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 최고봉, 집 구하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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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위치도 정해지지 않은 지하철을 기다리며, 버스를 탔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몇 년이나 출퇴근을 할 자신이 없었다. 주말 낮에도 사람이 없어 썰렁한 동네 분위기도 별로였고, 무엇보다 '여기야!'라는 느낌을 받은 집이 없었다. '응, 아파트구나'가 다였다.
다음은 어디로 가봐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결혼하면서 수지구청에 집을 산 회사 후배 생각이 났다. 당시 회사가 판교에 있던 탓에, 신분당선 라인이면서도 집값이 분당보다 저렴해 동료들 중에서도 특히 신혼부부의 첫 집으로 많이 선택받은 곳이었다.
그래, 수지가 있었지!
하지만 수지구청역엔 아파트가 거의 포화상태라, 실거주이긴 하나 투자 목적도 있던 우리에겐 안 맞는 것 같았다.
나 : 우리도 첨엔 수지구청역 보다가... 근데 거기가 살기는 좋은데 집값 오를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ㅠ
동료 : 그래 언니, 앞으로는 성복역이야~ 수지 쪽에서는 성복이 젤 나은 거 같애
나 : 성복?
처음 들어본 이름이었지만, 동료의 말을 듣고 검색을 해봤다. 원래 수지의 부촌으로 40평대가 넘는 큰 평수 아파트들이 많지만, 역 주변으로 30평대의 신축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몇 달안에 역과 연결되는 복합쇼핑몰이 오픈할 예정이었다. 흔히 말하는 호재였다.
성남에 대한 미련을 가슴 한 켠에 품고, 서울 전세와 경기도 자가를 저울질하고 있는 남자 친구에게 성복역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수지에선 성복이 핫하데!
그리고 우린 성복역으로 임장을 가기로 했다.
첫 번째로 간 곳은 성복역의 3개 대장 아파트 중 하나로 초품아*였다. 역에서 가깝기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들지 않았지만, 브랜드 아파트고, 지어진지 얼마 안 된 준신축이고, 또 건설사에서 투자를 해 리모델링한 꽤 좋은 초등학교를 품었다는 점이 그 아파트를 대장으로 만든 듯했다.
입구의 1층 상가엔 큰 마트와 카페, 편의점 등이 있어 역과 멀다는 단점을 상쇄하는 듯했다. 주차 공간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세대 당 한 대는 델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었다. 준신축인 만큼 단지 내 놀이터도 화려했고, 헬스장과 커뮤니티 시설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이제 집을 둘러볼 차례였다. 처음 간 집은 위로 긴 삼각형 모양의 단지 꼭짓점에 위치해, 입구에서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남서향인 탓인지 여름인데도 뭔가 서늘한 느낌이 들었는데,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폐가도 한몫했다. 그 옆으로 보이는 높은 첨탑의 교회는 고요하지만은 않을 일요일 아침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다른 쪽 창을 보니 예의 그 초등학교가 보였다. 과연 초등학교는 마치 또 하나의 동인 듯 아파트 단지와 이어져있었다. 아이는 차가 다니는 도로를 건너지 않고 학교에 갈 수 있고, 집에선 아이가 학교에 가는 길을 지켜볼 수 있다.(어쩌면 운동장에서 노는 모습도 볼 수 있으리라.)
미혼인 내가 봐도 엄청난 메리트였다. 왜 다들 초품아, 초품아-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초품아라는 건 단순히 학교가 집과 가깝다는 게 아니었다. 그 이상이었다.
두 번째 집은 삼각형의 우측 꼭짓점에 위치한 곳이었다. 단지 내에서 동 간 거리가 가장 넓은 곳이었고, 10층이 넘는 고층이었다. 프라이버시도, 뒤편의 도로 소음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게다가 남향에 가까운 남서향이라 밝은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집을 보고 나오는 길에 부동산 아주머니가 말하길, 정오가 지나면 직각 방향으로 놓인 다른 동에 의해 그림자가 질 수 있단다. 과연, 나와서 건물을 바라보니 양옆으로 다른 동에 끼여있는 모양새가 퍽 답답해 보였다.
세 번째 집은 입구와 가장 가까운 동의 2층이었다. 도로변에 위치해 동 간 거리야 말할 것도 없고, 건너편으론 공원이 있어 뷰도 좋았다. 문제는 낮은 층수였다. 1층이 상가라 층간소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점은 좋았지만, 바로 앞 도로를 달리는 차 소리와 매연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마음에 쏙-드는 집이 없었다.
*. 초품아 :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 표지 사진 : Photo by NeONBRAND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