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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Jan 09. 2024

(신년기념)버전업데이트하기

연말과 연초에 데이터 버전을 업데이트하듯이


 핸드폰을 쓰다 보면 운영체제의 버전을 사용하다 문제가 있거나 더욱 좋은 기능을 넣기 위해 업데이트를 한다. 나는 연말과 연초에 그런 기분이 든다.


 연말이 되면 항상 아무렇지 않게 지내온 한 해를 뒤돌아보며 '아, 좀 더 열심히 할걸. 아, 이런 거 해볼걸.' 하면서 지난날을 반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생각을 한다.


 연초가 될 때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나에게 365일이라는 시간이 새로이 쥐어지는 기분. '올 해는 이런 것도 해봐야지. 올 해는 이걸 해내야지.' 하면서 앞으로를 계획하고 시간을 보낼 결심을 한다.


 생각과 결심은 사람을 변화시켜 주는가? 아니다. 결국에 사람을 바뀌게 하는 것은 실천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면 사람일수록 쉽게 뛰어들지 못한다. 현재가 사라진다는 두려움.


 작년의 나는 어떠했는가. 호기롭게 인스타그램에 올리던 글귀를 그만두고 브런치에 나만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 결심은 다행히도 1년 동안 거의 꾸준히 지켜내는 데에 성공했다. 또한 어떤 목표들이 있었다. 현재의 진행상태나 결과물을 온전히 찾아내기 어려운 꿈을 꾸는 나에게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는 수치가 존재하는 결과를 몇 가지 시도했고 이를 이루어냈다. 큰 도전이나 결과는 아니지만 스스로 목표한 바를 몇 가지 해낸 것에 의의를 둔다. 지금까지의 나는 이런 결과물에 목말라 있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나 자신의 멘탈리티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시도였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모자랐는가. 위에서 많은 것을 성취해 냈다는 말을 했던 것이 무색하게 이렇다 할 직접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분명 만들어낸 결과들이 헛되지는 않으나 나의 앞 날에 영향을 끼치거나 스스로를 발전시켰다고 말하기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뤄낸 것은 단순히 자기만족과 동기부여에 부족하다. 또한 굉장한 시간낭비를 했다. 올 한 해에 이룰 것이 있다는 핑계로 성인이 된 이후로 꾸준히 여러 가지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의 경제적 성장을 꿈꿔왔지만 이를 그만두기도 했으며, 굉장히 말랐던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꾸준히 하던 운동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건강이 많이 상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 업데이트되기 직전의 연말이었다.


 결국 작년 또한 나는 이런저런 핑계로 단순한 자기만족을 위해서 1년이란 시간을 흘렸다. 나중에 내가 뒤돌아보았을 때 올해의 기억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내게 부족했던 부분은 첫째, 나의 현실에 연관이 되는 직접적인 도전의 부재. 둘째, 스스로의 발전이나 자기 관리의 부족. 셋째, 목표의 상실.


 이제 업데이트해야 할 내용을 알아냈다. 꾸준한 생각과 반성으로 알아낸 것이 있다면 이를 고쳐나가기 위한 결심이 필요하다.


 우선 자기 관리를 시작하겠다. 내 생각 이상으로 몸이 안 좋다는 신호를 많이 받는 요즘. 정말 귀찮고 힘들기만 해서 하기 싫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했고 금연을 시작했다. 원래 술은 거의 안 먹다시피 하지만 꽤 애연가였던 지라 과감하게 금연을 도전해 보기로 했다. 아마 성공해 낸다면 올해의 목표 중에 제일 큰 것을 달성하는 것이 아닐까. 또한 현실에 연관되는 도전을 위해서 연말부터 준비하던 것이 있다. 웹소설과 이모티콘에 대한 도전. 이는 예술이라는 직접적인 성장세를 볼 수 없는 추상적인 존재에서 타인들에 평가로 인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한 해의 커다란 목표. 사실 재작년의 나는 고작 전역이 목적이었고 작년의 나는 졸업이 목적이었다. 둘 다 시간이 지난다면 자연스레 할 수 있는 단순한 것이지만 꽤 큰 이름값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방패로 삼아 도망쳐 있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는 것을 부정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의 목표는 위에서 말한 현실에 연관되는 도전들의 성과로 삼겠다. 돈이라는 존재의 필수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에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보다 이 도전들이 성공이던 실패던 결과를 내놓는 순간이 내 앞날의 변화를 꾀할 수순이라 생각한다.


 2023 버전의 나는 분명 행복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을 때 아픔이나 슬픔이 느껴지는 순간이 적다. 물론 행복이나 기쁨이 느껴지는 순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렇게 느낀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은 것보다 불행하다 느끼는 순간이 적은 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라고. 올해의 나도 행복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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