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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Oct 31. 2023

특별해지고 싶다

 세상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것은 간단하다. 당신의 단 한 가지의 소비라도 들어가는 순간, 당신은 그것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평소에 적적하지만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울 체력이나 책임을 지기 싫어서 망설이던 사람이 햄스터를 하나 데려왔다. 하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애완동물이 하나 생겼다 뿐이었기에 주기적으로 밥을 챙겨주고 한 번씩 우리를 정리해 줄 뿐. 가끔씩 자그마한 것이 돌아다니는 것이 귀여워서 잠시 보는 것 외에는 존재의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곁을 떠나갔다. 별다른 애정 없이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사라져 버리니 쓸쓸함이 찾아왔다. 이상하게 계속 아른거리는 탓에 새로운 햄스터를 입양하려 했다. 전에는 그냥 마트에 가서 제일 싼 아이를 하나 데려왔지만 이번에는 샵에 가서 좀 더 귀여워 보이는 아이를 데려왔다. 이번에는 좀 더 많은 정을 줬다. 주기적으로 밥을 줄 때도 전보다 좋은 것을 찾아서 먹였고 우리도 더욱 많이 꾸며주고 한 번씩 핸들링도 하면서 같이 있는 시간을 늘렸다. 어느 날 답답해 보여서 잠시 우리의 문을 열어주고 놀아주다가 시선을 돌린 찰나에 사라져 버렸다. 분명 집안에 있을 것은 확실하지만 생각보다 작은 동물이 숨을 곳은 많았다. 정말 집의 구석구석을 엎으며 뒤지기 시작했다. 방이 엉망이 되고 한 번씩 긁혀서 다치기도 했지만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화도 나지 않는다. 다만, 못 찾는다면 이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거지-하는 생각에 잠시도 쉬지 않고 뒤지고 뒤졌다. 이런 내 맘을 하나도 모르는 녀석은 한참이 지나서 집의 모든 가구를 뒤엎어서야 나타났다. 옷장 뒤 그 좁은 틈새에 있던 녀석의 발이 보이던 순간 그는 눈물을 흘릴 뻔했다.


 이 햄스터는 분명 전의 햄스터와 똑같은 ‘햄스터’ 일뿐이지만 정말 많은 의미가 들어갔다. 이전의 경험에서 얻은 작은 의미가 더욱 좋은 아이, 건강한 아이를 데려오려 노력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주기 위해 시간을 들이고 돈을 들인다.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더욱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며 이내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닌 하나의 가족으로 받아들여서 자신의 상태보다 더욱더 아끼게 됐다. 자신의 밥을 굶을 수는 있어도 나만 믿는 이 작은 동물에게 더 좋은 음식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세상사람들은 항상 자신을 소중히 하라며 자신의 가치를 중요시 여겨야 한다고 하지만 분명 우리를 소중하게 여기기 위해서는 다른 것을 소중히 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더 많은 안정을 가지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희생시키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자신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돈과 음식일 것이며 그것을 위해서 자신의 시간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자신을 특별히 여기면서 정작 단 하나의 소비도 들이지 않는다. 단순히 예쁘고 비싼 옷을 사 입고 유명한 카페와 맛집을 전전하며 다니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인가.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잠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고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욱더 자신을 아끼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보다 특별함만을 원하면서 유행을 쫓는다. 모두가 하는 것을 따라가는 순간 특별함은 다른 곳으로 사라진다. 마치 유행이 돌고 돌듯이.


 단 한 가지의 소비. 자기 자신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하나의 소비는 무엇인가. 딱 한 단어만 생각하자. 어떤 주제던 상관없다. 그것이 남들이 한심하게 볼 수도 있는 게임 레벨이나 맞지 않는 비싼 차라도 상관없다. 대신 그 한 가지를 생각한 순간부터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자. 어릴 적 지독하게 많이 배운 마인드맵은 생각이상으로 실용적이다. 자신의 생각을 가운데 크게 적고 브레인스토밍을 통하여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을 적고 또다시 그것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적자. 천천히 하나씩 실행할수록 당신은 자신을 특별하게 만드는 중이다. 너무 쉽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어렵다. 최근 유행하는 밈은 ‘남들이 무언가를 쉽게 한다면 그 사람이 그걸 정말 잘하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이런 간단한 계발이 옛적부터 지금까지 수천만 권의 책을 나올 만큼의 의미가 있어서 나오는 것인가? 아니다. 이만큼의 글을 내어도 실천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서 계속해서 이런 것을 읽는 사람이 많아서가 아닐까.


 특별한 글을 읽어서 자신을 바꾸고 특별한 운으로 일확천금을 노리고 특별한 재능을 발견해 자신의 가치를 순식간에 바꾸려고 하는 세상이다. 누구든 이런 꿈을 가진다. 또다시 우리가 어릴 적 거진 매일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나중에 꿈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서 공부해라-그때는 단순히 공부시키기 위한 허울 좋은 말 같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게 내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며 세상은 우리의 생각보다 많은 공부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자신이 특별하지 않음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특별함을 찾을 기회를 얻는다. 자신의 안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밖에서 만들어내야 하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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