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술이 담배보다 나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신체적인 건강을 제외해 두고 보자면 말이다. 물론 두 가지 다 결코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좋은 것이 아니기에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흡연자였다. 학창 시절에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담배는 중독보다는 습관이 되었다. 그 시절에는 그 나이에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 멋지고 어른스러워 보였기에 스스로 담배 피우는 자신이 조금 멋지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담배를 필 때면 항상 생각했다. ‘솔직히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고 냄새도 별로다.’라는 생각. 담배 자체에 중독되어 가기보다는 담배를 피우는 순간에 중독되었다. 지금이야 전보다는 담배에 익숙해져서 맛을 느끼거나 냄새를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그래도 굳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친구들과 밥을 먹거나 술자리에서, 또는 함께 놀 때 다들 피는 순간에 함께 한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역시나 몸에는 좋을 리 만무하다. 실제로 최근 염증수치가 꽤나 높아서 금연을 결심하기도 했다. 이미 이전부터 담배를 한 두 번 끊었을 때에도 딱히 금단증상이 없었기에 크게 힘들지는 않다. 하지만 역시 주변사람들이 나를 빼놓고 담배를 피우러 가고 자신들끼리 흡연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나도 같이 피고 싶다.’하는 생각정도는 든다.
나는 원래도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몰래 마시는 술은 담배처럼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하는 느낌이라 즐겼다. 그때는 술맛도 모르겠고 단순히 마신다는 행위에 집중하고 술냄새를 풍기는 것에, 취한 자신을 보는 것에 재미가 들렸던 것 같다.
술은 쓰기만 하다. 뭐 종종 깔루아밀크 같은 술을 마실 때면 마치 음료수 같아서 괜찮을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알코올이 들어간 주류는 나에게 두통이나 복통을 유발했다. 그렇기에 웬만하면 술자리에 나가도 술을 거절했고 최근에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몸에 안 받는 탓도 있지만 그보단 술을 마시는 행위에 대한 재미나 중독성을 도저히 못 찾겠다.
둘 다 나쁜 것임에도 불구하고, 둘 다 취미가 크게 안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꼽자면 술이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술은 담배와 다르게 하는 순간에 사람을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드는 것 같다. 술을 마신 사람에게 일어나는 수많은 실수와 잘못들이 항상 뉴스에도 보인다. 자신의 실패와 우울을 술에 기대어 풀려는 사람들이 결국에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것 또한.
술은 바다보다 많은 사람을 익사시켰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나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그럴듯했다. 술로 인해 피폐한 삶을 지내는 이들을 듣기도 하고 본 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도망지로 선택한다는 것이 내가 술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깊게 가지게 된 원인이 아닐까.
물론 술이나 담배 모두 건강에도 좋지 않고 타인에게 끼치는 영향도 나쁘다. 그렇기에 둘 다 하지 않는 것을 권장하기는 한다마는. 굳이 둘 중에 건강을 제외하고 꼽자면 술이 좀 더 사람에게 안 좋은 영향이 많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담배를 건강과 체력을 위해서 끊는다면 술은 건강과 정신을 위해서 끊어야 한다. 만약 그러기 힘들다면 적어도 자신의 주량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조절할 줄 아는 자제심을 키워야 한다. 과한 음주는 당신의 정신상태를 온전치 못하게 만들고 자신의 약점을 드러낼 수도 있고 타인을 공격할 수도 있다. 기왕 새해가 된 김에 조금 건강한 다짐을 세워보는 것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