 몇십 년을 더 일했을 것이고,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대입해보자. 내가 어제도, 오늘도 다이어트를 해야겠단 생각만 하고 실제론 하지 않고 있다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너무 싫어서 이직을 하고 싶지만, 실제로 이직을 위한 준비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면? 그리고 나는 지금의 삶이 불만스럽지만 이를 바꾸기 위한 새로운 시작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면...?
물론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살을 빼기 위해 헬스장에 회원 등록을 하고 싶은데, 요새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자주 못 갈 것 같으니까 등록을 하지 않는다. 이직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너무 바빠 시간이 없으니까 엄두를 못 낸다. 어차피 꾸준히 하지 못하고 실패할 거란 생각에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탄탄대로를 걸은 듯한 그의 행보는 실은 무수한 실패 위에 세워진 것임을 알게 된다. 호기롭게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으나, 팀이 바뀌면서 30회 끊은 중국어 수업을 채 4회도 듣지 못한다. 소셜 미디어 단식을 꿈꾸지만 간헐적 단식을 하는 수준이고, 결혼 전 한 번의 다이어트엔 성공했지만, 두 번째 다이어트는 그 성공 여부가 미지수에 있다. 그래도 그는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 진행형으로 끝없이 시작하고, 실패하고, 그리고 그것을 다시 반복하는 삶을 살고 있다. '경험수집잠화점'을 통해 15개가 넘는 모임을 리드하며 사람들에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재미,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습관 등을 전파하고 있으며, 때로는 정원을 채우지 못해 폐강되려는 강연을 소생시켜 프로 강연자로 서기도 한다. 그의 아들이 말한 것처럼 '실패'란 '성공할 수 없다', '끝났다'라는 뜻이 아니라 '다시 하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Fail이 무슨 뜻인지 아냐 묻자 "실패"라고 대답하더라. 그래서 실패가 무어냐고 묻자 아들이 "다시 하라는 거야"라고 했다.
- 시작노트 中 -
나와 친한 한 언니는 항상 나에게 이렇게 해보라, 저렇게 해보라고 조언을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그 조언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곤 '내가 네 나이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이라는 서두로 신세한탄을 시작하며, 지금이라도 시작해보라는 내 말엔 항상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은 거'라는 박명수의 개똥철학을 인용하며 반기를 든다. 그 언니와 같은 생각으로 아직도 시작하기를(또는 실패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작 노트'에 소개된 한 할머니의 이야기와 그녀가 남긴 말을 적으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모지스 할머니는 76세가 되던 해, 평소 앓던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자수바늘 구멍에 실을 끼울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바늘 대신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화가로서 백악관에 그녀의 그림이 걸릴 정도로 엄청나게 성공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와 같은 말을 남겼다.
사람들은 늘 '너무 늦었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지금'이 가장 좋을 때입니다.
-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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