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가 아니다. 작가와 작가가 아닌 사람의 차이는 간단하다. 꼭 써야 하는 사람은 작가고 안 써도 되는 사람은 작가가 아니다. 나는 꼭 글을 쓰지 않아도 되니 작가가 아니다.
꼭 써야 하는 사람은 쓰고자 하는게 머리 속에 넘쳐날 때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뭘 써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할 것이다. 나는 그 고민을 안 해도 되어서 글 쓰는게 재미있다. 나에게 글감은 떠오른 것들 중 마음대로 고르는 것 뿐이니 아주 소중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산뜻하고 좋다.
내가 쓰는 글은 곧 내가 자주 하는 생각인데, 사실 내 머리 속을 뒤져서 가장 풍부한 글감을 찾아낸다면 당연히 엄마에 대한 것일거다. 그런데 엄마에 대한 글은 쉽게 엄두가 잘 안 난다. 음 아직은 말이다. 아직은... 내가 내 슬픔을 건드리는게 두려운 것 같다.
그래서 가장 풍부하고 흥미로운 주제를 여태껏 방치해왔다. 어차피 난 작가가 아니라 글감이 아쉬운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방금 박완서님의 산문을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날 이 분의 생각이 이렇게 글로 남겨져 있다는 것이 참 좋구나. 특히 가족들은 참 좋겠다. 우리 엄마도 그림과 글을 많이 남기고 갔는데 그러고보니 참 고맙다. 엄마의 글을 읽고 싶다. 아 그리고 엄마에 대해 쓰고 싶다.
엄마에 대해 쓰고 싶다.
엄마라는 단어를 피해왔다. 누군가 자신의 엄마에 대해 쓴 글은 아예 읽지 않았다. 특히 엄마와 딸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것은 드라마건 영화건 소설이건 다 피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꾹꾹 눌러담아 겨우 묶어놓은 보따리가 건드리면 펑 하고 터져버릴 것 같았다.
아직 아프다. 아프긴 아픈데 이러다가 엄마와의 시간, 엄마에 대한 생각, 엄마에 대한 모든 기억들이 사라져버릴까 두려워졌다. 이렇게 피하고 안떠올리려 애쓰다 그냥 다 잊어버리는 건 아닌지.
예쁘고 예민하고 고집스럽고 사랑스런 나의 엄마. 울지 않고 웃으며 나의 엄마에 대해 쓰고 싶다. 나는 작가는 아니지만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