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by 정다훈

우리가 무엇이든 시작하면 그와 동시에 끝이 생겨난다. 가벼운 게임을 시작해도 start와 end가 있고 자격증을 따려고 해도 시험 준비부터 합격까지 대학교도 입학부터 졸업까지 삶도 태어남과 죽음이 있듯이 모든 것은 시작과 끝이 있다. 연애의 시작과 끝이 고백과 결혼이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대부분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만남과 이별이 시작과 끝으로 불리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듯이 우리는 현실적인 커플이었다. 연애의 시작도 남들처럼 뻔한 고백과 승낙이었고 뻔한 데이트와 설렘을 느끼다 남들과 똑같은 부분에서 싸우고 서운해하며 똑같은 헤어짐을 맞이했다. 이런 식으로 긴 시간 동안 이별을 느낄 바에는 차라리 책 한 권의 로맨스 소설을 읽어보는 것이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이 더 짧은 시간 내에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며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고 아까워하며 낭비한 감정을 시답잖은 것으로 치부하다 보니 연애한 세월, 그 시작과 끝까지 있었던 시간들이 삶에서 도려내진 듯하다.


그렇게 사라진 내 1년. 분명 사라졌다고 말을 하고 있지만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시간도 그 1년일 것이다. 그 1년간 있었던 서로의 마음을 숨긴, 부끄러워서 하지 못했던 말들과 잘 보이고 싶어서 했지만 이상하게 흘러가며 뻘쭘할 수 있었던, 이상하게 긴장을 해서인지 실수만 나오던 행동들과 이 모든 상황에서 서로 주고받은 감정들을 시작과 끝이라는 말 만으로 잊는다는 것이 가능할 리 없다. 지나와서 붙잡고 싶다거나 후회된다거나 하는 구차한 말은 아니지만 분명히 나는 그 시간 속의 너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시간 이외의 너는 나에게 남아있지 않을지라도 분명 그때의 1년 동안의 우리는 네가 나였고 내가 너였다. 새로 나오는 영화를 꼭 너랑 보러 가기 위해서 표를 예매하고 좋아하는 음식의 맛집을 찾아서 데려가고 할 말도 없으면서 괜히 불러내서 얼굴 보면서 웃고 산책하고 서로의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더욱더 깊이 알아가려고 하다 못해 서로를 소유하려 했다. 우리는 서로의 깊이가 맞지 않았다. 네가 알고 싶은 만큼 알려줄 수 없고 내가 알고 싶은 만큼 알 수 없었다. 내가 과했으면 너는 덜했고 네가 과했으면 내가 덜했다. 아무도 이 중간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오로지 우리 둘의 감정이 중심이었고 아무도 이것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단순히 이성적으로 표현한다면 얼마든지 도출할 수 있는 것이 합의점임을 알고 있지만 그런 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보다 더 깊은 무언가가 존재했던 사이가 아닌가. 우리는 일반적인 인간관계가 아니라 연인관계였으며 이 관계는 단 둘만이 알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관계이다. 모든 만남과 이별은 뻔하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사정은 완전히 똑같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그 1년을 잊지 못한다. 내가 제일 남자다웠던 때와 가장 찌질했던 것도 그 1년이며 제일 똑똑했던 때와 멍청했던 것도 그 1년이다.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한 때도 가장 슬프게 한 것도 그 1년이다. 이것도 지나가 다른 사랑을 만나 새로운 1년을 만든다면 이전에 있었던 그 1년은 조금은 더 무뎌지겠지. 아마 그때에는 새로운 1년이 이런 존재가 되겠지-하는 생각이 크다. 그만큼 뻔하고 당연하며 지극히 현실적인 연애였다. 그래서 그 끝이 가져온 새로운 시작도 뻔하게 흘러간다. 그 1년을 잊지 못해 아직도 추억하는 한심한 놈으로, 아마 너는 초라해져 있을 것이다. 모두가 그렇듯. 우리는 현실적인 연인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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