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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Oct 18. 2023

실패는 두렵다

차가운 세상 속 유일한 따뜻함

 세상은 변한다. 우리는 그 변화를 따라가려 애를 쓰고 맞춰서 똑같이 옷을 갈아입는다. 흔히 말하는 유행과는 다르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 투자 유형, 소비 유형 같은 것을 정보화 시대에서 뿌려지는 정보들에 스스로를 통제하고 규격화시킨다. 그렇게 개성 시대를 외치면서도 각자의 개성보다 뛰어나 보이는 개성을 따라 하는 것에 급급하다. 그러다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유행은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라며 새로운 것을 하고 실천하며 그것이 설령 민폐가 될지라도 이것이 나의 개성이니까-하는 것이다. 이상하지만 중간을 모른다.


 한 통계청에서는 이런 결과를 내놓았다. 성공의 요인에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타인을 대하는 배려라고. 타인을 대할 때의 모습이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내고 그 인간관계와 이미지로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그런데 다른 유형의 직업군에서 말한다. 인간관계는 세상을 살아감에, 성공의 길을 걷는 것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자신이 가진 인간관계에 매달리고 신경 쓰며 소비하는 시간과 돈을 모두 자신에게로 돌려놓고 지내다 보면 따라오는 주변 사람들이 필요한 인간관계일뿐이라고. 둘의 말은 정반대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모두 자신이 '성공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질문해서 받아낸 응답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성공의 방식과 그 형태는 개개인이 생각하기에 다르니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성공을 바래서 이런 글이나 정보를 찾아보는 이들은 이 두 가지 경우를 보았을 때 무슨 생각을 해야 할까. 나는 이전에 자기 계발서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말한 적이 있다. 책이나 그런 유형에 대해서 마냥 안 좋다-라는 비판이 아니라 오직 내 주관적인 관점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있다는 뜻이다. 물론 자기 계발서에서도 자신에게 필요한 말이나 정보를 잘 빼내서 새긴다면 충분히 좋은 책이고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나와 있는 그런 책들은 대부분이 성공한 자의 위치에서 내다보았을 때의 말이다. 여러분은 '세이노의 가르침'이란 책을 아는가(작가분께서 자신의 책 내용을 인용하거나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시진 않으니 정확한 글은 적지 않겠다.). 그 책에서 말했던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내가 한참 부족한 생각이지만은 조금이라도 닮은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적어내는 글에는 결국 자신들이 견뎌온 경쟁에 대한 그 치열함과 견뎌낸 노력, 그리고 투쟁하는 방법보다는 자신이 어떤 것을 인내해 내고 어떤 성공을 누리게 됐는지에 대한 자랑이 더 주가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당장 내가 하는 경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보지 '이러면 성공하던데?'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떤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세상이 변하면 변해야 하는 것은 분명 있다. 옛날처럼 가부장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집이라면 누가 결혼을 하려 들겠는가. 시대가 변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문화다. 그리고 성공할 수 있는 방향은 변화보다는 선택지의 차이일 뿐이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이유는 늘어나는 선택지 때문이지 변화한 답안 때문이 아니다. 왜 변화에 신경 쓰고 눈치 보는가. 지금 당장 당신이 눈치 봐야 하는 선택은 '어떤 주식을 사는 것이 효율적일까?'이지 '주식을 사도 괜찮은 걸까?'가 아니라는 뜻이다. 필자의 예시가 필력이 부족한 탓에 이해하기 힘들 수는 있지만 좀 더 풀어말하자면, 해야 하는 일을 함에 있어서 도전을 준비하고 달려 나갈 선택을 해야 하지 이 도전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를 먼저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이럴 때에는 왜 달라진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예전처럼 무조건 성공으로만 이루어진 삶을 기대하는 것은 오만이다. 지독하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지 않았는가. 사소한 실패에 두려워하지 말자. 지나와보면 그런 때도 있었지-하며 단순한 추억으로 밖에 방지하지 않는가.


 실패는 두렵다.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 실패할 용기는 잘 나지 않는다. 그래서 실패를 단순히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걷던 길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가야 할 길을 조금 돌아갔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결국 성공을 맛보게 된다면 여기까지 오는 길에 있어서 그 경험이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리는 삶에서 많은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지는 단순히 성공과 실패, 두 단어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좀 더 자신을 믿자. 이렇게 각박하고 고된 세상에 나라도 나를 챙겨야 하지 않겠나. 변화된 세상은 차갑다. 하지만 당신의 손은 여전히 따뜻할 것이다. 그 따뜻함으로 당신을 감싸 안아라. 하지만 그때에 버려야 할 자신은 가차 없이 추운 세상에 내버려 두어라. 그토록 바라는 변화를 받아들여라. 선택이 아닌 고난에 빠진 자신에 화를 내어 뜨거움으로 밀어내고 속에 따스함을 안겨라. 그게 무엇보다 내가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지금의 나약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찬 공기에 마주한 작은 따스함에 만족하고 웅크려 그것을 지키는 스스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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