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고양이 #8 - 고양이와 끈
얼마 전 와니가 새로 산 캣폴에 달린 장난감을 갖고 노는 걸 봤다. 뒷발로 서서 한참을 얼굴에 부비며 놀길래, 역시 고양이라 생선(실은 그 안에 든 캣닢)을 좋아하는구나- 했는데
아니었다.
잘 보니 캣닢이 든 인형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바로 그 인형을 매단 줄을 좋아하는 거였다.
겨울에 뜨개질을 하고 있으면 풀린 뜨개실로 장난을 치다 엉망진창을 만드는 고양이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 와니도 (당연하게) 고양이였던 것이다! 대부분의 고양이 장난감이 길쭉한 형태를 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 이리라. 보통의 고양이들은 끈을 좋아한다. 와니와 재이도 그렇다.
어느 날 알록달록한 줄 모양의 새 낚싯대를 꺼냈더니 아이들이 전에 없던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와니는 지치지도 않는지 뛰고, 또 뛰고, 헥헥거리다 조금 쉬고는 다시 뛰기를 반복했다. 신기할 정도였다. 아이들의 체력은 정말 따라갈 수 없다고 하는데 정말 그랬다. 캣초딩 그 자체였다.
다행히 그 낚싯대에 대한 흥미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지(고양이는 보통 장난감에 대한 흥미를 금방 잃는다), 이젠 그 낚싯대 소리만 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꽁꽁 숨어 어디에 있는지 모를 아이들을 찾을 땐 이런 점이 참 편리하다. 낚싯대를 집어 들고 흔들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 옷방에서, 서재에서, 손님방에서 아이들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온다. 분명 다 찾아본 곳들인데 말이다.
다만 늦은 밤 자러 가기 전 자리를 정리할 땐 낚싯대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미 잠들었던 아이들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금세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다가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때로는 굳이 장난감을 찾아 흔들지 않아도 된다. 선물 상자나 꽃다발을 감싸던 끈으로도 충분하다. 상자 안에 뭐가 들었나-궁금해 분주히 포장을 뜯는 내 옆으로 보송한 여덟 개의 발이 소리 없이 걸어온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은은한 빛깔의 길고 부드러운 리본뿐. 어느새 리본은 여느 장난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와니의 손에서 재이의 손으로, 다시 재이의 입에서 와니의 입으로 옮겨지며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또 다른 의외의 잇템은 바로 줄자다. 뽑을 때 나는 치익- 소리와 늘어져 흐느적거리는 줄에 아이들이 눈과 귀를 쫑긋한다. 나에겐 그저 길이를 재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지만, 아이들에겐 또 하나의 매력적인 장난감인 것이다.
덕분에 줄자로 아이들의 몸 길이나 둘레를 재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 된다. TV에서 본 비만도를 측정해볼까, 저 고양이가 키가 큰 편이라면 우리 애들은 어느 정도인 걸까? 궁금해 줄자를 들면 아이들이 자꾸 제 등에 있는 줄자를 좇느라 몸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정말 비싼 장난감도
다 소용없단 생각이 든다.
덧. 줄자를 등 뒤에 감춘 채 다가가 쓰다듬어주는 척하다 재빠르게 손을 놀려 간신히 미션을 완수했다. 재이와 와니는 종(코리안 숏헤어)에 비해 몸길이가 긴 편이었고, 또... 둘 다 비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