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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Nov 10. 2023

좋아하는 노래를 알려주세요

 노래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 크게 나누면 멜로디, 가사, 음성 정도가 있을 것 같다. 내가 노래를 들을 때면 개중에 하나라도 좋으면 선호하는 편이다. 멜로디가 좋다면 그것에만 집중해서 듣고 가사가 좋다면 가사를 보며 곱씹어 생각한다. 노래를 부르는 이의 음성은 전달력과 호소력 혹은 발라드 성의 감미로움이나 락 쪽의 거친, 가수 특유의 목소리가 노래에 잘 어울리는 것을 선호한다. 여러분은 노래에 어떤 것이 녹아있는 것을 좋아하는가? 이 모든 노래 중에 내가 제일 선호하는 것은 아마 좋은 가사를 짙은 호소력으로 뱉어내는 것이다. 단순히 사랑을 외치고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고 미래를 바라고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속에 깊은 뜻이 내포된 가사를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단전부터 끌어올려 뱉어놓는 얘기 같은 노래가 너무 좋다. 때때로 그런 노래를 들을 때면 괜히 감성에 젖어들곤 한다. 평소에 마음에 드는 글귀나 내 머릿속을 탁 치는 명언, 격언을 볼 때면 이를 외우고 자신이 받아들인 방식대로 기억하지 않는가. 나는 그런 가사들을 발견할 때면 내 머릿속에서 나만의 뜻을 가진 가사로 재탄생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전달해 주는 가수의 목소리다. 덤덤히 내뱉는 듯하면서도 눈물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강렬히 외치는 것 같아도 여리게 어루만지는 듯한 그런 모습이 느껴질 정도의 짙은 호소력은 내가 해본 적 없던 경험이 눈앞에서 일어나게 만든다.


 즐거운 노래를 싫어하진 않지만 막 좋아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주위 사람들과 노래방을 가서 놀 때나 다 같이 여행을 떠나는 차 안에서 듣지 않는 이상은 굳이 틀어놓지 않는다. 힙합을 좋아하긴 하지만 굉장히 가볍게 즐기는 편이다. 딱히 내가 감성적이거나 센치한 타입은 아니지만 노래를 감상할 때는 잔잔한 것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J-POP 쪽의 노래들을 많이 들었다. 가사를 직접 해석하고 읽지는 못하지만 해석본을 보면 되게 시적인 타입이 많고 각각의 가수들이 자신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 좋았다. 왜 사람들이 밴드에 열광했는지 알 수 있는 느낌? 단순히 가사를 적고 그에 맞는 멜로디를 만들고 그에 맞춰 부르면 된다는 것이지만 분명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이 노래다. 남자들이 군대를 갈 때면 입대곡을 외운다. 그리고 그 노래를 잊지 못한다. 어디선가 들려온다면 입대할 적의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처럼 노래에는 듣는 당시에 있었던 일과 감정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옛날에 보던 드라마들에 나온 ost를 들을 때면 그 당시에 가족이 모여 텔레비전 앞에서 다 같이 보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리고 어릴 적 친구들과 어제 본 드라마에 대해서 얘기하던 것도 떠올린다. 일기와는 다르다. 예전의 일기를 볼 때면 글에서 나오는 감정이 모두 그때그때의 상황을 정확히 보여주는 영상이 된다면 노래는 그때의 상황에 있던 색깔을 순간순간 지나가는 그림처럼 보여준다.


 혼자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매일 같이 귀에 에어팟을 꼽고 노래를 듣는다. 유튜브뮤직에서 자동으로 추천해 주는 노래들이 한 번씩 내 마음에 쏙 맞을 때 잠시 옆의 벤치에 앉아서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한 번씩 읽곤 한다. 나에게 노래는 취미나 선호보다는 휴식에 가깝다. 헌데 이상하게 조용한 노래를 좋아해도 클래식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참 특이하다. 모든 글에서 감정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하는 나는 어쩌면 작사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듣고 있던 노래는 Avicii의 ‘The Night’다. 가사 속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인생을 흘려보내지 말고 기억에 남는 삶을 살라는 조언을 들려준다. 뭔가 쌀쌀한 바람이 부는 겨울날에 따뜻한 벽난로 앞의 흔들의자에 앉아 아들을 무릎 위에 앉혀 놓고 조곤조곤 얘기를 들려주는 장면이 그려져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분명 멜로디는 굉장히 경쾌하고 신나지만 가사에서 느껴지는 것은 따뜻함이다. 듣는 내내 기분이 몽글거렸다. 아마 지금의 나는 누군가 그런 조언을 해주며 따스히 어려만 져 주길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노래들의 경쾌한 짙푸른, 새빨간 느낌도 좋아하지만 옛날 노래에 묻어나는 그런 추억 속의 옅은 초록색 같은 감성이 좋다. 그래서 그런가 노래를 들으면 거의 옛날노래들이 추천으로 계속 나온다. 애늙은이 같다는 소리도 종종 듣긴 하지만 정작 같이 들으면 다들 좋아하더라.


 여러분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노래는 무엇인가. 단순히 재밌어서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라 머릿속에서 따스한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그런 감성이 나타나는 노래가 없는가. 오늘은 잠에 들기 전에 한 번 따스한 노래를 들어보자. 어제를 잘 견뎌내고 오늘을 잘 버텨냈고 내일도 잘 이겨낼 자신을 위해서 잠깐의 휴식을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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