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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Sep 15. 2022

소설 쓰는 법

소설은 나를 위한 글이 아닌 ‘상대의 재미’를 위한 문장형 글이다. 메시지를 주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닌 재미를 위한 글에 가깝다. 예전에는 '주제 & 사건' 중심 스토리가 많았지만, 요즘엔 '인물' 중심 소설이 많다. 인물이 탄탄해야 사건을 이끌어가는 힘도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제와 사건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주제 + 장면(인물, 사건, 배경)'이 있어야 하고 '문체와 구성 방식'까지 모두 갖춰야지만, 독자는 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문장이 좋으면 인물의 성격과 배경을 상상하며 소설 안으로 스며들기 좋다. 설명하는 게 아니라 독자가 인물을 만들어내고 스토리의 흐름을 하나둘 따라간다. 그렇게 되면 독자는 인물에 공감하고 장면에서 정서를 느끼면서 소설 속에 빠지게 된다.


독자의 취향이 다양하기 때문에 한 권의 소설이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재미와 공감을 느낄 수 있는 가족, 사랑, 부모 이야기가 많다. 이렇게 되면 메시지가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이 소설은 나를 위한 글이 아니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나만 알고 있는 듯 깨달음을 주려고 하면 안 된다. 차분하게 사유하며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건이 너무 크면 개연성이 없다. 사건이 큰 이야기는 이미 넷플에서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소설에선 소소한 이야기를 거대하게 만드는 쪽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다. 의미에 집중하면 기능적인 글(필요 없는 글)이 나오게 되며 의미를 상실하면 어떤 말을 하는지 의아해진다. 적당한 의미를 부여하면 독자는 그 의미에 기대하며 글을 읽어나갈 것이다. 과하면 이해가 어렵고 적으면 납득되지 않는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소리인가.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되 거대한 사건이 중심이 되지 않아도 된다. 


소설가는 어떤 주제로 글을 쓰면 독자가 재미있어할지 고민해야 한다. 듣고 싶은 말을 해줘야 하며 만질 수 없는 걸 만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묘사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사실인 것처럼 쓰는 배경이 불러오는 힘은 크다. 사실과 다르면 신뢰감을 잃는다. 모든 것에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에 어떤 의미를 넣을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이야기엔 갈등이 있다. 내적 갈등(혼잣말)이 많으면 별로 좋지 않다. 움직임이 없고 혼자서만 말하기 때문에 독자가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차라리 외적으로 보여주는 게 좋다. 그는 돈에 욕심이 많다고 말하기보다 그의 주머니 속에 뭐가 있는지 보여주고, 손을 만지작 거리는 등 불안 심리를 독자가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설 재미의 기준은 움직임에 있다. 한 장소에서 머물기보다 이동시키는 게 좋다. 깨달아서 움직이기보다 움직임에 메시지가 있고 그걸 외부로 보여주면서 인물에 이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인물이 2명 이상 있으면 내적 갈등보다 외적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야기는 보통 2줄기 이상이다. 보통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시점을 알려줘야 독자가 헷갈려하지 않고 소설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2줄기엔 균형이 있어야 한다. 일관된 사건에 질서와 체계를 유지하고 현재든 과거든 기준점을 두고 정서와 서사를 공유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게 좋다. 글의 균형도 맞아야 질서가 흔들리지 않는다. 


담백한 글쓰기 TIP

ⓐ 짧은 문장 : 주어와 술어 사이의 거리

ⓑ 균형감 : 두 줄기 시점의 글자 수의 균형, 상황, 사건의 균형 

ⓒ 객관화된 문장 <-> 주관적인 문장 : 인물, 사건과 문장에 대한 상식적인 결

   예)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이런 장면이 현실적이지 않나?

ⓓ 날렵한 문장 : 빠른 시선 이동, 짧은 문장

   예) 운전사가 터진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시간이 유일한 휴식시간이었고 그때마다 당신은 차에서 내려 지평선까지 펼쳐진 열대의 논을 바라보았다. 젖은 담배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마저 시원했다. 먼지와 땀에 찌든 옷에선 모과 냄새가 났다. (출처 : 당신의 나무 - 김영하)


ⓔ 구상화 : 비유 (생필품, 신선도, 호응력 있는 보조관념)

   예) 그의 얼굴은 딱딱했다 -> 냉장고에 넣은 고기처럼 딱딱하고 차가웠다.

ⓕ 재활용 : 소재는 2번 이상 사용 (인물이나 장소를 한 번 쓰고 버리기보다 앞이든 뒤든 한 번 더 등장)

ⓖ 인물의 외모, 성격 디테일 : 손등, 팔목, 어깨 등 그 사람이 좋아하는 옷차림, 생김새 등을 디테일하게! 몸, 생활(연봉, 주소, 차량, 직장 등), 취향(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 디테일한 정서 : 나열을 통한 디테일한 설명

   예) 머무는 내내 키키는 아주 자연스럽게 나를 배려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신경증을 가진 환자이거나 좀 멍청한 어린애처럼 보살펴지고 있다. 말도 잘 알아듣지 못하고 표현은 서투르고 포크와 나이프를 솜씨 좋게 만져 고기에서 뼈를 발라내지도, 상대의 기분을 제대로 살피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면 침묵을 지켰다. 침묵은 외부의 한기를 막아주는 두툼한 외투처럼 나를 보호할 것이다. 


주의사항

ⓐ 같은 단어는 반복하지 않는 게 좋다. 유의어를 사용하거나 문장의 형태를 교체하는 것도 방법이다. 

ⓑ 것이다. 있었다 등 말버릇은 쓰지 않는 게 좋다.

가고 있었다 -> 갔다. 먹은 것이다 -> 먹었다. 

ⓒ 의인화를 많이 하면 글이 유치해진다. 

ⓓ 어떤 시점으로 글 쓸지 고민이 필요하며 작가는 소설 외부에서 글 쓰는 게 좋다. 

ⓔ 글에서 나이가 느껴지지 않도록 글과 멀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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