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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Mar 06. 2023

사과와 감사의 차이

나는 칭찬에 인색한 편이다. 허나 상황에 따른 표현은 확실하다. 가령 친구가 멋진 행동을 하면 그 행동을 칭찬하기 보다는 그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물어보거나 그 자체를 높이 사준다. 이는 엄연히 단순한 칭찬과 다르다. 그리고 잘못한 것에 대해 사과보다는 명확한 설명과 타당한 사유를 드는 것을 선호하며 단순히 상황을 넘기려고 하는 것을 싫어한다.


사람과 관계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더욱 눈치를 본다. 보다 소중한 이에게 실례가 되지 않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만약 조금이라도 내 행동이 타인에게 거슬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곧장 정정하거나 사과를 건낸다. 이럴 때 많이 하는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오해하지 말고'라는 말이며 끝에 '불쾌했다면, 이상하게 느껴졌다면 미안하다'라는 말을 붙인다. 헌데 이상하게도 고맙다는 말이나 감사를 표현하는 말은 잘 나오지 않는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 준다면 이런 식이라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이렇게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은데 잘 나오지 않는다.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다. 칭찬이나 감사보다는 미안함과 채찍질이 더욱 편하고 필요하다 생각한다. 나는 받는 것에 익숙치 못하다. 베푸는 것이 더욱 속이 편하다. 단순히 성격이 그런 거 겠지 하며 지냈지만 최근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왜 스스로 나를 낮출까?' 하는 생각. 내가 잘못한 정황이 아님에도 모두의 편의를 위해 혹은, 타인의 배려를 순수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자존감이 낮아졌단 신호를 보내주는 것은 아닐까-. 내 시간을 챙기자는 다짐을 한 이후로 보다 이기적으로 시간을 관리하자는 생각을 가졌다(이기적은 단순하 오롯이 내 기준이 아니라 이전보다 나를 좀 더 챙기자는 뜻). 남에게 맞추는 착한 좋은 아이보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스스로를 잘 챙기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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