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모른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만의 의견을 가질 줄 모른다. 옛날에는 줏대 없이 귀가 얇다며 흔들리는 것을 비난하는 바가 높았다면 이제는 오직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고집부리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높다. 모두가 그 중간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선의 관용과 뚝심이 필요함을. 자신의 의견만 고집해서 원하는 것을 이루어내는 이도 있을 것이며 배려하고 모든 것을 수용하다 갑자기 맞이한 행운을 얻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필히 운이 따라준 사람들이다. 에디슨은 말했다. 천재는 99프로의 노력과 1프로의 영감이라고. 이것이 노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혹은 아니다 노력을 그렇게 해도 영감이 없으면 소용없다! 라며 갈라 치기를 하더라. 이 뜻은 간단히 둘 다 맞다. 1프로의 영감이 있더라도 99프로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영감 없이 노력만 해도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단순히 선과 악, 옳고 그름 만으로 구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헌데 우리의 일상은 왜 오직 'YES OR NO'가 되어 있는가. 사람들은 타인의 긍정적인 면모를 칭찬하며 부정적인 면모를 비난한다. 정작 자소서에서는 자신의 단점을 마치 장점으로 승화시켜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면서 대화에서는 끝끝내 비난으로 만든다. 타인의 단점을 보다 승화시켜 말해줄 수 있는 것이며 고칠 방안을 제시해 주는 것, 타인의 장점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고 본받고 싶은 것이 내가 배운 대화방법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하다. 타인의 장점은 폄하하고 단점은 부각한다. 정반대가 되어 버린 현실.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었을 사람들이 점점 과거의 배움을 잊어버리는 것인지 대화하는 법을 까먹어 가는 것 같다. 대화의 기본자세인 경청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필요한 배려와 예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나는 이런 상황이 실망스럽다.
그렇다면 이런 단점들이 있으니 너도 마냥 이런 게 나쁘다-가 아닌 해결방안을 말해봐라!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말마저도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이미 답을 아는 사람들이 답이 뭐냐고 물어보는 것만큼 어이가 없는 것이 있을 리가. 1+1이 뭐냐고 물어보는 것과 똑같다. 일단 기본적으로 1+1은 2라는 정의를 배워오지 않았나. 그런데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따지고 드는 것이 마치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것처럼 뻔뻔하게 구는 것이 이젠 질려버렸다. 얽힌 실을 풀어내듯이 대화를 이어가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젠 이미 단단히 묶인 매듭이 되어서 내 힘만으로는 풀 수가 없다. 그것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어내듯이 칼로 내려치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한 것이다. 이미 자신의 생각에 지배당했다. 타인의 의견을 수용할 자세를 가지고 있지 않다.
분명 위에서 말한 대로라면 사람들은 오직 한 가지 의견만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다-가 답이지만 이상하게 그렇지 않다. 정말 가지각색의 의견을 내놓는다. 헌데 우스운 것은 똑같은 상황임에도 다른 말을 뱉는다는 것이며 그것에 대한 지적은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자살을 했다. 자살을 한 사람에 대한 비난의 글을 적는 네티즌은 '저 집은 이제 집값 떨어지겠다. 왜 굳이 자살을 하지?'라는 둥 자살한 사람을 비난하고 있다. 그 글에는 작정자를 욕하는 사람과 말이 팩트는 맞지 않냐, 굳이 자살이 아니라 다른 것을 시도해봤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그다음 날에 또다시 다른 사람이 자살한 기사가 올라왔다. 어제 비난의 글을 적은 네티즌은 '힘든 일이 많았나 보다. 불쌍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헌데 그 밑에서 또다시 갑론을박이 일었다. 참 이상하다. 사람들은 MBTI를 그렇게 신용하며 자기 성향에 맞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내향인이라면 당장 나가서 친구들을 보고 싶고 다른 사람 만나는 것을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더라고 어색하다며 거절한다. 분명 이런 검사가 생기기 전에는 어색하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나와서 조금 노력하다가 집에 들어가 쓰러졌음에도. 그놈의 F와 T는 조금 강한 워딩을 쓰자면 이제 사이비 종교에 가깝다. 인간의 감정은 관심사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모두가 F인 면이 있을 수 있는 것이고 T인 면이 있을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받아주면 T냐며 욕을 하고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눈물을 훔치면 F냐며 조롱한다.
모두가 자신의 이전 의견은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정보만 보고 비난하기 바쁘다. 사람들이 모두 병들어 버렸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배워야 할 것은 이제 국영수가 아니다. 타인과 어울려 사는 공동체에서 행해야 할 대화 및 행동이 더욱 중요하다. 이것을 잊어버린 사람도 많고 배우지 못한 사람도 많다. 예전에 이런 행동을 규탄하던 정 넘치던 한국은 찾을 수 없다. 이제 배려하는 사람이 호구며 자신의 의견만 큰 소리로 소리치는 사람이 용감한 사람이다. 왜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