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을 보고 같은 것을 느낀다.

by 정다훈

산책을 한다. 매일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을 걷는다. 사람은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여기는 언제까지 이대로일까. 쉽고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이곳은 언제나 시간이 멈춘 듯이 그대로 보였다. 사람은 뛰었다. 걸을 때 보던 것과 조금 다른 세상이 보일까 싶었다. 하지만 그저 빠르게 지나갈 뿐, 모든 것은 똑같았다. 다음 날에도 나와서 걸었다. 이번엔 늘 걷던 거리보다 더 멀리 걸었다. 멀리까지 갔더니 다른 것들이 보이긴 했지만 그동안 봐 온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비 오는 날에 나와서 걸었다. 보이던 것들이 분명히 똑같지만 묘하게 다른 기분이 들었다. 상쾌함을 느끼며 맨발로 땅의 촉감을 하나하나 느끼며 걸었다. 모든 세상이 소중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분명히 똑같은데도. 사람은 평소와 다르게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히 조심스레 걸었다. 땅에 있는 무언가가 발에 차이진 않을까, 내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이진 않을까 하면서. 이래도 똑같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다시 평범히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멈췄다. 가만히 서있다. 그동안 봐왔던 풍경을 다시 뒤돌아보았다. 반대로 걷기 시작한 남자. 달라 보이겠지 하며 걷던 그 길은 늘 걷던 똑같은 길이다. 사람은 왠지 모를 패배감이 맴돌았다. 주저앉을 듯했지만 이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은 길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늘 똑같은 일상을 지내오던 사람에게 필요했던 것은 신선 함이었다. 자신을 몰아세워도 보았고 보다 꾸준히 노력도 하며 때로는 좌절했지만 그래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마주한 사랑이란 특별함은 늘 걷던 길의 느낌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모든 일상이 똑같다고 느껴지지 않고 소중한 시간들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신중히 조심스레 생각하고 행동하며 걸었다. 하지만 지나오면서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이는 풍경은 모두 똑같았다. 사람은 이제는 이 걸음이 특별하지도 신선하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다른 마음으로 내디딘 걸음은 사랑을 느끼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걸음. 모든 풍경이 이제는 소중하지 않겠지 하며 걸었지만 그 길에 묻어있는 시간만큼은 특별해져 있었다. 똑같은 길에서 보이는 알 수 없는 낯선 풍경들이 자신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그는 자신이 무언가를 잃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사람은 멈추지 못했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이 길의 다른 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우리는 무엇을 보며 무엇을 느낄까. 매일 눈을 뜨면 보이는 천장이 매일 똑같은 느낌을 주진 않는다. 때로는 맑은 하늘을 하지만 때로는 비가 쏟아지는 우중충한 하늘을 선사한다. 그러다 찾아오는 색다른 변화는 다른 색깔의 하늘을 만들어주고 집안의 장판의 모양을 바꾸어 놓는다. 그렇다. 우리는 매일 똑같은 것을 보고 만지고 밟으며 지내지만 매일 다른 것을 느끼며 지낸다. 보통 우리에게 무언가가 제일 처음으로 가져다주는 느낌의 근원은 무엇인가. 시각, 눈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보고 판단하고 그 후에 만져 촉감을 느끼고 냄새로 후각을 느끼며 두드려 청각을 느낀다. 분명히 다른 것이 보임에도 촉감을 느낄 때 똑같은 것이 떠오르고 후각, 청각을 느낄 때도 똑같은 걸을 떠올린다. 우리는 모든 것에서 새로움을 느끼고 똑같음을 느낀다. 지금 이 사람의 눈앞에서는 어떤 것이 느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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