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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부는날 Apr 13. 2018

이선균의 뒷모습


'나의 아저씨' 라니,

제목을 보는 순간 내가 이 드라마를 챙겨보게 될 것 같았다. 역시나 수요일을 기다리게 되었다.


여하튼 '나의 아저씨'에 대해 요목조목 평론을 할 생각은 없고, 이 드라마에서 가장 여운이 남는 장면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 한다.


이선균의 뒷모습에 대해서.


걸을 때 머리 끝까지 약간씩 흔들리는 특유의 걸음걸이 때문인지, 맨날 들고 다니는 그 가방이 무거워보여서 그런지 걸어가는 뒷 모습이, 정확히 말하면 그 어깨와 등이 그렇게 쓸쓸하다.


그게 어떤 쓸쓸함이냐면

사는 게 조금 버겁고 살아온 시간에 대한 후회도 있지만 적어도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고개 숙인채 걷는 한 남자. 누군가에게는 숙인 고개가 초라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저 자신이 어떻게 걷고 있는지 분명히 보려 하는 남자. 그 남자가 자기 몫의 짐을 진 모습의 어쩔 수 없는 쓸쓸함.


유독 골목길을 혼자 걸어가는 뒷모습이 많이 잡히는데,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정말 연기를 잘 하는 걸까, 이선균도 아저씨라 그런걸까 궁금하다.


여하튼 그 뒷 모습에 마음 한 쪽이 아릿한걸 보면 아마도 이젠 그렇게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어떤 건지 대충 알 것 같아서 그런가.


사람들은 참 많이 가지려 하고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래서 보통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은 사람들이 원하는 걸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 이토록 평범한 주인공이 있을까. 박동훈 부장은 어디에나 있다.


어디에나 있는 중년 남자의 뒷모습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런데 그 뒷모습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이선균의 뒷모습을 보고 알았다. 그러니까 그 뒷모습들은 무게를 느끼는 어깨와 등이다. 그 무게를 외면하지 않은 사람들의 실루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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