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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다 Nov 28. 2016

감정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

마음에 태풍이 분다. 


나는 왜 이렇게 미련한 감정들만 계속 키워오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러지 말아야지 수십 번을 되뇌어봤자 결국 나는 내 감정에 휘둘리고야 만다. 스스로에게 마음을 다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나는 수십 번 수백 번 나의 마음을 찢어내고 그 위에 뜨거운 물을 들이붓는다.


차가운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그래. 그는 나에게 관심이 없다. 이 작고 보잘것없는 사실 하나를 인정하는 것이 너무나 힘겹다. 그냥 감정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머리 속의 스위치를 내리고 이 모든 것들이 지나갈 때까지 조용히 꺼져있고 싶다. 생각 없이 일상을 영위하고 싶다. 밥을 먹고, 샤워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일을 하고, 또다시 잠에 들고. 그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잡념이 진득하게 껴 삐걱거린다. 나는 내가 이런 사람인 것이 너무 싫다. 이렇게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이 견딜 수가 없다. 도대체가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나는 배우지도 못한다. 이때까지 이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빈번할 것이라는 사실이 절망적이다.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고통스러워야만 하는 것일까. 왜 나는 하필 이렇게 섬세하고 쓸데없이 우울하게 태어났을까. 


그러니 마음을 천천히 질식시키자. 냉소와 비난이 가득한 방에 마음을 가두자. 손아귀에 가득 쥐고 천천히 내쉰 숨을 다시 들이마시지 못하는 순간까지 힘을 주자. 그렇게 죽여버리자. 갈 곳 잃은 마음들의 끝은 죽음뿐이니까. 딱딱하게 굳어버린 마음을 안고 그 어떠한 것에도 미동도 하지 않고 살아가자. 그렇게 살고 싶다. 돌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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