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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Jul 16. 2023

연애는 세 가지 소비

돈 시간 감정

 연애는 소비와 같다. 연애할 소비되는 것은 크게 돈, 시간, 감정,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뉜다. 돈은 왜 소비인가. 우리가 연애할 때 남녀가 함께 노는 것을 데이트라고 칭한다. 우리나라에서 기본적인 데이트란, 식사와 커피(디저트)와 그날의 콘텐츠(영화 등) 하나를 소비하기 위한 돈을 지출하고 만약 특별한 날이 온다면 선물이나 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지출한다. 이 비용은 단순히 여가비용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느냐-하지만 명백히 혼자 사용하는 돈이 아닌 둘이서 같이 사용하는 비용이니 연애비용이 맞다. 시간은 왜 소비인가. 위에서 말했던 데이트를 하려면 돈 외에 무엇이 필요한가? 시간이다. 우리는 매일 가만히 기다리다가 데이트를 가는 사람이 아니다. 각자의 생업이 혹은 학업이 있을 것이며 개인시간도 필요하고 그 외에 필수적 혹은 선택적으로 써야 하는 시간이 있다. 돈은 모을 수 있지만 시간은 모을 수 없다. 연애를 하게 된다면 혼자 있을 때 쓰던 24시간 중에 일부를 같이 소비하게 된다. 이 뜻은 시간의 활용에 자유가 없어진다는 것. 우리는 필히 개인의 시간 중 일부를 연애의 시간으로 소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정은 왜 소비인가. 연애를 한다면 서로 평범한 관계에서는 가질 수 없는 감정을 나눠가지면서 더욱 다채로운 색과 모양의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감정의 소비가 아니라 감정의 풍요로움이 더 맞지 않은가?- 연애 시에 가지게 되는, 표출하게 되는 감정의 수가 늘어남은 분명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감정의 중점이 나 자신이 아닌 연애라는 관계에 대한 것이다. 물론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시하는 것이 기반이기는 하나 연애라는 계약이 걸린 관계에서 일어나는 감정이기에 기반자체는 연애임이 분명하다는 것. 우리가 감정을 소비하는 것에 있어서 제일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은 본인이며 시간이 지나 사회화가 되면 될수록 타인의 감정을 생각하는 역지사지가 생겨남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억누를 줄 알고 타인의 감정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되는 것이다. 헌데 이 연애라는 계약은 정말 깊은 감정을 꺼내 들어온다. 이 감정은 우습게도 수년간 배워온 감정의 역지사지를 다 잊어먹게 만들어 마치 어린아이의 생떼와 같은 감정의 표출을 낳는다.


 연애의 기본감정은 사랑이다. 이 사랑은 굉장히 아름답고 고귀하며 동시에 애처롭고 서글프다. 이것을 반대로 뒤집으면 추잡하고 더러우며 동시에 지독하고 흉악하다. 단 하나의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모습을 낳는다. 이런 감정을 똑바로 표출해 내는 법을 우린 어릴 때부터 배우지 않는다. 사랑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오직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 사랑을 시작한 순간부터다. 연애를 수십 수백 번을 했더라도 그 사람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면, 그 사람은 사랑을 배우는 첫날이 되는 것이다. 헌데 어찌 현명하게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겠는가. 이런 사랑을 기반으로 한 연애에서 우리는 감정을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나만의 감정이라면 소비보다는 타이르거나 응원하는 개조의 형태가 되겠지만 이 감정을 표출해 낼 명확한 대상이 있는 이상 소비가 되어 버린다. 그것이 좋은 쪽이던 나쁜 쪽이던.


 연애를 하지 않는 것에 있어 세 가지에 대해 느끼는 바가 있다. 첫 번째인 돈은 분명히 나가는 돈이 줄어들며 나에게 좀 더 사용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 이것은 분명하게 숫자로 나타나 눈에 보이는 일인 만큼 다가오는 바가 크진 않지만 명확하게는 보인다. 두 번째인 시간 또한 모든 것을 기록하지 않아 돈만큼 정확하진 않지만 나에게 주어지는 자유로움이 더한 것은 분명하다. 함께를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나 신경 써줘야 할 시간, 연인으로써 해야 할 일들이나 이벤트에 투자하지 않는 시간이 크다. 내 시간활용에 있어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제일 와닿는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인 감정은 정말 모호하다. 서로 간에 감정이 상할 수 있으며 신경 쓰일 일이 생기는 경우에 나타나는 부정적 감정이 없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직설적이고 명확히 나타낼 수 있었던 관계에서 새어 나오는 순수한 감정이 없어진 것에 대한 박탈감이 공존한다. 타인들과의 관계보다 신경 쓸 것이나 표현의 방식 같은 것이 필요한 어려운 감정이 없어진 것에 대한 편안함과 보다 사랑이란 감정을 느껴보았던 탓에 이 감정을 느끼고 있지 못함으로부터 새어 나오는 외로움이 공존한다.


 연애의 소비를 현명하다, 그러지 못하다로 나누는 방식은 개개인이 다르다. 분명히 아무도 간섭할 수 없는 둘의 관계인만큼 그 모든 크기는 둘이 합의하에 정하는 것이다. 돈과 시간은 합의할 수 있지만 감정을 합의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수많은 논쟁으로 사랑하는 관계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을 토론하는 것이며 가지각색의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만약 본인이 연애를 하는 중이라면 소비습관을 들여다보자. 돈, 시간, 감정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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