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다훈 Sep 11. 2023

내가 쓰는 글들이 부정적인가?


 최근 주변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부정적인 내용을 많이 생각하고 적다 보니 나도 조금 부정적이게 되지 않냐고. 평소 나를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린다고 말해주던 친구에게 들었던 말이다. 친구는 내가 어느 순간부터 객관적인 평가를 할 때 항시 긍정적, 부정적 측면 모두를 공평히 말해 주던 것과 다르게 부정적 측면에 더욱 힘을 주어 말한다고. 현실이 탐탁지 않지만 그래도 마냥 부정적인 말과 글로 이루어진 시간을 보내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만 들지 않겠냐며 전처럼 연애얘기나 조금 밝은 글들을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다.


 먼저 친구에게 감사를 전했다. 나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준 것, 관심을 기울여준 것 만으로 감사할 이유는 충분하다. 의견또한 타당하며 논리적이었다. 실제로 행복해서 웃는 것보다 웃어서 행복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긍정적인 생각과 언행에 힘은 존재한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나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글을 써내리며 분명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친구에게 말했다. 나는 이전에 인스타그램에 글을 쓸 때 일부러 사람들이 원하는 글귀, 희망과 응원을 담은 글을 써서 올렸었다. 내 생각을 단순히 정리하고 풀어내기보다는 타인이 보고 싶어 하고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적어 내리기 바빠서 글에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분명 노력하고 많은 생각을 거쳐 적었던 글들이지만 시간이 지나와 보면 그렇다. 그런 글 보다 당장 뭘 적지 하다가 아, 이것에 대해서 적어볼까 하고 그냥 휙휙 적어 내린 글이 더 좋은 느낌을 주는 이유는 그런 것이다. 분명 그런 글을 쓴다면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을 테지만 쓰이는 글이 나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오지 못한다.


 지금 내가 쓰는 글들이 굉장히 부정적인 감정을 담아 내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솔직한 나의 견해를 풀어놓는 것뿐이며 사랑보다 이별을 많이 다루는 이유는 그 감정에서 나오는 것들이 더욱 짙은 울림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친구에게 얘기를 해줄 때 부정적인 부분에 더욱 힘을 실어 얘기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는 매일 시간을 쌓는다. 이것은 경험이 쌓이는 것이며 우리의 생각에 보탬이 되는 것이다. 최근의 내 경험과 시간에서 도출해 내는 것은 세상은 생각이상으로 부정적인 부분이 많으며 긍정적인 면모만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달의 표면보다 더 넓은 달의 이면이 있었던 것.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는 그 이면이 더욱 가까이 느껴진다. 또한 나는 이전에도 생각보다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강조해 왔다. 사람은 최고의 순간을 대비할 필요는 없다. 최고의 순간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할 뿐 그 순간에는 그 자체를 느끼고 즐기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하지만 최악의 순간은 어떤가. 최악의 순간에 주저앉고 모른 척할 시간은 쉬이 주어지지 않는다. 항상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최악의 순간에 대비할 수 있도록 그에 대한 얘기와 도달하지 않게 하기 위한 부분에 대해 더욱 말해주곤 했다. 그런 의견들이 예전보다 지금 더욱 디테일 해졌기에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친구의 의견에 동의한다 하면서도 변명처럼 늘어놓은 이유는 내 글에 대한 정체성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에 대한 설명이다. 분명 친구의 의견은 맞다. 이는 내 일상생활에 접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나는 부정적인 상황과 촉박한 순간들을 많이 맞이하고 대비하고 또 대비해야 하는 현실에 지침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다. 그 속에서 스스로 피곤함을 느끼고 떨어진 체력에 나아가기를 힘들어하는 것은 분명 부정적 생각을 이끌어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이전에 여러 번 말했듯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동기가 필요하다. 자극인지 아닌지 모를 것이지만 분명 뛰쳐나가 무언가를 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낀다.


 날이 조금 더 풀리면 당장 뛰쳐나가 강변을 뛰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타인에게 이런 존재가 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