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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Nov 13. 2023

잘못된 경험은 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하더라. “세상에 나쁜 경험은 없다. 지금 하는 것이 다 거름이 될 거고 나중에 지나 보면 추억이자 밑바탕이 되어 있을 거다. 그냥 아무거나 하고 싶은 거 해봐라.”-흔히들 자기 계발서 같은 책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말이다. 요즘은 sns에도 이런 말들이 돌아다니는 것이 흔하다. 이 말의 본질이 ’하고 싶은 일‘과 그에 대한 ’ 도전‘임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단순히 하기 싫은 일을 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 찾아서 하란 뜻이 아닌데도 마냥 편하고 좋은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이 말 자체의 본 뜻을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조언을 해준 사람은 내 삶에 대한 책임이 없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스스로에 달린 일.


 공부가 제일 쉬운 것이다-라는 어른들의 말은 거의 맞다. 공부다 다른 일에 비해 쉬운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 너무 어렵다. 한 사람이 꿈을 가지기 시작할 때 그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확립이 필요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구분해야 하며 그에 따른 직업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나는 확신한다. 내가 아무리 축구를 좋아해도 어릴 적으로 돌아가면 손흥민이나 박지성 같은 축구 선수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농구를 좋아한다 해서 허재나 서장훈 같은 선수가 될 수 없을 것이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해서 피카소를 꿈꾸지 못하며 노래를 좋아한다고 해서 김범수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재능이 확실한 영역들이 아닌가. 지금도 계속해서 게임을 하고 있지만 페이커가 되겠다는 소리는 한 번도 뱉은 적이 없다. 사람은 직접 경험을 하는 순간 깨달을 수 있다. ‘재능이 없구나.’라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좀 더 공부를 해볼걸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이제 와서 그러지 못한 과거를 후회하거나 질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부가 분명 재능이 있는 분야이긴 하지만 노력으로 메꿀 수 있는 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손흥민의 재능이 100이고 일반 선수들이 80이라면 일반인이 노력을 해도 50을 뚫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공부는 천재의 재능이 100이면 범재의 노력이 90까지 따라잡는다. 물론 절대 메우지 못할 10이라는 벽이 있지만 고작 그 정도의 차이까지 다가설 수 있다. 또한 모든 것이 지표화 되어 있다. 숫자로 이루어진 성취도. 이것이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는 답이 없는 분야에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다. 나는 내가 글로 쉽게 성공할 사람이라 생각했다. 허나 이 또한 분명 재능의 영역이고 일정량의 도전을 했을 때 어느 정도 깨달았다. 나는 범재구나. 지나온 노력이 살짝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서 노력을 들이기 힘들다. 이 또한 나약한 이의 변명이라 치부되겠지만.


 나는 사람들이 꿈을 가져야 한다고 누차 말해온 사람이다. 이제 와서 꿈 따윈 헛된 것이다, 현실을 봐라.-하는 말이 아니다. 당신의 꿈에 책임을 가져야 한다. 재능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무식하게 머리만 들이미는 것은 도전하는 용기가 아니다. 포기할 용기가 없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 만용을 가질 바에는 과감히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경험에 대한 중요성은 그들이 성공을 해내었기에 지나온 세월에 녹아든 시간이 노력과 추억으로 보일 뿐이다. 만약 당신이 꿈을 가지고 도전하다 문득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텅 빈 방에서 박혀 있는 모습을 본다면 지나온 시간이 경험으로 생각되겠는가 버려진 순간으로 잊히겠는가.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에는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무작정 ‘되고 말 거야’라는 생각으로 부딪히는 것은 힘들다. SNS나 방송에서 가끔 되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고 도전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무작정 달려들지 말아라. 그들이 간단히 말해서 그렇지 충분한 계획과 가능성을 보고 뛰어든 것이다. 절대 아무런 생각 없이 달려들지 않았다.


 지나온 시간을 경험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잃었다고 후회하고 있지도 않다. 내가 뛰어든 글과 그림이 나에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쓰는 것으로 내 생각을 정리하고 그림을 그림으로서 재미를 얻는다. 경험이 나에게 득을 가져다준 것은 아니지만 실을 사라지게 해 줬다.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비록 꿈꾸던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는 것은 아쉽고 이를 정리하기 위해서 약 6년의 노력을 잘못되었다고 깨닫는 것에 흐르지 않는 눈물을 억지로 닦아 내고 있을 뿐이지만. 책임을 대신 져주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당신의 선택은 중요하고 신중해야 한다. 세상에 떠도는 말들에 현혹되지 마라. 어디까지나 보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것을 스스로의 것으로 만드는 것에 더더욱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니 그에 대한 책임을 생각해 내라. 이 모자란 작가의 말에서 단 한 가지만큼은 진실일 것이다. ‘스스로의 책임’이 하나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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