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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Aug 30. 2023

기억이란

 기억이란 뭘까. 우리는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에 있었던 장소와 사건들을 저장한다. 머릿속에 화질이 좋게 기록된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바래지고 지워지고 잊힌다. 강렬하게, 머릿속 깊이 남은 기억은 끝까지 기억하지만 이외의 대부분의 기억은 천천히 잊어가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가진 망각이다. 컴퓨터에 용량이 존재하듯이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시간도 용량이 존재하는 듯하다. 그 용량에서 중요 파일에 넣어지지 않은 것들은 천천히 시간대로, 중요 순서대로 삭제가 되는 것. 하지만 생각보다 뇌의 용량은 방대하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다른 것들에 가려지고 묻혀서 보이지 않을 뿐, 뇌는 모든 것을 버려놓지 않는다. '망각'은 기억을 지운다-라기보다는 다른 기억들이 쌓임에 따라서 잊히고 일부 상실되는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사진-이라는 말이 생겨난 이유도 망각 때문이 아닐까. 누구나 눈으로 직접 보고 손으로 느끼는 것이 최고라는 말을 하지만 그 순간순간을 간직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어놓는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잊히고 상실되었던 부분들이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우리는 사진에서 추억을 회상하고 그 기억을 되찾아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에게 기억은 단순히 시험 치기 전 공부했던 내용이나 추억팔이를 할 수 있는 과거의 일련의 사건들이 아니다. 크게는 나의 집으로 가는 길이나 오늘내일해야 할 일, 약속들부터 자세하게는 가족과 친구들의 이름이나 나에 대한 정보까지 모든 것이 기억이고 곧 정보다. 우리는 매일매일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머릿속에 기억이란 이름으로 저장하고 이따금 남아 있는 기억들을 꺼내어 볼 때 추억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통틀어 내가 알고 있는 정보라고 하는 것. 이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나를 사회에 머물게 하고 존재 가치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이 기억을 잊는 병을 가질 때가 있다. 건망증과는 다르다. 대표적인 것이 치매. 이전에 사고로 인해 단기기억상실증을 앓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짧은 일수의 기간이지만 이 동안의 기억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다더라. 그전에 있던 사진이나 함께 있던 사람들의 말을 들어도 무엇하나 또렷이 기억나는 것이 없어서 굉장히 답답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정보임을 알고 있음에도 짧은 정보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밖으로 나가기 두려워질 만큼의 공포감이 생겼었다고 한다. 헌데 거의 모든 기억을 잃고 주변 사람들도 기억하지 못하는 병에 걸렸을 때의 사람은 어떨까. 제정신으로 살기가 어렵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아니, 이해라기보다는 그럴 수 있겠다-하는 공감정도가 맞을 것이다. 실제로 경험하거나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감히 쉽게 말하기가 어렵다. 헌데 얼마 전 아직까지 심각하시진 않지만 외할아버지께서 나를 알아보시지 못하셨다. 내 이름을 말하고 누구냐고 물어보면 손자라는 대답을 하셨지만 내 얼굴을 보고는 알아보시지 못하시고 나랑 함께 있었던 시간을 손자가 아닌 이웃과 함께 있었다며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씀을 하셨단다. 슬프다던가 하는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기분이 묘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맺혔다.


 할아버지께 그래도 이름이 기억에 남아있는 것만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편찮으신 몸이 나아져 다시 댁으로 돌아가셨을 때 얼굴을 뵈면 그때는 바로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다. 그것만으로 충분할 것 같다. 가장 힘드신 것은 본인이겠지만 나는 이기적인 사람인만큼 주변인의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고 싶은 마음이다. 이 또한 할아버지의 기억이 온전하길 바라는 마음이면서도 나의 욕심이 들어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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