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치 못한 눈물
안구건조증 때문에 갑작스레 건조해진 눈이 뻑뻑해서 눈을 깜빡이고 비빌 때면 자연스레 눈물이 나온다. 마치 악어의 눈물처럼 아무런 감정도 색도 없는 그런 눈물이 온전히 흘러내리지도 못한 체 눈에 맺혀 시야를 흐린다. 매번 이런 고통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하던 나에게 인공눈물을 넣으면 좀 괜찮아질 터인데 굳이 그걸 넣기 싫어서 억지로 버티는 모습을 보고 답답하다며 잔소리하며 억지로 넣어주던 사람이 있었다. 이상하게 눈에서 나오는 눈물도 아닌데 감정이 있는 듯한 연한 분홍색 빛이 도는 그런 눈물을 흐르게 해주는 그 사람의 배려, 그리고 그 따뜻한 손길은 정말 간지러운 기분을 느끼게 해 줬다. 첫사랑이다. 분명 사랑에 대해서 아무런 경험도 없고 느낀 적도 없었던 문외한이지만은 너무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사랑이라고.
한없이 사랑스러운 그 사람이 내 마른눈에 들어올 때면 눈이 부셔 감아버리듯이 눈웃음을 지어 보였고 이런 내 눈을 너무도 좋아해 줬다. 눈이 이쁘게 생겼다는 말을 정말 자주 했고 속눈썹이 기다며 내 얼굴 가까이 와서 구경하다 문득 부끄러웠는지 살짝 붉어진 볼을 가리려 고개를 황급히 돌리곤 했다. 그러다 민망했는지 내가 웃음이 터지면 나오는 보조개를 양손의 검지로 찌르며 장난스럽게 애교를 부리곤 했다. 내 눈과 미소를 좋아해 주는 것은 좋았다마는 두터운 애교 살이 부럽다며 한 번씩 찌르다 실수로 눈에 닿을 때면 조금 고통스럽긴 했다. 어쩌다 보니 나는 그 사람이 좋아해 준다는 사실만으로 눈이 마주칠 때 눈웃음을 지으며 보조개가 들어가도록 미소 짓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내 눈이 따갑더라도 눈이 예쁘다고 해줄 때면 부릅뜨고 구경하라고 한참을 깜빡이지 않기도 했다. 이런 행동들이 쌓이고 쌓여 사랑이라는 것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쯤, 그 사랑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으로 느껴본 사랑이란 감정은 지독해서 내 몸에 이 습관 모두를 고스란히 남겨두고 있었고 다른 이에게서 사랑인가 싶은 감정이 느껴질 때면 자연스레 세어 나왔다. 어느 날 사랑인지 모를 감정을 가지고 전화를 하다 우연스레 본 거울에 그 사람이 남겨준 미소가 나올 때면 왜 그렇게 다들 첫사랑을 지독하다 하는지 이해할 정도로 잊지 못했다.
그렇게 그저 추억하며 새로운 사랑이라 믿으며 수많은 감정을 쌓으며 살아가던 중 한 사람을 만났다.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고개를 들었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고 단 한 사람이 보이는 경험을 했다. 첫사랑과 하나도 안 닮은 외모와 성격인데 왠지 이 사람이라면 내가 가진 습관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처음 만난 그 사람과 인사를 하려던 중 나는 갑작스레 눈물이 흘렀고 모든 사람의 이목이 집중됐다. 분명 흐르지 않았어야 할 아무런 색도 감정도 없는 눈물이 나왔어야 할 터인데 너무도 자연스레 흘러내렸고 분명한 색이 존재했고 이제는 그 속에 담긴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왜 우느냐는 주변의 말에 안구건조증이 있어서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라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앞의 그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와 동시에 다시 한마디를 덧붙였다. 맺힌 눈물이 흐르지 않게 애써 눈웃음을 지으며 보조개가 보이게 미소를 지으며 나와 사귀어 줄 수 있냐는 말을. 정말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는 고백이다. 웃기게도 이것도 인연이었는지 우연이었는지 나는 기억 못 하는 이 순간의 분위기와 내 표정과 말이 그 사람이 색을 줄 수 있게 해줬나 보다. 그 대답에 습관이 되어버린 미소 위로 또다시 연한 분홍빛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지독한 이 습관을 지우고 새로움을 안겨줄 사람과 다시 사랑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그 연한 분홍빛이 나를 간지럽히는 사실을 알려준 너를 눈이 뻑뻑하다며 손으로 가려 내 눈에서 한없이 흘려내렸다. 이제는 흐르는 눈물의 색과 감정이 더 이상은 네가 남겨준 습관이 아니도록 장마철에 내리는 장대비처럼 끝없이, 정말 많이 흘려내렸다.
이제 내 눈물이 너에게 닿지 않으리라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