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적었던 글들에 적지 않게 관계에 관련된 얘기를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스트레스와 기쁨 모든 것이 관계에 따라 생겨나는 것이고 사회성이 있는 동물인 이상 모든 부분에서 관계와 관련된 일이 존재하기 마련이라 그렇다. 연인이건 가족이건 친구건 주변사람이건 그 외에 직장 내, 외 혹은 처음 보는 사람까지 모든 것이 관계에 귀결되기 때문. 그런 와중에 각각의 관계에서 나의 생각을 정리했었으나 내가 지향하는 관계에서 나의 위치를 말한 적이 없었다. 나는 단순히 착한 사람이 되고 싶지도 웃긴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다. 애매하게 좋은 사람이라는 포지션을 가지기 위한 노력은 당연한 것이기에 이에 대한 얘기는 생략하고 보다 내가 깊이 원하는 관계의 위치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맨 처음으로 내가 바라는 관계에서 나의 위치는 MSG이다. 보다 깊은 관계를 가지게 된 사람 외에는 다 이런 존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여기서 말하는 MSG는 말 그대로 추가할 만한 무언가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필수적인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상대에게 필요 없다고 여겨지는 이가 되고 싶지도 않다. MSG는 넣으면 맛도 다채로워지고 조화를 맞춰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찾아서 넣기에는 귀찮거나 굳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는 일반적인 관계에서는 이런 점이 좋다. 타인이 약속을 만들 때 보다 재미와 조합을 위해 나를 부르는 것을 생각하게 하고 그렇다고 해서 필수적으로 없으면 안 되는 존재는 아니기에 크게 집착하지는 않는 사람. 이런 방식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의 정신건강을 챙겨준다. 단순히 나와서는 함께 웃고 떠들며 즐기고 만약 스스로 참여하기 애매하단 생각이 들 때는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첨가물이면서 주도권을 쥐는 입장. 얼마나 편안한가.
그다음으로 바라는 위치는 수저다. 필수적인 존재. 우리가 햄버거나 샌드위치 같은 간편한 것을 먹을 때 외에 무조건 필요한 것은 수저다. 이런 존재가 되고 싶은 관계는 내가 생각하기에 나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다. 매우 가까운 친구 거나 가족, 연인과의 관계에서 이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도움이 되는 것이 확실하고 어떤 일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존재. 친한 친구들이 나 빼고 무언가를 하자니 팥이 빠진 팥빵이 되어 공갈빵이 되어버린 것처럼 허전함을 느끼길 바라고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껴주길 바란다. 가족에게 나라는 존재가 힘이 되고 의지할 수 있는 구석임을 보여주고 싶고 연인에게 믿고 기댈만한 버팀목이자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자신에게 꼭 맞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내가 바라지 않는 관계는 무엇인가. 나는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싫어하는 사람은 이런 노력을 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고 무엇이든 자기중심적인 상황만을 바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또한 단순히 순간순간의 쾌락과 아무런 생각 없이 사는 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관계에서 피곤함(스트레스)을 가져온다. 예전의 나는 모든 관계에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기에 그런 사람일지라도 쉬이 처 내지 못했다. 바보같이 혼자 매달려서 잡아주고 있었고 상대는 나의 존재조차 느끼지 못하고 다른 곳만 바라봤다. 이것은 모든 관계에서 마찬가지다. 만약 가족이 이런 존재였다면 나는 가족과도 크게 관계형성을 하려 노력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자란 것은 지금의 우리 가족이 너무 좋은 사람들임을 알기에 똑같이 닮아 자란 것이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니까. 시간이 지나서 이런 존재들에 지치고 상처받는 스스로가 짜증이 났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그런 사람을 모두 처 내고 나 스스로를 다시 정의했다. 내가 타인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지에 대해서.
나는 관계에 대해 스스로 굉장히 디테일을 챙긴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가까운 이들이라면 정말 사소한 것 하나까지 기억하고 배려하기 위해 노력한다. 친하게 지낼 사람이라면 모든 면에서 항상 긍정적인 것을 찾고 공감하며 도와주려는 노력을 한다. 내 주변인들에게 ‘걔는 정말 착한 애야. 좋은 사람이지. 아마 걔라면 뭐든 의지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평가가 내려지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고 실제로 이런 얘기를 많은 이들이 해줘서 너무 기뻤다. 나의 노력을 알아줌에. 그렇게 노력한 나는 타인과의 관계에 많은 것을 정리했지만 정작 나, 본인과의 관계에는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했다. 지금 스스로의 관계에는 내가 그토록 바라지 않는 관계의 모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좀 더 엄격하고 때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만 단순한 쾌락을 즐기게 하거나 포기하고 놓아버리는 것이 많은 것이다. 나는 모든 이들에게 이타적인 사람이지만 스스로에게 만은 지독히 이기적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울타리를 만드는 법은 쉬웠지만 스스로를 그 속에 가둘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 어떤 형태가 나에게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