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는 쿨한 아기였다. 비슷한 월령의 다른 아이들이 "음마음마"하며 엄마를 졸졸 따라다닐 시기에, 은유는 혼자서 부시락거리며 잘 놀았다. 엄마와 떨어질 때도 웃으며 안녕하고 다시 만나면 한 번 씩 웃어주고 하던 일(?)을 하는 식이었다.
그랬던 은유가 '엄마껌딱지'로 변신했다. 웃으며 즐겁게 딱 붙어 있으면 그래도 좋으련만... 비비고 밟고 흔들고 차고..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내 몸에다가 쏟아붓는다. 머리카락에 제대로 눌어붙어버린 껌처럼 끈적끈적하다.
정말 기운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때,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는 투정을 부리며 발버둥을 치면, 안아주는 내 몸을 마구 치며 울면... 나도 눈물이 난다.
그럴 때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본다. 눈물이 끊임없이 송송송 빠져나오는 꼭 감은 눈. 벌렁거리는 작은 콧구멍. 목놓아 우느라 파르르 떨리며 벌어진 입술. 새빨개진 귀.
온몸으로 열심히, 열심히. 목숨 걸고 외친다.
사랑을 달라고.
꼭 끌어안으면 온 힘을 다해서 밀쳐낸다.
이렇게 단순한 게 아니라고.
아이는 나의 우울을 눈치채는 것 같다. 가을바람이 불고 그 계절이 돌아왔다. 다음 주가 엄마 기일이다.
은유도 나도, 우리의 근원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