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해서 쓴 일기
새벽, 잠자는 타이밍을 놓치면 그날 잠은 다 잔 거다. 그렇다고 노트북을 켜면 잠이 완전히 달아날까 싶어 컴퓨터를 켜진 못하겠다. 하지만 굳이 책상까지 가지 않고도 나를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건 있다. 바로 핸드폰. 눈을 감고 뒤척이다 결국 핸드폰을 켰다. 릴스를 보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진짜 자야겠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덮어버리지만, 10분도 못 가서 다시 핸드폰을 켰고 결국 새벽 3시가 됐다. 시간이 아깝다는 것도 알고 내 피로만 쌓인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잠이 오지 않은 걸 어떡해. 억지로라도 자려고 노력해야 한다는데, 나는 그 노력의 방법도 모르겠다. 원래 잡생각이 많은 사람이지만, 타이밍을 놓친 잠은 더 많은 잡생각을 키웠다. 그래서 노트북을 켰다.
오늘, 잠을 못 자는 데에 여러 이유가 있다. 일단 낮잠을 잤다. 강아지와 힐링하고 싶다는 이유로 꼭 껴안고 있다 보니 스르르 잠이 왔다. 그 잠이 달콤하여 12시에 겨우 눈을 떴다. 또 카페인이 들어간 말차라테를 늦은 시간에 마신 탓도 있다. 카페인이 있다는 걸 알지만, 커피보단 괜찮을 거라 합리화하며 음료를 마셨다. 마지막으론 남자친구와의 다툼 때문이다. 계속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억울하다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다 다시 눕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그럴 땐 생각을 정리하는 게 답이다. 그래서 컴퓨터를 켰다.
최근 들어 남자친구와 ‘연락’ 문제로 자주 다투었다. 나는 약속과 태도의 지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고, 그는 편안함과 자유 속에서 안정을 느끼는 사람이다. 사실, 연락이 되지 않을 때 불안하지 않았다. 그가 평소 나를 아끼는 걸 알기에, 그저 잘 놀고 있나 보다 생각했다. 그럼에도 정도는 있다고 생각한다. 장소를 옮길 때 정도는 알려주면 좋겠다고 했고, 그는 동의했다. 그 후로 노력하는 모습도 분명히 보였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하나씩 생겼다. 나는 같은 말을 반복했고, 그는 지친 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서로 감정의 골이 생기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고민 때문에 화를 억누르려고 했고, 말할 때마다 목소리가 떨렸다.
그럼에도 잘 풀었다. 그의 진심이 느껴졌고, 내 서운한 마음을 풀 줄 아는 사람이란 생각에 안도감도 느꼈다. 나는 참 쉬운 사람이다. 그가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하면 금세 마음이 풀렸으니까.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 달랐다. 연락하는 게 어렵지 않다며 연락을 잘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가 스스로 그 약속을 어겼다. 매주 달라지는 그의 태도에서 그를 어떤 사람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왜 내 기분이 언짢은지를 되묻는 목소리엔 이해나 후회보다 피로함이 묻어 있었다. 나는 또다시 할 말을 잃었다.
그가 연락에 있어서 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이젠 내가 화를 내면, 그는 방어적으로 변할 것 같았다. “딴짓하지 않고 그냥 즐겁게 놀았는데, 이게 왜 문제야?” 앞으로도 이 태도로 일관되게 나오면서 자주 싸울 것도 같았다. 일어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마음이 아팠다. 내가 서운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끝내 이해하지 않으려는 방어적인 태도에서 말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러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연락이 사랑의 척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배려라곤 생각한다. 그 배려가 쌓여 신뢰가 된다고 말이다. 사람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다르니까 내 생각과 다른 사람도 있겠지. 그랬을 때 어떻게 타협점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연애는 서로 싫어하는 걸 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락이 잘 되었을 때 고맙다고도 해보고 내가 왜 서운한지도 찬찬히 말해보기도 했지만 그때뿐인 것 같아 속상하다. 이젠 내가 받아들여야 할 때인 건가. 내가 이 문제에 있어서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도 답 없는 고민을 하느라 잠 잘 타이밍을 놓쳤다.