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문득 들린 노래 가사나 핸드폰에서 많은 정보들 중에 딱 꽂히는 글을 볼 때면 뭔가 깊은 생각에 빠진다. 이번에 나를 생각의 늪에 빠트린 것은 악동뮤지션의 이찬혁님이 동생인 이수현님에게 해준 말이다. 이수현님에게 트루러브(true love)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모습. 영상 속에서는 자신이 쓰고 있는 가사나 전반적인 노래들이 사랑에 관련된 내용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이를 더 감정적으로 잘 살리기 위해서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에 이수현님이 덧붙여 트루러브를 경험한 이찬혁님의 가사가 전과 다르게 변했다-고 말할 정도로 큰 영향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에게 경험은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우리가 어릴 적 두 발 자전거가 무서워 못 타던 때에 한 번 잘 타는 경험을 한 이후로는 아무렇지 않게 타는 것처럼 단 한 번의 경험은 사람의 모든 것을 바꿔놓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감정적으로 가장 큰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에 대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비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한 번 해보는 것은 분명 한 사람의 일생을 바꿔놓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사건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트루 러브를 해보았을까. 솔직히 지금까지 적어 내린 글들에 사랑이란 주제가 중심인 경우가 많았으나 나는 그런 사랑들을 해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글에 들어가는 감정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고 내 글에서 느낄 수 있는 것 또한 한계가 명확할 것이다. 물론 내 경험을 일부러 녹이지 않은 것도 있다. 지나온 사람들의 얘기를 막 떠벌리기엔 부담스럽기도 죄송스럽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내 이야기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되도록 참고만 하고 숨기고 있다.
헌데 중요한 것은 지나온 사랑을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정말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있나?-하는 고민을 하면 답은 항상 '없다'가 된다. 애초에 트루러브 자체가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 나를 드러내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인 탓에 연애를 하더라도 나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는 것보다는 흔히 보이는 자상한, 따뜻한 모습을 연출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연애가 예뻐 보이니까, 이런 식으로 하는 걸 좋아할 테니까-하며 그런 모습을 비춰주려고 노력할 뿐. 내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주고 비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깊은 관계를 가진 적은 없다. 솔직히 나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받으면 신기하다. 대체 왜 내가 좋은 것인지 궁금하고 이해가 안 되는 것 투성이지만 일단은 평범한 것처럼 공감하고 연애를 시작한다. 또한 본인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은 의심된다. 과연 어떤 것 때문에 저렇게 느끼는 것인지, 자신이 지금 사랑한다는 착각에 빠져서 눈이 이상해진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과 또 한편으로는 부러운 감정.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감정에 대한 확신이 부럽다.
나는 그런 감정을 가지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아마 앞으로도 못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분명 단순히 연애를 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참 그렇다. 사랑이 대체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떻게 변해가는지 하나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은 크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두려움도 존재한다. 어쩌다 우연히 기회가 생겨 다음 연애가 찾아왔을 때 나는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고, 그 사람이 나에게 가지는 감정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러려면 의심 많은 이놈의 성격부터 뜯어고쳐야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