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고민상담이나 궁금한 것들을 자주 물어본다. 나한테 고민상담을 받은 이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스스로도 그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중. 이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다들 되게 좋은 제안을, 상황에 맞는 답을 얻은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아마 자신들도 내가 내어주는 대답을 대다수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그 단순한 답에 왜 감사를 건넬까?
나는 친구들의 고민상담에 대해 정확한 요지를 짚어준다. 그것 하나만으로 고민 하나가 해결된다. 자신이 왜 이런 상황인지, 왜 이런 생각을 해야 하는지를 정리해 주는 것이다. 우리가 중-고등학생 때 국어시간에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기 위해 무엇을 배웠는가. 요지 찾기, 이것은 글 자체의 주제와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 문장이나 한 단어로 압축하여 표현할 수 있게 해 준다. 내가 모니터, 키보드, 그래픽카드 같은 얘기들을 늘여놓는다면 이 얘기를 듣는 이는 ‘컴퓨터 얘기구나’하며 한 단어로 내가 말하는 모든 것을 압축하여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고민은 대체로 단순하다. 대부분 ‘돈, 인간관계, 진로, 집안문제’ 정도로 정리된다. 그 상황 속에서 각각 별개의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겠다. 한 친구가 나에게 연애상담(인간관계)을 부탁했다. 자신이 남자 친구의 행동에 대해서 기분이 안 좋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질문. 나는 여기서 요지를 찾기 위해 질문했다. 남자친구의 행동이 헤어질 만큼 좋지 않은 행동인가? 그리고 남자친구와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가?-하는 두 가지 질문. 여기서 첫 번째 질문은 이 친구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게 해 준다. 만약 이 문제로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문제로 헤어져도 괜찮은 이유와 이 문제로 헤어지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이유를 같이 설명해 주어 둘 중 자신에게 가까운 이유를 선택하게 해 준다. 두 번째 질문은 이 친구가 이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는 가다. 결국 상담은 상담자의 생각에 공감을 해주는 것이 1번이다. 이 친구가 이 문제를 심각히 여기는지, 이것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파악한 후에 이 고민에 대한 공감을 1번으로 가져간다. 여기서 해주는 공감만으로 상담자는 상담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자신의 심정을 이해해 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기 때문에. 그 이후에 이 고민의 문제점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짚어준다. 친구가 기분 나빠할 이유와 남자친구가 그래야 했던 이유를 짚어주고 이것으로 기분이 나쁜 이유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생각을 설명해 주고 결론을 딱 두 가지 정도로 나누어 준다. 절대 나는 결론을 하나로 내려주지 않는다. 이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온전지 상담자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지 상담원이 나서서 결론을 내어주고 책임을 져주는 것은 과한 참견에 불과하다.
이 모든 과정에서 결론이 나올 수 있는 첫걸음은 요지다. 상담자가 나에게 받고 싶은 상담주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감정에 공감해 주는 것이 1번인 이유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의 고민 주제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 ‘왜 기분이 나쁘지? 별일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거나 ‘왜 계속 저렇게 하지?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과 결과에 대해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갓난아기적부터 탐구심, 호기심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일인 순간 이성적으로 모든 인과관계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타인이 이런 행동을 한 이유와 자신이 기분 나쁜 이유를 관찰자의 입장으로 바꾸어 생각하기엔 주체가 되어버린 자신의 생각을 쉬이 버릴 수 없는 것. 이 모든 문제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할 행동은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3자가 되어보는 것이다. 그 이후에 그 모든 것에 자신의 감정이 대입되었을 때 드는 생각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이 예민하단 것을 깨닫거나 아무것도 아닌데 괜히 신경 썼다며 생각을 돌릴 수 있다.
요즘 글이나 대화에서 점점 주제를 정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본다. 주제가 휙휙 쉽게 바뀌거나 집단적 독백이 되어 각자의 얘기를 하고 정작 모든 얘기를 마친 후에 남는 것은 뭐 기억나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도움이 됐던 것은 없는 시간을 보낸 것뿐. 이런 대화가 한 번씩 생긴다면 정신건강에 좋을 수 있을 진 모르나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소통이 어려워진다. 말을 잘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타인과의 관계, 사회적 동물로서 살아가는 사람이 제일 많이 소통을 하는 방법은 타인과의 대화다. 인스타에 글을 적어 홍보를 하는 것도 자신의 일상을 올리는 것도 다 말(글)이 주제를 명확히 잡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담아내야 자신이 원했던 대화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타인의 대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 꼭 담아내야 하는 것들을 스스로 당연한 것이라 여기며 적어놓지 않는 것은 대화를 망치는 행위다.
논리가 무논리를 이기지 못하는 것은 말이 통하지 않아서이다. 대화는 결코 승패가 중요한 점이 아니다. 논리적인 이가 무논리적인 이의 언행에 대화를 포기하는 것은 무논리에게 승리를 준 것이 아니라 대화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다. 항상 자신의 말에 따라오는 책임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할 필요를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