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부는날 Apr 19. 2018

감수성은 건강에서 온다


일상의 평범한 장면들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 것. 당연해 보이는 작은 사건에서도 의미를 발견하고 지나간 어떤 순간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


살아가며 감수성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감수성이 깨어있을 때만이 똑같은 하루 하루의 다름을 느낄 수 있고 진짜 자신을 자주 마주할 수 있다. 무언가 창작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대단히 다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당연하다 생각하며 흘려보내는 삶을 좀 더 예민하게 흡수하며 사는 것이다. 감수성이 깨어있는 것이다.


몸이 건강한 사람만이 깨어있을 수 있다. 대부분은 말이다. 신체적 고통을 이겨내고 자신을 뛰어넘어 무언가를 창작해내는 사람들은 실로 대단한 사람들이다 신의 경지다. 그런 사람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보통은, 보통 사람은 건강해야 깨어있을 수 있다.


나는 대체로 건강한 편이었다. 몸의 고통이 정신을 피폐하게 한 적은 없었다. 내 인생을 통틀어 몸이 가장 삐그덕댄 시기가 있다면 임신, 출산을 경험한 1년 정도 되는 시간이었다.


나는 내가 그간 얼마나 제 기능을 순조롭게 해내는 고마운 몸을 가지고 살고 있었나 깨닳았다.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내는 일이 쉬울 리가 있겠냐만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몸의 고통과 생경한 감각들이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몇 번은 아주 고통스럽게 아팠다. 아픈 몸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지옥이나 다름없을 것 같았다. 아니 틀림 없었다.


나는 내가 낙천적인 사람이고 작은 것에도 쉽게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했다. 커다란 야망 같은 것은 없지만 불행해지지 않기 위한 노력만 한다면 잘 살아갈 자신 있었다. 나는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니까. 이런 나를 스스로 좋아하니까. 소소하게라도 무언가 창작하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알고보니 그건 다 내가 건강해서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평범한 인간이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건강해야 한다. 아픈 순간에 나는 완벽한 비관론자이며 팍팍한 속물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나를 스스로 알아보지도 못했다.


몸이 회복되니 마음의 감각도 살아난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 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영양의 균형을 신경 쓴 식사를 한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규칙적인 노력이 있는 생활, 그 속에서 조금씩 나를 회복하고 있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말은 너무 뻔해서 하나마나한 말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하는 이유는, 지금 내가 건강한 것 같아서 참 감사해서 잊지 않으려고 그런다.



작가의 이전글 이선균의 뒷모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