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숙모는 엄마에게 가까운 친구이자 버팀목이었다. 시누와 올케 사이, 결혼을 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새삼 더 희한한 일이지만 두 사람의 사이는 오랜 친구같이 허물없었다. 어린 내 눈에도 보였다. 엄마가 더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걸. 우리 숙모는 아마 누구에게라도 그럴 것이다. 현명하고 따뜻한 숙모의 곁에는 늘 사람이 많다.
언젠가 엄마의 마음이 힘들 때, 숙모는 나를 찾아왔었다. 아픈 엄마뿐만 아니라 엄마의 곁에서 어쩔 줄 몰라 울먹이고 있던 나를 알아보고 위로하러. 그렇게 숙모는 약한 사람을 찾아 어루만지는 사람이다.
엄마의 장례식, 숙모는 무너진 내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는 병으로 간 거야.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순간에는 어쩔 수 없는 거야. 병이 하는 일이니까. 다혜야, 엄마가 늘 네가 어떻게 살길 바랬는지, 그 바람과 소망들, 다 네 마음속에 있잖아. 엄마의 마음을 잃지 않고, 그대로 살면 돼. 그럼 너에게 엄마는 떠난 게 아니야."
어떤 말은 깊은 곳까지 들린다. 나는 그곳에서 숙모가 해준 말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새겼다. 그곳을 나와서도 그 말은 종종 나를 어루만졌다.
나는 엄마가 떠난 후에도 잘 살았다. 내 마음속에 살아있는 엄마의 바람이 때론 나를 다독이고 때론 나를 일으켜 세웠다. 어떤 순간 나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다. "참 잘했어, 역시 우리 딸이야."
조용한 집, 정성스레 내린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엄마는 나에게 이야기한다. 그래, 그렇게 너를 잃지 않고 살라고, 참 잘 살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