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일기
2018년 7월 8일 층운
며칠 동안 날이 흐리다. 구름은 있지만 없는 것처럼 온통 파란빛 아래 회색이다. 비보다 바람이 많이 불고 7시쯤 이슬비가 왔다. 7월인데 추울 수 있다니, 긴팔을 꺼내 입었다. 바람 때문에 모기가 없어서 좋지만, 종일 바람이 세니 이동하기 불편하다. 바람이 많이 불어도 오징어 배는 뜨나 보다. 덕분에 바다가 밝다. 종일 집에만 있다 밥 먹을 때 잠깐 바다를 봤다. 바다가 바로 앞에 있어도 익숙해지면 잘 보지 않게 된다. 그나저나 하늘을 보니 구름이 꽤 무거워 보이는데, 난층운인가. 어렵다.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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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er & Bitter - 보은(클라라 홍)
우울한 날들에 최선을 다해줘 - 안녕하신가영
2018년 7월 9일 층운
며칠 째 같은 구름이다. 하루 종일 비 오는 건 아니고 가끔 비가 내렸다가 그친다. 차라리 쏟아졌으면 좋겠는데. 바람 때문에 계속 추웠는데 오늘은 춥진 않다. 살짝 습하고 가끔 오는 비 때문에 쉽게 지치는 날씨랄까. 층운인 것 같다. 이렇게 살짝 비 오고 그치는 거 보면. 구름은 아직도 어렵지만 덕분에 매일 하늘을 본다. 다채로운 구름이 신기하다.
제주도 마라도에 왔다. 숙소에서 마라도까지 약 3시간이 걸린다. 긴 여행을 하면서 신기한 걸 발견했다. 지역마다 비 오는 곳과 오지 않는 곳으로 나뉜다는 것. 경계가 신기하다. 그 경계에서 양 손을 펼치면 한쪽은 비가 오고 한쪽은 비가 오지 않겠지. 구름이 많은 날이면 생각한다. "손으로 저 구름을 한쪽으로 몰아내면 파란 구름이 보일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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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p In The Sky - Woody Guthrie
Fight Song - Rachel Platten
2018년 7월 10일
비는 안 왔지만 엄청 습했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난다. 우도봉에 갔을 땐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구름이 조금씩 움직이더니 우도를 떠날 때쯤 해가 떴다. 제주도 지도와 닮은 구름이 보였다. 고구마처럼 길게 생긴 구름. 이동할 때마다 구름이 다르다. 구름 많은 곳과 별로 없는 곳. 낮게 뜬 구름이 사라지는 걸 보니 당분간 비가 오지 않을 것 같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것에 한숨 나오지만. 구름 책을 보면 자주 볼 수 있는 구름과 희귀한 구름 사진이 있다. 나도 매일 하늘을 보다 보면 남들이 놓친 하늘을 보지 않을까 싶다. 오늘처럼. 근데 저 구름도 희귀한 구름인가? 오늘 구름은 층운이 조각구름 되어가는 과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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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You Feel My Love - Adele
Candy Says(Album Ver.) - The Velvet Underground
2018년 7월 11일
같은 시간에 찍었는데 동쪽을 보면 파란 하늘이고 한라산 방향을 보면 흐린 구름이 있다. 구름이 동쪽 방향으로 오는 걸 보니 저녁엔 먹구름이 있을 것 같다. 반대쪽 구름이 낮은 걸 보면 층운인 것 같다. 성산일출봉 파란 하늘에 낮게 뜬 뭉게구름이 적운인가. 작은 구름을 보면 우리가 초등학교 때 수업시간에 늘 그리는 구름모양 같다.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몇 배로 습하고 해가 뜨겁다. 이런 날은 집에 있는 게 안전하다며 집에만 있는데 꽤 답답하다. 오늘은 구름 때문에 별도 잘 안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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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 보였네 - 9와 숫자들
그냥 좋은 사람 - 김영호
2018년 7월 12일 권운
새털구름이라 불리는 권운, 상층부는 강한 바람이 부르는데 구름 끝부분이 날리기 시작하여 새털 모양이 된다고 한다. 권운은 주로 날씨 좋을 때 보인다. 권운이 고층운으로 변하면 비 올 확률이 높고 사라지면 비가 오지 않는다. 오늘은 대체로 덥고 습하고 바람도 살짝만 분다. 밤이 되니 서쪽에 있는 구름이 동쪽으로 빠르게 이동했고 저녁때쯤 노을이 붉게 번졌다. 장마시기가 지나 구름이 보이지 않을 때 노을이 예쁠 것 같다. 노을이 예쁠 땐 신나는 노래보다 잔잔하면서 사색하기 좋은 곡을 찾게 된다. 오늘도 붉은빛이 사라질 때까지 하늘을 보면서 음악을 들었다. 구름 없는 부분은 별이 잘 보일 것 같다. 날이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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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있어(Duet With 소수빈) - 헤르쯔 아날로그
반짝반짝 - 장재인
2018년 7월 13일 권운
오늘은 새털이랑 깃털 모양 구름이 많다. 서쪽으로는 구름층이 낮은 적운과 층운이 보였는데 역시 제주시에 다녀온 친구가 날이 흐리고 구름도 많았다고 한다. 아침에 폭염주의를 알리는 동네 방송처럼 너무 더웠지만 어제보다 습하진 않다. 3시가 지나니 12시보다 더 뜨거워졌고, 에어컨 없으면 어디든 못 갈 정도다. 더위는 이제 시작인데 8월, 9월은 얼마나 더 더울까. 그래도 구름은 예쁘다. 큰 깃털모양 구름이 신기해서 카메라로 담고 싶었지만 한꺼번에 담을 수 없다. 너무 커서. 파란 하늘이 너무 예쁘고 그 뒤로 보이는 파란 바다까지 예쁘다. 날은 정말 좋은데... 습하지만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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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Think Twice, It's Alright - Peter, Paul & Mary
Fading Away - James Taylor
2018년 7월 14일
아직까지 서쪽에만 구름이 많다. 구름이 동쪽으로 이동하지만 아직 파란 하늘이 더 많이 보인다. 흐리지 않은 층운인 건가. 낮은 구름이면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으니. 파란 하늘에 가끔 보이는 구름은 권운 같다. 오늘 일몰엔 길게 생긴 구름이 줄처럼 보였다. 여명이 너무 예쁘다. 붉은빛 때문에 구름 색깔도 붉게 변했다. 오늘도 역시 해가 뜨거웠고, 밤엔 시원한 여름 날씨.
저녁에 플레이스 제주에서 광장 요가를 했다. 골목시장도 열리기 때문에 사람들의 대화 소리와 바람소리, 물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뭔가 여유로운 기분. 저녁엔 구름이 많지 않아 별이 많이 보였다. 요새 계속 이런 날씨다. 오늘 같은 날만 여름이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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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vity - 로이킴
When We Were Young - Adele
PS.
전 구름 전문가가 아닙니다. 구름 책 한 권 읽었을 뿐이고 매일 구름을 검색할 뿐입니다. 제가 생각한 구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항상 구름을 보지만 항상 헷갈리거든요. 매일 다채로우니. 저를 믿지 마세요. 제가 구름을 보면서 여유를 가지듯 여러분도 여유롭게 구름을 볼 수 있길 바랍니다.
월간심플 7월 '아침-구름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