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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Jul 11. 2023

흔하지만 가볍지 않은

마음의 감기, 우울증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말하는 정신적 질환, 우울증. 너무 흔히 듣고 말하는 탓에 이 병자체가 가볍게 여겨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중이다. 조금이라도 기분 안 좋은 티를 내며 의욕이 없다느니 요즘 슬프다더니 하면 우울증인가? 우울증 아냐? 하는 반응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이 병은 결코 이렇게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될 일이다. 물론 이 병을 감기로 생각하고 열심히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은 중요하지만 병 자체를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는 뜻이다. 내가 심리학 관련된 수업을 듣고 공부할 때면 꼭 우울증에 관련된 얘기가 나온다. 이제는 현대인의 감기와 같은 질병으로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으며 상담 혹은 약물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필수적으로 들어갈 정도다. 우리가 가진 정신과에 대한 인식은 어떠했는가. 정신과에 다니는 사람이라 함은 정신이 조금 아프거나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가 아닌, 정신이 이상한 사람, 가까이하기 무서운 사람, 미친 사람 정도로 취급되어 정신과를 다니는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으며 이를 심각히 받아들이는 이들은 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발을 딛지도 못한다. 이에 문제점을 제기하여 정신과에 와서 병을 치료하는 것은 일반 병원에 가서 아픈 곳을 치료하는 것과 같으니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뜻에서 시작한 감기와 같다는 말이 어느 순간 우울증은 흔한 것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우울증 증상을 가졌던 적이 있다. 우울증에 걸렸다-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준하는 정도까지 갔었으나 주변의 도움덕으로 쉽게 벗어날 수 있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사람이 심리적으로 굉장히 위축된다. 평소에 아무런 생각 없이 하던 행동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며 주변의 눈치를 과하게 보고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재밌는 얘기를, 재밌는 상황을 아무리 해도 평소처럼 밝게 웃고 떠들지 못하고 분위기만 맞춰줬다. 혼자 있을 때면 나에게 닥친 현실을 부정하다 지쳐 탈출구를 찾으려 했다. 현실에 도전할 의지와 의욕이 하나도 없으며 밤에는 잘 먹지도 못하는 술을 한 잔은 해야 잠에 들 수 있었다. 지나와 생각해 보면 그렇게 큰 일도 아니었고 쉽게 겪을 수 있을 법한 일이었는데 당시에는 정말 크게 다가왔었나 보다.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던 건 나를 위해 몇 주간 계속해서 같이 있어준 친구와 이런 생각도 나지 않게끔 색다른 일을 만들어준 주변 사람들 덕이었다. 마음이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아 상담이나 약물 없이도 벗어날 수 있었지만 만약 그렇지 못했더라면 정말 자신의 존재자체를 부정했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 이후로 우울증에 대해 쉽게 말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우울증에 관련된 얘기를 할 때면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조해 주고 위로를 하였으나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일 때는 '이런 것으로 우울증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라는 뉘앙스로 말을 해줬다. 그 속에는 말이 씨가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과 우울증을 정말 가볍게 여기는 모습에 주의를 줌이 동시에 들어 있다. 우리는 시간이 갈수록 정신적 문제를 더욱 많이 마주할 것이다. 태어나면서 가지는 선척적 장애들 외에도 후천적으로 얻어지는 정신적 질환이 상당히 많다. 우리가 '장애'라는 것에 인식을 바꿔야 하는 이유도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도 있지만 무조건 고쳐야 한다 혹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치부하는 인식을 바꾸는 일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면 일단 정말 믿을 만한 주변인(제일 먼저 가족)에게 털어놓고 얘기를 하자. 초기의 증상은 정말 주변사람들과 자신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도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많이 심약한 상태라고 생각된다면 두려워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곧장 정신과를 찾아가자. 우리는 마음의 감기를 낫게 해줘야 할 몸의 주인이다. 그리고 이런 증상을 보이는 주변인을 챙기는 것과 남들의 질환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는 습관을 들이자.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만 치료를 위한 것들을 행할 분위기가 형성된다.


 어쩌다 보니 우울증에 관한 치료와 인식개선에 대한 공익광고 같은 분위기의 글이 되어버렸지만 본래 적으려 한 글의 목적은 '우울증에 대한 가벼운 시선에 대한 비판'이다. 허나 적으면 적을수록 우리가 그렇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사회적 인식이 문제임에 안타까워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얘기를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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