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다훈 Jun 06. 2023

같은 노래, 다른 감정

 사랑을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조금 더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사랑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매체는 무엇일까. 우리는 드라마, 만화, 영화, 주변의 이야기 등등에서 많은 사랑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개중에 단순히 사랑의 과정이 아니라 그 안에 많은 것을 녹아내려 쓸 글에 감정을 실어서 낭독을 들려주는 노래가 제일 좋은 것 같다. 노래를 들을 때면 감정의 선율에 들려오는 가사의 토대로 내 마음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내 머릿속에 있는 풍경과 사람, 상황을 넣어서 표현하는 방식까지 바꾸게 해주는 내 상상을 위한 최고의 소재가 되어준다.


 노래는 아무래도 이별노래가 더욱 감정을 녹아내리기 쉬워서 많은 것 같다. 실제로 들었을 때 제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주제인 것 같기도 하고. 다만 이런 탓에 사랑을 전하는 노래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개중에 성시경 님의 '너의 모든 순간'이란 노래를 자주 들었다. 상대를 알기 전과 후의 세상이 달라지는,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여러 가지로 표현하는 가사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좋아했다. 강렬하고 깊은 감동을 주는 느낌은 아니지만 잔잔함 속에서 가슴을 한 번 건드려 설레게 해주는 노래다. 거기에 성시경 님의 목소리로 흘러나오는데 싫을 리가.


 헌데 문득, 노래를 듣다가 가사를 유심히 읽어보았다. 이미 여러 번 노래방에서도 불러본지라 가사를 다 알고 있지만 멜로디를 잠시 꺼두고 천천히 가사를 정독했을 땐 사랑의 설렘보다는 떠나보낸 이를 잊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슬픈 이의 마음이 끝끝내 자신을 잊지 않기를 비는 비망 같았다. 가사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똑같은 가사를 읽었으나 멜로디를 넣고 안 넣고의 차이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이렇게 까지 다른 감정이 새어 나온다.


 최근 화제가 된 비투비 이창섭 님의 각 나이대별 '서울의 달'을 부르는 모습에서 나이에 따라 노래에 실리는 감정을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이를 공감하며 사람의 목소리에 담긴 힘에 여러 가지를 느끼고 있었다. 우리가 글을 읽으면서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똑같은 글일지라도 지나온 시간과 경험이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해 준다. 단순히 남녀사이의 마음을 사랑으로 생각하던 어린 시절에서 점점 이상형이라는 기준하에 늘어나는 조건들이 지나온 시간이 만들어낸 '나의 사랑'의 형태가 아닐까.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는 내 모습이 성장한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과거가 그립다. 온전히 그 시간에 누릴 수 있었던 감정과 생각들이 엄청난 권리였다는 것을, 어른들이 괜히 '그때가 좋았지'라는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하루하루 새롭게 느낀다. 또 몇 년이 지나서 이 글을 혼자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때 돼서는 이 생각과 다른 생각을 읊으며 지금의 나를 그리워하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병 걸린 사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