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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Jun 17. 2020

있을 때 잘해

프러포즈 뒷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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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거기였어!'
생각을 해낸 스스로가 기특했다.


어디서 잃어버린 건지 알았으니 금방 찾겠단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따스한 햇살 아래 친구들과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겼다. 곧 여름이 올 것만 같은 날씨였다.


얼마 후 그에게 카톡이 왔다. 모든 바지 주머니를 다 뒤져봤지만 없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에도 갔다 왔지만 없었다고 했다. 스멀스멀 검은 구름이 드리워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들어가기 전 차를 한 번 더 확인하고, 들어가서는 온 가방과 옷, 세탁기까지 목걸이가 있을만한 장소를 모두 다시 뒤졌다. 하지만 없었다. 정말 목걸이를 잃어버린 것이다. 사실 친구들과 있을 때만 해도 귀한 프러포즈 선물을 아무 데나 두는 내가 미워, 그가 일부러 숨긴 걸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었다.
그가 장난을 친 것도,
그날 입은 옷에 들어있는 것도.


구석구석을 뒤지다 더 이상 찾을만한 데가 없자, 허탈감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밀려들었다. 웬만한 월급만큼 비싼 목걸이를 한 달도 안 돼 잃어버리다니! 마치 그만큼의 돈을 실수로 땅바닥에 버린 것 같아 허탈했고, 생애 한 번뿐인 프러포즈 선물을 간수하지 못해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는 괜찮다며, 나중에 돈을 더 많이 벌어 더 좋은 걸 사주겠다며 나를 위로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평소엔 그가 출근한 줄도 모르고 자는 내가 알람도 없이 눈을 떴다. 일주일에 한 번이나 찼을까- 거의 꺼내보지도 않았던 목걸이인데, 잃어버리고 나니 몸에서 이상 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6시 40분까지 일어나야 하는 그는 여전히 곤히 자고 있었고, 그런 그를 깨우지 않으려 조심히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자연스레 옷방, 서재, 화장대를 차례로 훑으며 다시, 옷과 책상 서랍, 보석상자를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역시 없었다. 막연히 집 안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근거 없는 희망이었단 걸 깨달았다. 어느새 시간이 됐는지 그가 다가와 말했다.

애기야, 괜찮아.

물론 괜찮지 않았다. 하루 만에 포기할 순 없었다. 다시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그 날 집에 돌아왔을 때 목걸이가 있었는지, 그걸 어디에 뒀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러고 보니 바로 어제 뭘 먹었는지 떠올리는데도 시간이 한참 걸리는 게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싶었다. 다행히 마지막으로 붙들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다. 바로 그 날 방문한 드레스샵이었다.


일요일이고, 저녁이고, 다음날은 또 휴무라 연락을 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수요일, 드디어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분실물로 들어온 건 없지만 다시 한번 찾아보겠다며 전화를 끊었고, 3시간 후에 걸려온 전화는 끝내 마지막 희망을 꺼뜨렸다.

다 찾아봤는데 없네요.
어떡하죠?


순간 말문이 막혔다. 정작 어떻게 할지 모르겠는 건 나였으니까. "아... 어쩔 수 없죠." 다행히 할 말이 생각나 겨우 전화를 끊고, 괜히 공홈에 들어가 목걸이를 검색해봤다. 디자인이 맘에 안 든다며 그를 타박했었는데, 이제 보니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정말 딱이었는데!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보고 싶을 때 보고, 차고 싶을 때 차는 내 것이었는데, 이젠 이렇게 사진으로만 볼 수 있게 되다니... 슬픔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다음 날은 오랜만에 회사로 출근했다, 차가 밀릴 것 같아 일찍 퇴근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댄 후, 시간도 남았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수석을 살폈다. 그동안은 내 재킷에서 빠졌을 거란 그의 말에 내가 탔던 운전석과 재킷을 벗어뒀던 뒷좌석만 찾아봤기 때문이다.


의자엔 별 게 없어 바닥 시트를 훑는데, 순간 탁! 부직포로 붙인 틈 사이에서 뭔가가 손에 걸렸다.

목걸이였다.
그때 찼던 귀걸이와 함께 엉켜있는.


얼른 집으로 들어가 엉킨 줄을 풀어 목에 걸고 사진을 찍어 그에게 보냈다. "나 뭐 달라진 거 없어?" "앞머리 잘랐어? 뿌염?" 오답을 연발하던 그는 결국 '헐'을 내뱉었고, 어디서 찾은 건지 궁금해하는 그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조수석 바닥. 그 말인즉 애기 바지 주머니에서 빠졌단 거지!"


그가 주머니에 넣어뒀다 잃어버렸단 걸 알게 되니 꽤나 통쾌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스스로를 탓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론 알아서 눈이 번쩍 뜨이는 아침이 없어졌고, 못내 생각나 그에게 미안하단 말을 하는 일도 없어졌다. 대신 새롭게 생긴 습관이 하나 있다. 보석함에 눈길이 갈 때마다 한 번씩 뚜껑을 열어 목걸이가 잘 있는지 확인하는 것.



있을 때 잘해야지.







*. 표지 사진 : Photo by Cosiela Bort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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