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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Jan 23. 2023

회의감


솔직히 이런 글은 블로그에는 쓰지 않아야지 했지만 이번에 본 여러 정보들에 의해 큰 회의감이 들어서 브런치에도 여기에도 남기게 됐다. Ai가 무엇이든 대신 해줄 수 있는 시대, 절대로 대체되지 못할 것 같았던 인간의 상상력에 의한 창의성 마저도 집어삼켜버린 현실. 열심히 수년간 노력해서 얻은 실력으로 1-2시간에 걸쳐 만들어 내는 일러스트 1장이 ai에게 단순한 정보만 입력하면 10초에 수십장이 쏟아져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기본적인 툴에 의지하거나 구도, 신체가 옳바르지 못하게 나올 때도 있으며 시험단계의 부족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그림에 업을 두고 종사하던 이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음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헌데 이런 인공지능의 발전이 그림뿐 아니라 글에도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각종 플랫폼에서 연재되는 수만가지의 만화와 소설의 스토리를 모집해 대중에게 인기가 높았던 형식의 글을 만들어 짧은 시간안에 한권 분량의 소설을 만들어낸다. 심지어 시험작으로 만들어졌던 글을 몇가지 읽어보았는데 일반적인 지망생이 써 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웠다. 독창성이나 매끄러운 진행이 다소 부족했지만 가볍게 읽어 넘기는 라이트 노벨정도의 느낌은 충분했다. 이 또한 시험단계인지라 아직까지 부족한 면모가 여럿 있지만 결국 학습을 쉼없이 반복할 ai가 언젠가 칸 영화제에 나올 정도의 시나리오를 써내릴지 모르는 일이다.


더이상 창의성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들어서 원래 글을 써올리던 짧은 소설과 내 생각을 정리한 푸념글을 멈춘 것은 다름아닌 이런 시대의 흐름에 앞서나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안그래도 미약한 실력을 가지고 단순히 꿈이라며 도전하려 했던 무모하면서도 당찬던 도전이 우습게 보일 정도의 허탈함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인간의존도가 높은 기술이기에 안심할 수 있지만서도 아무도 이렇게 갑자기 ai가 창작물까지도 만들어 낼 줄 누가 알았을까. 또다시 노력하던 도중에 더욱 완벽한 프로그램이 나와서 사람이 아니라 기계의 이름이 적힌 책과 시나리오가 나올 지도, 더구나 그 작품에 대한 권한을 그 기계를 만든 사람이 가지게 될 미래가 올 것을 단순히 허상이라고 부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저런 핑계로 하고싶다는 강렬한 생각과 도전정신을 멈춘 나에게 필요한 것은 동기일까 그럼에도 밀어붙일 끈기일까 혹은 포기할 용기거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일까. 이런 잡념이 펜을 잡았을 때 몰려오면 단순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과거의 내가 그리울 지경이다. 그럼에도 실천과 노력에 배신이 없으리라 믿고 도전하는 것 또한 프로그램이 이루지 못할 성과를 가져올 인간다움이라 생각하고 내가 바라는 일에 도전할 것임은 틀림없지 만서도 괜시리 투덜거리고 싶은 시대의 발전이다.


나는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를 글로써 적어내리기는 귀찮고 어려우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타인에게 보이는 글을 쓸 자신이 없으며 그림을 한 장씩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오롯이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어낼 실력이 없음을 한탄하며 하고 싶은 것보다도 즐거운 것이 좋은 의지박약임을 부정하지 않겠다. 다만, 그럼에도 내 꿈이 이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자만이 아닌 스스로를 되내이는 것이며 내 글과 내 그림이 타인에게 보여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 글이 타인에게 인정받고 그림이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이 모든 것이 '나'에 대한 표현으로 비춰지는 것이 '작가'라는 타이틀이 가져올 가장 큰 결과물이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


정작 현실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돈에 묶여있지 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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