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다훈 Jan 23. 2024

시간보다 빠른 세상의 변화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고 문화가 변한다. 예전에 한 시대를 말할 때 주로 10년 단위 이상을 썼다면 지금은 거진 2-3년 단위로 끊어도 될 정도로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수많은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콘텐츠들은 거의 주별로 다른 유행을 가진다. 당장 저번주에 유행했던 사건이 이번주에 와서는 몇 년 전의 일로 느껴질 정도로 많은 일이 일어난다. 더군다나 유행을 시작한 지 한 분기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망하기 시작하기도 한다.


세상은 빠르다. 때론 시간보다 빠르게 변하는 느낌이 든다. 시간은 모두에게서 1초가 흐르지만 콘텐츠는 각각의 초마다 각각의 분야에서 변하지 않는가. 내가 아이들을 쉽게 보던 2년 전의 유행과 지금의 유행이 다르다는 것을 먹고 충격이었다. 고작 2년 사이에 유행이 변한다는 것이 뭐 그리 충격인가 할 수도 있지만 어떤 분야에서건 그렇게 짧은 시간에 통상적인 지표가 바뀐다는 것은 영향이 지대하다.


탕후루는 예전에 우리나라에선 서울이나 큰 도시에 한 두 개 있는 그냥 달기만 한 중국간식이었다. 어느 순간 마라의 유행에 힘을 입어 전국에 돌풍이 불었다. 불과 반년만에 수많은 브랜드와 점포들이 생겨나서 확실히 유행이구나-하는 생각을 들게 했으나 또다시 불과 반년만에 개업보다 폐업이 늘어나는 업종이 되었다. 사업 자체가 흔들린다. 이렇게 말하면 얼마나 큰 충격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많이 보는 유튜브의 콘텐츠도 같다. 옛날에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유행하면서 그와 관련된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다 인기가 식고 다른 게임들로 넘어갔었다. 그러다 갑자기 다시금 떠오르면서 모든 인터넷방송에서 마인크래프트를 다루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플랫폼 자체에서 엄청난 크기의 서버를 열어 많은 크리에이터들을 불러들였다. 우리가 디지로그나 과거에 유행한 옷, 머리들을 다시금 하는 것처럼 유행은 돌고 돌기도 한다.


이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정보를 구하기가 너무 쉬워서다. 애초에 이렇게 자주 변하는 이유기도 하고. 쉽게 구할 수 있고 쉽게 변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늘 말하는 노력과 성실에 중요성과는 정반대에 위치한다. 세상에 적응한 이들은 이 물살에 쉬이 올라타 세상의 변화를 따라 물고기를 낚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직한 노력과 성실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언젠가 나올 샘을 찾으며 땅을 파고 있을 뿐이다.


이전에 나는 정보의 변화 정도야 상황에, 시대에 맞춰서 배우고 익히기만 하면 따라갈 수 있는 변화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전의 정보들이 쌓여오면서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면 괴리감이 느껴져서 거부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움을 겪었다. 나는 20대다. 나보다 더 연세 있으신 분들 중에서도 적응 잘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키오스크의 등장은 수많은 시니어층을 혼란에 빠트렸다. 말로 주문하는 것조차도 생소한 메뉴명과 복잡한 시스템에 적응하기 어려워하셨는데 이제 계산대에서 이를 도와주는 이 하나 없이 혼자서 하나하나 보고 골라야만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야지 못하면 도태될 뿐이라 하는데 이는 잘못됐다. 만약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 변화에 취약한 사람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 먼저 있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이 생겨나고 나서야 부랴부랴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문화센터의 교육이 생겨났다.


문화센터에 그런 교육이 생겨났다는 것은 또 정보다. 이 정보를 쉽게 입수할 수 있는 곳은 인터넷. 시니어층이 접근하기 쉬운가? 분명 시니어들을 위한 정책이지만 홍보의 수단이 이제는 시니어를 생각해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전에 유행하던 홍보방식은 인스타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이용해 많은 노출로 이루는 노이즈마케팅이 대세였지만 이 추세 또한 바뀌는 중이다. 세상은 빠르다. 이 광고법이 유행한 지도 불과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제 유엔미래보고서처럼 각 시대별, 아니 연도별로 지침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의 요약 및 총집본이 필요한 시대다. 각 분야별로 쏟아지는 정보들을 모아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은 한정적이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다르다. 그 시간에서 자신이 바라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단이 필요하다. 당장 인터넷에 당신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면 수백 수천 가지가 뜨지만 정작 진실되게 관련 있는 글은 수십 개에 그친다.


이런 변화가 반갑고 기대되는 나이가 지난 것일까. 아니면 너무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의 시간이 너무 급하게 느껴져서 놓쳐버린 것일까. 세상에 수많은 정보가 존재하지만 내게 필요한 것은 한 줌에 불과하고 그 한 줌을 얻기 위해서 대양을 헤엄치는 것에 지쳤다.


우리는 변화하고 진화하며 발전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이를 받아들이는 이는 성장하고 그러지 못하는 이는 도태되는 것. 허나 정말 사회의 공평성을 생각한다면 앞서가는 이들이 이끌어내는 문화의 발전에도 신경 써야 하지만 뒤쳐지는 이들이 이를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는가.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하고 좋은 정보를 쏟으면 무엇하나. 그것을 보고 듣고 읽어서 받아들이는 이가 아무도 없으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다.


도와줘요 스피드웨건!-을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술은 담배보다 나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