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다훈 Dec 03. 2023

도망쳐서 행복합니다

 도전이란 단어에 순수히 마음이 설레었던 것이 언제인가. 도전의 길에 놓아진 수많은 지뢰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앞으로만 달릴 수 있었던 시절은 언제인가. 하나하나의 도전을 지나오면서 늘어난 것은 성취감인가 두려움인가. 사람들은 말한다. 너의 도전에서 나오는 어떤 결과든 너를 위한 양분이 되리라고. 나는 부정한다. 성공하지 못한 경험은 추억에 대한 관대함일 뿐이다. 성공하는 습관은 중요하다. 우리가 도전함에 있어서 불가능을 제일 먼저 떠올리지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는 맞다. 하지만 이것은 수십 수백 번의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끝끝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일어나 도전할 이들을 위한 말이다. 우리가 실패한 적 있는 도전에서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실패의 위험성이다.


 내 눈앞에 도전에서 성취의 결과물이 얼마나 달콤한지에 대한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 실패란 결과가 가져오는 현실의 쓴 맛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지 오래. 우리는 도전할 때 생각한다. '잘되면' 보다는 '만약 안되면'을. 나는 시간이 두렵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사라져 버린 시간들이 결코 돌아올 수 없음을 깨닫고 점점 내 젊은 날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날이 갈수록 더욱 빠르게 흘러가는 듯한 시간이 두렵다. 그와 동시에 돈이 두렵다. 이렇게 허망하게 흘려간 시간은 결국 자본주의에서 돈을 벌지 못했다(비생산적 활동)라는 뜻이다. 적어도 돈이 될 수 있을 만한 경험이나 배움의 시간이었다면 모르겠다. 단순히 실패로 인한 하나의 가능성 배제를 얻는 것으로 만족할 만큼의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는가. 재능의 차이가 두렵다. 현재 모든 시장에서 레드오션이 아닌 것을 찾기 힘들 정도다. 왜? 사회는 지독히 많은 정보로 넘쳐나고 그 정보들은 돈으로 통한다. 곧, 돈이 되는 직업은 레드오션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그 속에서 나는 밟고 올라서 튈 수 있을 정도의 재능이 있는가. 그렇기에 경쟁이 두렵다. 자신만의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자연스레 비교되고 앞서야만 하는 레이싱이 두렵다. 아, 안 되는 이유를 한없이 늘여놓고 놓다 보면 안 되는 이유밖에 없다. 지독히 두렵다. 지독히 유약하다. 감히 도전이란 단어를 입에 담는 것조차 용납이 되지 않을 만큼의 나약함. 도전에 대한 결과는 단순히 성공과 실패란 양갈래 길이 아니다. 성공으로 가는 길에서 실패가 천천히 반대방향으로 나를 밀어내고 있을 뿐이다. 그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분명 두려워할 이유는 없는 것인데도 우리는 이 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마저도 두렵다. 남들보다 단 한걸음이라도 뒤쳐진다는 사실이 나를 좀먹는다.


 안다. 외울 정도로 들었고 질리도록 봤다. 나 또한 이를 되새기려 꾸준히 말했고 자판을 외울 정도로 적었다. 성공을 위한 도전에서 찾아오는 실패가 단순히 나를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나쁜 일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두렵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간다는 이질감은 세상에서 동떨어진 놈이 되어 버린다. 지금 당장에도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과 달리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이 있다 말하며 도전하는 내가 스스로도 별난 놈, 좀 더 과격히 말해 현실감 없는 멍청한 놈으로 보일 지경이다. 분명 그들은 나와 똑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 시간에 학생이라는 신분이 차곡히 메워준다. 그 경험의 가치는 대학의 졸업장이 설명해 줄 것이다. 하면 나는 어떠한가. 지 꿈에 대한 도전이 실패한다면 어떤 것이 설명해 주는가. 과거의 영광 따위인가. 그것은 결국 앞에서 말했던 추억에 대한 관대함일 뿐. 그래서 꿈에 온전히 뛰어들지 못했다. 은근히 남들이 하는 길을 따라서 하나씩 하나씩 쌓았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무엇인가. 이제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생각은 안 해도 되니 좀 더 도전을 해보자 인가, 도전을 내려놓고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편하다 인가. 사람은 간사하다. 배부른 돼지를 경험한 누가 왜 굳이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선택하겠는가. 고통과 아픔은 흉터로 남아 지워지지 않지만 행복과 안락함은 기억으로 잊히지 않는다. 배부른 돼지가 되었다.


 이렇게 계속해서 도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적고 두려움을 표출하면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은 성공에 대한 확신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거나 이를 양분으로 삼아 자신의 발전을 꾀할 수 있으리란 것도 아니다. 하고 싶다. 그냥 하고 싶다. 이게 아무런 결과를 불러오지 않더라고 그냥 한 번쯤 해보고 싶다. 뭐 굳이 여러 군데에서 '삶은 한 번이니~'하는 듯한 말 따위는 하지 않겠다. 그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니까. 솔직히 알아챈 지는 오래됐을 것이다. 처음 웹툰작가라는 꿈으로 작가에 대한 꿈을 가지기 시작할 때쯤에 '해볼까?'란 마음으로 뛰어드는 순간 깊은 바다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기 시작했음을. 처음에는 이 바다를 헤엄쳐 올라올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아득바득 달려들었고 지나와 보이지도 않는 빛이 원망스러워 나의 재능을 탓했고 내려놓고 나서는 바다에 뛰어드는 도전조차 하지 않고 그냥 멀리서 지켜만 보기도 했었다. 한데 보고 보다 보니까 그냥 들어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시 들어갈 거다. 지독히 두렵고 깊고 어두운 도전에. 이번에는 헤엄치려 하지도 탓하지도 않겠다. 바닷속에서 어떻게 되나 한 번 몸을 맡겨나 보겠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끝끝내 현실에 대한 두려움은 놓지 못할 테지만 다시금 나의 도전에 목표를 잡았다. 나는 글을 적는 것이 취미인 사람이다. 절대로 다시는 이 행위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겠다. 일전에 말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제일 좋은 취미를 하나 잃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나는 지금 다시 제일 좋은 취미를 하나 찾아냈다. 도전이란 두려움 따위는 보이지 않는 즐거움을.


 도망쳤다. 근데 행복하다. 된 거 아닌가.

매거진의 이전글 삶의 의미가 아닌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