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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Aug 16. 2022

레트로 감성 가득한 강화도 1박 2일

인천청춘여행단 1기 여행 리뷰

친구들한테 '인천 너무 좋다, 먹을 것도 많고 볼 것도 많다. 얼마나 좋으면 여기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하겠냐' 등의 말을 자주 했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은 인천 홍보대사냐고 놀렸는데, 진짜 인천을 홍보할 기회가 왔다. 우연히 알게 되어 신청했던 <인천청춘여행단> 1기에 합격한 소식! 지원금 받고 인천을 투어 하며 인천의 매력을 알기만 하면 된다. 늘 그래 왔듯이. 섬 여행과 편하게 갈 수 있는 여행지 중 고민하다가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강화도 1박 2일을 계획했다.


인천에 살고 있지만, 강화도는 뭔가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건물이 낮아 시야가 시원하며 곳곳에 바다가 있어 마치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바다다"라고 말하는 재미도 쏠쏠. 펜션이 많아서 바다 보며 BBQ까지 구워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서울 근거리에서 여행을 즐기기에 최적의 여행지이다.


사찰을 좋아해서 친구랑 전등사에 종종 갔다. 사람이 없을 땐 풀 속에 있는 벤치에 앉아 쉬거나 음악을 켜놓고 막춤 추면서 시간을 보냈다. 힘들 때나 웃고 싶을 때면 그 순간을 추억하곤 했다. 이번 여행엔 어떤 기억이 남을까. 요새 정신없어서 자주 깜박해서 같이 여행 가기로 한 친구한테 "주말에 뭐해"라고 물었다. 재미있는 건 그 친구도 "주말 잘 보내"라고 내게 인사했다. 그 말을 꺼내고 서로 아차차하며 다음날 강화도 함께 출발했다. 다행히.


강화도엔 볼거리가 많지만, 알찬 1박 2일을 보내기 위해 핫한 알짜배기 강화 여행을 소개하겠다.



배 터지는 집

역시 바다 여행이라면 해물칼국수 정도는 먹어줘야지. 동막해수욕장이랑 가깝기도 하고 해물을 많이 주기도 하며 손칼국수라 면이 쫄깃하다는 말에 첫 스타트를 배터지 게 끊었다. 후추 넣으면 간이 딱 맞을 것 같았다. 소문대로 면은 너무 쫄깃쫄깃. 먹을수록 묘하게 중독된달까. 전복 철이라 전복도 맛있고 오징어랑 낚시 홍합 조개까지 가득 있어서 면 말고도 먹을 게 풍성했다. 2인분 해물탕이랑 감자전 주문했는데 감자전도 바삭한데 약간 간이 아쉬웠다. 둘 다 기본 간만 잘 되면 진짜 매일 찾아오고 싶은 맛이었다. 우리가 나갈 때쯤엔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동막해수욕장

비 오는 날씨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텐트 치고 고기를 굽거나 누워서 강아지랑 힐링하거나 새우깡 던지며 갈매기와 노는 사람이 곳곳에 보였다. 비가 와서 몸은 끈적거렸지만, 바람은 시원했다. 갯벌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질척거리지 않은 곳까지 걸어갔다. 갯벌엔 구멍이 송송 뚫려있었다. 왠지 소금 뿌리면 맛조개가 빼꼼하고 나올 것 같은 느낌. 작은 꽂게가 옆으로 걸어가고 갯벌을 밟으며 뛰어가는 어린아이들의 무해한 웃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어렸을 땐 저렇게 얼굴에 진흙 묻히고 물고기를 발견할 땐 반갑다고 소리치며 웃었는데. 그게 뭐라고 그렇게 까르르 웃었을까.


별일 있다가도 이런 무해한 것을 보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내게 무슨 큰일이 있는 것처럼 호들갑 떨었구나 살짝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이렇게나 아무것도 아닌 것을. 여행을 떠나면 생각의 틈이 생긴다.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채워지는 기분이랄까. 뭐든 시간이 해결해주는 일이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는 걸까. 무해한 것을 보며 괜찮다고 위로받기 위해. 사진 찍을 때마다 사람들의 모습이 역광으로 나왔는데, 아이인지 어른인지 구별되지 않았다. 덕분에 아이와 어른을 구분하지 않고 그저 해수욕장에서 노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강화 씨사이드 리조트 루지

카트라이더 할 때마다 역주행하거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건 모바일 게임이고, 실제는 다를지도 모른다. 운전면허 1종을 취득하기도 했고 운전 잘한다고 칭찬도 받았으니까. 예전엔 무섭거나 하고 싶지 않은 건 멀리했는데 요샌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해 보고 싶다. 나이가 들어도 늘 즐겁게 사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되고 싶다.


곤돌라에 올라타 루지 길을 볼 때마다 "재미있을 것 같아"를 남발했다. 강화도 루지가 제일 길다는 건 알았는데 진짜 길었다.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바다부터 작은 마을까지 다 보였다. 평온했고 편안했다. 바람이 솔솔 불어 머리카락이 흩날릴 때마다 묘하게 안락했다. 새처럼 자유로운 사람이 되겠다며 3마리 제비 타투를 그렸다. 태어나서 처음 입고 나온 나시와 타투와 며칠 전에 한 히피펌까지 너무 예뻤다. 예쁜 게 기분을 살랑이게 한다.


간단하게 루지 교육을 받았다. 앞으로 가는 법, 멈추는 법. 운전할 땐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며 핸들을 잡지 않으면 사고로 발생할 수 있다는 주의사항까지. 무언가의 떨림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과 부딪힐까 봐 걱정했는데, 다들 나를 비켜갔다. 친구와 내려가면서 서로 무섭다고 거북이걸음처럼 천천히 갔다. 다음 탑승자가 교육받고 내려올 때까지. 천천히 내려오니까 저 멀리 보이는 풍경이 스위스 같았다. 초록을 거머쥔 작은 마을처럼 보였달까. 갑자기 과감해지고 싶어서 손에 힘을 풀고 달렸다. 곡선이 보일 때마다 다시 손에 힘을 주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평지에서 달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모습이 찍혔고 해맑기도 했고 엽사 같기도 했다.



조양방직

찍을 때마다 인생샷이 나온다는 조양방직. 길게 늘어진 긴 테이블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있었다. 곳곳엔 조명이 빛났다. 커피와 빵은 맛있었고. 바질 토마토 브레드는 인생 빵이다. 빈티지 소품과 액자 하나하나 구경하며 사진 찍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카페에 있다 보면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뜬금없이 웃긴 기억을 공유하거나 낮에 있었던 웃픈 에피소드를 다시 꺼내면서.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별로 웃기지 않을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대룡시장

강화도는 대부분 6시쯤에 문을 닫는 듯싶다. 5시 넘어서 도착했는데 대부분 가게가 정리하는 분위기였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 원래 강화도 향토음식 젓국갈비 먹으려고 했는데, 재료 소진으로 마감하고 계셨다. 아쉽게 대룡시장 안에만 어슬렁거리다가 청춘부라보에서 떡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떡 안에 팥이 있었고 인절미 가루가 묻혀 있었는데 많이 달지도 않고 따뜻해서 나도 모르게 계속 넘어갔다. 어떤 옛 추억 간식을 살지 돌아다녔는데 나쁘지 않은 수확이었다.



파머스마켓

대룡시장 입구 쪽에 보면 송화칩으로 소금이나 후추를 사용하지 않은 감자칩을 판다. 한 입 먹었을 때 진짜 소금 뺀 과자 맛이라 심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하나 둘 계속 들어갔다. 묘한 중독. 페인트 통에 들어 있는 감자칩은 나중에 저금통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 바로 건너편에 파머스마켓이 있다. 강화도 농산물이나 특산물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곳 같았는데, 우리가 갔을 땐 이미 문이 닫힌 상태였다. 까비.



석모도 해비치 펜션

보통 2인실이 많아서 3인실까지 찾느라 많이 검색했다. 그 검색한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풍경이 좋았다. (단, 매트리스가 좋지 않아서 허리가 살짝 아팠다) 창문을 열면 바다와 푸른 논이 보였다. 고양이가 거리에서 뒹굴뒹굴 거렸으며 차도 별로 지나다니지 않아서 한적하고 조용했다. 각 건물마다 수영장이 있어서 물놀이하기에도 나쁘지 않다. 하나로마트도 대부분 문을 닫아서 외포리에 있는 싱싱 마트에서 고기와 과일, 아침거리를 사서 숙소로 갔다. BBQ 참숯과 고기판 해서 40,000원 추가했다. 같은 삼겹살인데 이렇게 먹으면 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걸까.


시키지 않아도 각자 일을 찾아서 척척 해갔다. 그릇을 설거지하고 야채를 씻고 고기를 굽고. 덕분에 빠르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밥 먹고 씻은 뒤 유튜브를 켜서 스트레칭하며 몸의 피로를 풀었다. 이상하게 혼자 있으면 잘 안 하게 되는데 같이하면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이래서 함께 동기부여 줄 사람들을 찾는 건가. 혼자보다 함께하면 약속을 지킬 힘이 생기니까.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살짝 열었더니 바다 비린내와 풀냄새가 섞여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씻고 밖으로 나가 아침 산책을 즐겼다. 산책코스가 딱히 있는 게 아니라 주변만 맴돌았지만. 강화도 쌀이 곳곳에 있었고 영화 <리틀포레스트> 같다는 내 억지의 말에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보문사

숙소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었던 것 같다. 사진으로만 봐도 우리나라 같지 않아서 꼭 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다. 70도 경사 보고 조금 놀라긴 했지만. 날씨가 좋아 땀이 나지 않다고 한 말을 취소했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찼고 보이는 시원해 보이는 기념품 가게마다 들렀다. 우린 속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란 장난치면서.


계단을 오를 때마다 내가 걸어가야 할 계단이 아닌 내 눈앞에 보이는 계단만 본다.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를 보면 너무 멀게 느껴져서 오히려 힘이 더 드는데, 눈앞에 있는 계단만 보면 거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러다 옆에 있는 나무도 보고 바람결도 느끼고. 지나온 길을 확인하면서 말이다. 계단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정상이었다. 불상 앞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올라온 게 아깝기도 했고 내 앞에 있는 풍경이 너무 웅장해서 자꾸만 눈으로 조금 더 남기고 싶은 마음이랄까. 어떻게 이렇게 높은 곳에 부처님을 모실 생각을 했는지부터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여기를 오르는지 여러 마음이 둥둥 떠다녔다.



돌캐

힘을 썼으니 다시 배를 채워야지. 돌캐에 왕회장님 밥상을 주문했다. 조개탕이랑 밴댕이 무침. 3인분 치고는 생각보다 양이 적었다. 2인분 주문하고 다른 걸 시키는 게 오히려 다양하게 맛볼 수 있지 않나 싶다. 강화도 쌀인 만큼 맛있었고 밴댕이 무침은 들기름이 들어간 듯 고소했다. 조개는 설탕을 넣지 않았는데도 달달 그 자체였다. 미역까지 들어가서 국물이 깊은 맛이었다. 이렇게 보니 몸보신 제대로 하는 거 같다. 땀도 한 바가지 흘렸고 왕회장님 밥상까지 맛보니 말이다.



카페 봉당

마지막으로 집을 개조한 카페 봉당에 왔다. 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강화사자발쑥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쑥라떼를 주문했는데 씁쓸하지 않고 달고 맛있었다. 쑥과 크림이 만나서 그런가. 떡을 크림에 찍어 먹었더니 와. 말로 설명 못하겠다. 아메리카노엔 곰돌이 얼음이 몸을 녹이고 있었다. 맛에 신경 쓴 게 보여서 마지막까지 완벽했다.


변수가 많아서 더 좋았다. 원래 여행은 변수가 없으면 섭섭하니까. 비가 와서 날은 흐렸지만, 우리가 밖에 돌아다닐 땐 비가 그쳤고 내부에 있거나 차 타고 이동할 땐 비가 거칠게 왔다. 밖에 있을 때 비가 안 와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여행을 즐겼다. 날씨 탓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재미있게 즐기지도 못했을 것 같다. 인천 이음 카드로 결제하니 5% 포인트 적립도 됐다. 소속 어플을 보여주면 할인도 되던데. 이러니 내가 인천을 좋아할 수밖에. 즉흥적인 스타일이라 그날그날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하며 여행을 떠나곤 했다. 이번만큼은 지원받고 떠난 여행이기 때문에 강화도 여행지를 많이 검색했다. 그렇게 '레트로 감성', 시간을 거꾸로 가는 듯한 느낌, 오랜 시간 다른 모습으로 자리를 지킨 여행 코스 중심으로 선택했다. 잔잔하고 북적한 느낌이 넘나드는 모습을 보니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여행하는 게 맞는데 가끔은 여행하면서도 여행의 기분을 느끼지 못할 때가 있으니까. 반면 강화도 1박 2일은 여행하면서도 다음 여행을 계획하고 싶을 만큼 또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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